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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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원고료지원 #이키다서평단

❝ 삶의 모든 아름다움과 비극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의 간극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건, 거의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이다.❞

정점에 오른 세계적인 발레리나 나탈리아. 그는 치명적인 사고 이후 무대를 떠났다가 자신의 서식지를 찾는 새처럼 다시 돌아온다. 돌아온 그곳에서 과거의 연인, 가족, 경쟁자와 마주하며 조각조각 부서졌던 시간을 하나씩 붙여나가기 시작하는데.. 아물지 않는 상처들과 자신의 한계에 맞서 칼날 같은 선을 걷는 나탈리아의 앞에, 다가온 선택의 순간. 과연 떠날 것인가, 다시 날아오를 것인가.

기댈 곳 없는 환경과 가난, 불완전한 사랑 속에서 예술을 향한 절박함은 종종 비극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단순히 비극에만 머무른다면, 그저 나탈리아의 인생을 안타까워하는데에 그칠 것이다. 《밤새들의 도시》는 더 나아가 추락과 도약이 반복되는 삶의 한 형태를 건네며, 그 안에 깃든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탈리아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초조하고, 애달프며, 때로는 절망적이고, 가끔은 환희를 느끼게 된다. 그는 땅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없고, 끝없이 날아야 하는 새의 삶을 살아간다. 새의 몸짓을 바라보며 자유롭게 도약하는 순간엔 함께 감정이 고조되고, 날개가 부러졌을 때는 가라앉았다. 그러다 자신의 삶을 다시금 받아들이는 순간과 태도에서, 예술인의 삶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생의 아름다움이 겹쳐졌다.

발레를 잘 몰라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었던 《밤새들의 도시》. 온 마음을 바쳐 무언가를 이루었거나, 이루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면 나탈리아가 품고 있는 절박함과 꿈에 훨씬 더 깊이 와닿을 것 같다.

🔖네가 선택하고, 느낄 수 있는 걸 느끼고, 네가 할 수 있는 방식대로 사랑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면 돼. 그게 인생의 전부니까.

#밤새들의도시 #김주혜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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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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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태어날 권리는 있어도
계속 존재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은 세계.

과학의 발전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장기를 100% 이식할 수 있게 되면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생명법’이라는 충격적인 법이 통과됐다. 이제 임신 중에는 중절이 금지되지만, 아이가 만 13세에서 18세 사이가 되면 부모가 중절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이때 중절이 결정된 아이를 “언와인드”라고 부르는데, 정작 아이는 이에 어떠한 결정권도 행사할 수 없다.

🔖너희 언와인드들은 모두 똑같구나. 아무도 너희를 사랑하지 않으니, 너희 역시 아무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 테지.

수확자를 읽을 때처럼 단숨에 호로록 읽었다. 한 번 손에 들면 멈출 수 없는데, 그냥 재미로만 즐기기엔 아쉬울 만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한다. 원치 않는 임신임에도 끝까지 책임져야 할까, 책임질 형편이 되지 않으면 애초에 낳지 말았어야 할까, 장기이식 산업이 자본주의를 만나면 생명의 가격은 어떻게 매겨질까? 삶의 의미와 존엄이란 대체 무엇일까 등등. 1권만으로도 벌써 재미와 질문, 두 가지를 다 잡았다. 게다가 시리즈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분히 완성적이라 2권이 더 기대되는데…1권에서 정립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또 얼마나 색다른 충격을 가져올지 다음 권 얼른 plz🙏

#언와인드 #닐셔스터먼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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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는 선물이구나 - 아이의 말 속에서 피어난 성장의 순간들
임정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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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광고
👦아들한테 소중한 기억은 뭐야?
👶엄마랑 아빠랑 재미있게 논 거, 그게 전부야

❝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한 편의 긴 사랑의 이야기다❞ – 미치 앨봄

엄마의 산모수첩, 그 안에는 나를 향한 무한한 사랑과 하루빨리 보고 싶다는 기대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내가, 대체 뭐라고 그렇게 커다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를 떠올리면 금세 마음이 찡해진다.

이 책도 그랬다. 산모 수첩을 읽었을 때의 마음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번엔 아빠의 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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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의 어떤 가치와 기준들을 인식하건 못하건, 습득하건 못하건, 수행하건 못하건, 여전히 제자리에서 너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뭉근한 애정을 담은 시선으로 너만의 기준을 찾아가는 것을 응원하며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될 때, 지켜야 할 것은 자연스레 지켜지게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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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는 선물이구나》는 아이의 순간과 말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더 좋은 부모, 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고심한 아버지의 흔적을 담은 책이다. 아버지의 시선은 때로 아이의 마음과 의중을 탐구하는 관찰자 같고, 때로는 어떻게 옳은 방향으로 이끌지 고민하는 교육자처럼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그 안에는 사랑이 깊이 깃들어 있다. 그리고 이 다정한 시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존재가 선물처럼 내 안에도 머물게 된다.

이렇게 스며든 마음 덕분에 아이들에게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사랑을 많이 줄 수 있는 그런 어른으로. 아이는 자라서 언젠가, 아버지가 쓴 이 책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확실한 건 아버지가 남긴 이 진심 어린 말들이 크고 깊은 자양분이 되리라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을 향해 온 마음을 다했던 부모님의 모습이 더 또렷하게 와닿을 것이라는 거.

이 책은 마치 아이를 향한 느린 편지 같다. 아이의 성장에 기뻐하고, 아이와 세상을 어떻게 이어줄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얼마나 깊은 사랑이 담겨 있는지 전해진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새 아버지가 꼭 나에게 건네는 이야기처럼 마음에 닿는다. 어쩌면, 아이였던 우리 모두를 위한 다정한 메시지가 아닐까.

아빠 보고 싶다🥹

🔖사랑의 정서를 흩날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순간이 영원에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했던 스쳐 흐르는 순간들을 고이 접어 이곳에 모아둔다.

#오늘도너는선물이구나 #임정호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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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 글리코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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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적의 머릿속에 선입견을 심은 사람이 이긴다.

익숙한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이 떠오르고, 주 무대가 학교라는 점에서 <카케구루이>도 생각났다. 모두가 우습게 보거나, 헐렁하게 바라볼 때, 적의 허를 통쾌하게 찌르는 주인공의 모습은 언제나 사이다.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카케구루이>에 더 가깝지만 아무도 안 죽고, 안 다치는 그야말로 순하고 밝은 청춘물이다.

책에선 가위바위보 같이 익숙한 게임들에 특수한 규칙을 하나씩 넣어 진행된다. 애니나 웹툰처럼 술술 읽히고, 그림 설명도 있어 게임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지만, 어쩐지 바보가 되🥹 최소 공배수나 소수 이런 거나 겨우 떠올릴 때 여기 인물들은 생각지도 못한 필승법을 가져와서 어느 쪽이 이기든 납득 가능. 난 옆에서 그냥 응원만 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계단 올라가기(지뢰 글리코), 가위바위보(자유 규칙 가위바위보), 포커(포룸포커)가 가장 흥미로웠다. 2편이 나오면 무조건 볼 생각. 이세돌님이 이 책 추천하셨던데, 이 게임으로 데블스 플랜에서 다시 활약해주시면 안되나요¿ 특히 자유 규칙 가위바위보랑 포룸포커👀✨️

#지뢰글리코 #리드비 #아오사키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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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브루노 야시엔스키 지음, 정보라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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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해고당한 노동자 피에르. 그는 한순간에 일자리도, 집도, 여자친구도 잃었다. 그에게 남은 건 증오뿐. 그리고 이 증오는 파리 전역에 흑사병을 퍼뜨리게 했다. 수많은 사람이 죽기 시작했고, 이 증오로 똘똘 뭉쳤던 남자 역시 결국 죽는다. 그 후 파리는 같은 민족과 이념 등으로 구성된 작은 공화국으로 나뉘기 시작하는데…

솔직히 이 책 쉽지 않았다.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싶으면 새로운 인물이 뿅 하고 나타나 처음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겨우 익숙해질 만하면 또 다른 배경, 또 다른 말투, 또 다른 서사가 등장한다. 인내심이 바닥을 칠 즈음, 흩어져 있던 인물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기 시작하는데 그때 비로소 재미를 느꼈다. 게다가 시적 표현과 익숙하지 않은 유럽 역사, 공산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뒤섞여 책을 다 덮고도 ‘이해한 게 맞나?’ 싶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생각이 많아진다.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나눠 가진 자유 속에서 또 다른 차별이 싹트고, 그렇게 꿈꿨던 곳이 또 다른 감옥처럼 느껴져 묘하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 소설의 마지막은 특히 유토피아를 떠올리게 하는데, 공산주의가 몰락한 지금 이 시점에선 하나의 환상처럼 느껴진다. 그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더라도 인간의 욕망과 편견은 여전히 남아있을 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이 옳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이며, 스스로의 성찰과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적절한 타이밍에 적합한 책을 만난 기분이다.

#나는파리를불태우다 #김영사
#브루노야시엔스키 #정보라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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