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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쉘 실버스타인 지음 / 살림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우리에게 친숙한 ‘셸 실버스타인’의 유고집이다. 원어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 우리말로 번역한 김기택 역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물론 원작자의 철학과 상상력을 온전히 전달하는데 충실할 뿐이지만. 그래서 때로는 우리 글로 번역된 시 맞은편에 원어를 그대로 옮겨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욕심을 갖는다. 제목도 그래서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보다 원제, 'Every Thing On It'이 더 감칠맛 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궁금하다. '햄버거가 아니라 핫도그였을까'
신나게 소리지르다가, 높은 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거리다가,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가 “와아” ------“WOW”였고, 그러다가 폭탄처럼 나무 아래로 떨어진 후, ‘와아’ 신나게 외치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엄마” ------“MOM”였다. M과 W를 거꾸로 놓아 스토리를 만들었다.
또, 경찰대신 ‘제발’을 부르세요에서는 경찰Police를 Please로 바꿔 스토리를 꾸민다. 이야기의 시작은 “경찰청이 제복을 바꾸더니 ‘제발청’이 되었답니다.”였고.
저자의 상상력과 깊은 철학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게다가 작은 핸드북으로 제작되어 평상시 지참하여 자투리시간에 읽으면 딱인 책이다. 반전과 응징이 매력이다. 모든 상상이 어린이의 시각에서 출발하여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뒤집어놓는다. 그의 개구진 그림은 아버지를 물구나무 세워 걷게 하고는 아이들에게 어서 흩어진 동전들을 주워가라 꼬드긴다.
마법 유리병 속의 요정 지니가 하인이 아니라 악당으로 나와 불러낸 주인을 감히 부려먹는다. 졸지에 그 악당놈의 설거지며 심부름을 해야했던 주인공은 독백인지 방백인지 넋두리를 남긴다.
“어건 정말 내가 바라던 그 마법이 아니야.
어떤 마법 유리병을 여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의 모든 게 달라지는 것 같아.“
가려워 손닿지 않는 등을 긁어달라던 녀석이 실컷 시원함을 즐기더니 안면을 싹 바꾼다.
아이들은 웃고 말겠지만 배신의 쓴맛을 아는 어른들은 웃으면서 눈물이 날테다.
“으흐흐 아하하 으흐흐, 정말 시원하다. 고맙다, 친구야. 끝도 없이 고마워......
돈 달라고? 왜? 무슨 돈? 나는 이제 하나도 가렵지 않은걸.“
생일축하잔치에 아무도 오지않는다면? 아이가 생일상을 차려놓고 학교에서 친구들을 모아올 시간을 맘조리며 기다리는 엄마들은 그 속 잘 알 것이다. 밤새 준비한 풍선과 달콤한 케잌앞에 기념사진을 단 둘이 찍게 될 것을 상상하는 엄마는 없을테다. 그러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다. 내 생일을 내가 축하하면 그만인 것을. 혼자 다 먹고 혼자 춤도 출 아이가 속을 아리게 한다.
“내 생일 축하합니다!”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그림에서 저자가 엉거주춤 뒤를 돌아보며 묻는다.
“내가 떠나가면
내가 떠나가면 너는 뭘 할 거니?
누가 너에게 글을 써 주고 그림을 그려 주지?
더 똑똑한 사람이? 새로운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 그건 아마도 너일 거야?“
어른이 된 어린이를 울리고 웃긴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나를 손가락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