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 ㅣ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2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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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승리감에 취한 사람들은 정작 언와인드라는 문제 전체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언와인드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제 다른 곳을 보며 자신의 양심이 깨끗하다고 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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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한만큼 퇴보한 것 같은 세계. 사람들의 반발은 생명법 연령을 한 살 낮추는데 그쳤고, 각종 방송 매체에선 좋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교묘하게 포장한 언와인드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세계에서 코너는 피터팬처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네버랜드로 데려온다. 그리고 리사는 이 아이들을 케어하고 치료하다, 웬디처럼 후크 선장에 붙잡힌다. 한편, 레브는 자신만의 리바이어던이 되어가고, 이 이야기에 완전히 새로운 인물인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는데…

🔖아무 질문 없이 인생을 살다 보면, 질문이 닥쳤을 때 제대로 답할 수 없어.

2권에서는 세계관이 한층 더 촘촘하고 탄탄해졌다. 아이들은 조금씩 이 세계의 실체에 다가가고, 자신들의 내부적, 외부적 문제에 계속 부딪히면서 성장해간다. 이야기가 심리적으로도, 설정 면에서도 설득력 있고 그럴듯하게 다가오는데 하물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 조차도 그 밑바탕엔 불안과 결핍이 자리 잡고 있다는게 느껴져 어느새 이해하게 된다.

역시 닐 셔스터먼. 이번 책도 마지막 장을 보는데 밤을 새웠다. 다음 책도 이 정도라면 피곤함과 하루를 기꺼이 바꿀 수 있을 듯🫠✨️

#언홀리 #언와인드2 #열린책들 #닐셔스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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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프레임
조성환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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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 《무명사신》

선글라스를 착용한 ‘무명 사신’들. 인간의 삶을 지켜보다가, 수명이 다한 자들의 죽음을 거둔다. 사신들의 세계에도 사무직과 현장직이 있고, 경쟁하며, 나름의 고민이 있다.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이는데,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살인자와도 유사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신이 구분되어지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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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

어떤 로봇이 행성에 착륙해 행성의 시작을 분석한다. 그곳엔 자연과 동물이 공존하고 최초의 인간 한 명이 존재한다. 최초의 인간은 생물을 먹고, 지형을 파괴하며, 동물을 괴롭히는 등 무료함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산 혹은 무언가에게 어떤 걸 부탁하는 장면이 지나가고, 또 다른 인간이 탄생한다.

두번째 인간은 과일을 먹고 단어를 말한다. 최초의 인간과는 전혀 다르다. 이왕 둘 있는 거 다름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잘 지내길 바랬지만, 어림없지. 이들은 싸우고 다시 고독해지길 반복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생각지도 못한 재앙이 퍼져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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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여러 번 봤다. 그리고 볼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장면이 있었다. 프레임에 다 담지 못한 여백 혹은 행간이 있기 때문일까. 독서 모임원들과 함께 보고 해석을 나눠보면 아마도 다 다른 이야기를 꺼낼 것만 같은 느낌.

《제네시스》, 《무명사신》 두 개의 이야기가 수록된 이 책은, 작은 프레임 안에 시작과 죽음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사실 처음에 잘 몰랐다. 여러 번 읽다 보니 그제야 사람에 대한 다정한 시선에 대해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시점부터 이 작품에 애정이 생겼다. 특히 《무명 사신》. 이 책을 혹시 보게 된다면 《무명 사신》부터 보시길 강력 추천.

#스몰프레임 #조성환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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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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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원고료지원
#이키다서평단

이 소설은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는 시의 마지막 문장에서 시작된다.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에는, 이어지지 못하고 끝내 평행선만을 걸어가는 여성과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읽다 보면 환경에 맞춰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일자리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섬뜩함이 느껴지는데, 정말 이 책의 제목대로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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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방식이 그래. 그냥 아일랜드의 관습이야. 보통 아무 의미도 없어.

🙎‍♀️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
‥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날 저녁의 기억이 별로 없었다. 나중에 설거지를 도와줄 필요가 없어서 기뻤다는 것 밖에.
⌁

각 단편 속에서 여성들을 대하는 남성들의 태도는 꽤 뚜렷하게 구분된다. 정성스러운 요리와 아침에 같이 눈뜨는 것 외에 어떠한 불편함도 감수할 수 없는 남자1. 당연하게 그리고 익숙하게, 으레 그렇듯이 얕잡아 보는 남자2. 보호해야 할 꽃처럼 바라보는 남자3.

이중에 꽃으로 보는 건 그래도 괜찮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여성을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셋 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다. 게다가 꽃을 아끼고 보호하다 수틀리면 꺾을 수도 있는 거고.. 특히 마지막 편은 하 💨

클레어 키건은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기형적 권력 구조와 그 속에서 자라난 비틀어진 인식이, 인간관계에 어떤 이물질과 균열로 이어지는지를 그려냈다. 특히 클레어 키건 특유의 생략과 여백의 미가 이번에도 돋보였는데,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어? 이게 큰 문제가 돼?’라거나 ‘아 무슨 마음인지 완전 잘 알겠어’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소설 밖에서 이 감상의 간극 또한 평행을 이룰 때, 이 책의 제목대로 정말 너무 늦어버린 걸지도.

한 번 보고, 두 번 읽고, 회독을 달리할 때마다 못 보고 지나쳤던 여백의 진가가 드러나는 클레어 키건의 신작 소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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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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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원고료지원
#이키다서평단

스티븐스 가족은 매년 같은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특별할 것 없는 여행, 늘 묵던 낡은 숙소, 비슷비슷한 일정. 이 소설엔 반전도, 큰 사건도 없고, 누군가의 굴곡진 감정 변화도 없다. 대신 소소한 기쁨, 잠깐의 실망, 누군가를 배려하는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쌓인다. 그러다 어느새 이 가족의 여름휴가에 함께 머무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도,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

이 소설은 작가의 배경을 알고 나면 훨씬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을 쓴 R.C. 셰리프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사람으로,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며 소설 속 평범한 여름 휴가를 간절히 바라고 그리워했다. 휴가 전날부터 시작되는 잔잔한 설렘, 도착지까지의 기차 여행, 해변 산책, 오두막을 얻고, 다과를 먹으며 나누는 가족 간의 대화 등등. 평범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게 간절함이 불러온 일상임을 떠올리면 ‘사는 게 뭐 별거야’ 싶은 마음과 동시에 그냥 그런 하루들이 ‘사실은 꽤 괜찮은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름휴가의 풍경과 스티븐스 가족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았다.

아마 이 책을 처음 편집한 사람도 소설의 한 글자,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닐까. 작가가 정말 간절히 원했던 평범한 나날들을 통해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족과 일상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 《구월의 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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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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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원고료지원 #이키다서평단

❝ 삶의 모든 아름다움과 비극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의 간극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거의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이다.❞

정점에 오른 세계적인 발레리나 나탈리아. 그는 치명적인 사고 이후 무대를 떠났다가 자신의 서식지를 찾는 새처럼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 그곳에서 과거의 연인, 가족, 경쟁자와 마주하며 조각조각 부서졌던 시간을 하나씩 붙여나가기 시작하는데.. 아물지 않는 상처들과 자신의 한계에 맞서 칼날 같은 선을 걷는 나탈리아의 앞에, 다가온 선택의 순간. 과연 떠날 것인가, 다시 날아오를 것인가.

기댈 곳 없는 환경과 가난, 불완전한 사랑 속에서 예술을 향한 절박함은 종종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단순히 비극에만 머무른다면, 그저 나탈리아의 인생을 안타까워하는데에 그칠 것이다. 《밤새들의 도시》는 더 나아가 추락과 도약이 반복되는 삶의 한 형태를 건네며, 그 안에 깃든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탈리아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초조하고, 애달프며, 때로는 절망적이고, 가끔은 환희를 느끼게 된다. 그는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없고, 끝없이 날아야 하는 새의 삶을 살아간다. 새의 몸짓을 바라보며 자유롭게 도약하는 순간엔 함께 감정이 고조되고, 날개가 부러졌을 때는 가라앉았다. 그러다 자신의 삶을 다시금 받아들이는 순간과 태도에서, 예술인의 삶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생의 아름다움이 겹쳐졌다.

발레를 잘 몰라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던 《밤새들의 도시》. 온 마음을 바쳐 무언가를 이루었거나, 이루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면 나탈리아가 품고 있는 절박함과 꿈에 훨씬 더 깊이 와닿을 것 같다.

🔖네가 선택하고, 느낄 수 있는 걸 느끼고, 네가 할 수 있는 방식대로 사랑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돼. 그게 인생의 전부니까.

#밤새들의도시 #김주혜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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