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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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원고료지원
#이키다서평단

스티븐스 가족은 매년 같은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특별할 것 없는 여행, 늘 묵던 낡은 숙소, 비슷비슷한 일정. 이 소설엔 반전도, 큰 사건도 없고, 누군가의 굴곡진 감정 변화도 없다. 대신 소소한 기쁨, 잠깐의 실망, 누군가를 배려하는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쌓인다. 그러다 어느새 이 가족의 여름휴가에 함께 머무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도,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

이 소설은 작가의 배경을 알고 나면 훨씬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을 쓴 R.C. 셰리프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사람으로,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며 소설 속 평범한 여름 휴가를 간절히 바라고 그리워했다. 휴가 전날부터 시작되는 잔잔한 설렘, 도착지까지의 기차 여행, 해변 산책, 오두막을 얻고, 다과를 먹으며 나누는 가족 간의 대화 등등. 평범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게 간절함이 불러온 일상임을 떠올리면 ‘사는 게 뭐 별거야’ 싶은 마음과 동시에 그냥 그런 하루들이 ‘사실은 꽤 괜찮은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름휴가의 풍경과 스티븐스 가족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았다.

아마 이 책을 처음 편집한 사람도 소설의 한 글자,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닐까. 작가가 정말 간절히 원했던 평범한 나날들을 통해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족과 일상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 《구월의 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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