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3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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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연신 재밌다를 외쳐서 이제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 3권도 역시 닐 셔스터먼이 닐 셔스터먼 했다.

그동안은 언와인드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서사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 개인을 삼켜버린 거대한 구조와 흐름으로 조금 더 옮겨간다. 오펜하이머처럼 과학자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기술, 전쟁과 두려움으로 자신의 앞만 보게 된 사람들과 그런 그들에게서 나온 정책, 욕심과 욕망을 먹고 팽창해 나가는 법안, 세뇌와 선동으로 뒤섞인 광고의 발전, 그리고 이 구조 속에서 고통받고 희생되는 아이들의 분노와 저항까지.

🔖십일조를 제외하면, 어떤 언와인드가 자신을 언와인드해도 좋다고 허락을 하던가요? 언와인드는 허락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 필요의 문제입니다. 언와인드가 시작된 이래로 줄곧 그래 왔습니다.

읽다 보면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그럴듯하게 느껴져서 오싹하다. 언와인드도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하면서 봤는데, 닐 셔스터먼은 기술 발전과 사람들의 욕심이 합쳐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또 그게 얼마나 반복되어 왔는지를 떠올리게 한다. ‘돈이 있고 합법인데, 왜 하면 안돼? 그게 왜 나빠?’ 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일들처럼.

게다가 이 시리즈는 매 권마다 놀라운 상상력으로 세계관을 확장한다. 1권에서는 언와인드라는 설정을 건넸다면 2권에서는 프랑켄슈타인을, 이번 3권에서는 1, 2권에서 시작된 질문을 더 심화하여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2권 리뷰에서도 적었지만, 짜증나는 인물이 있더라도 완전히 미워할 수가 없다. 구조 속에 한 개인이 얼마나 약한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되니까🥹

예상치 못한 소재에, 세계관도 현실적이고, 인물도 입체적이고. 마지막 4권도 두말할 필요 없이 그냥 무조건 재밌을듯‼️ 닐 셔스터먼, 오래오래 무병장수하시길🙏

+ 아직 번역이 안된 언와인드 시리즈 1.5인 unstrung 을 읽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나오는 부족이 3권과 이어질 줄이야. 1.5권도 1권의 레브가 사이파이와 헤어진 후 묘지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읽지 않아도 줄거리를 이해하는덴 크게 문제가 없을 거 같지만 그래도 세계관 이모저모를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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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2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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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승리감에 취한 사람들은 정작 언와인드라는 문제 전체에 대해서는 눈을 감았다. 언와인드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제 다른 곳을 보며 자신의 양심이 깨끗하다고 믿을 수 있었다.


진보한만큼 퇴보한 것 같은 세계. 사람들의 반발은 생명법 연령을 한 살 낮추는데 그쳤고, 각종 방송 매체에선 좋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교묘하게 포장한 언와인드 광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세계에서 코너는 피터팬처럼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을 네버랜드로 데려온다. 그리고 리사는 이 아이들을 케어하고 치료하다, 웬디처럼 후크 선장에 붙잡힌다. 한편, 레브는 자신만의 리바이어던이 되어가고, 이 이야기에 완전히 새로운 인물인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는데…

🔖아무 질문 없이 인생을 살다 보면, 질문이 닥쳤을 때 제대로 답할 수 없어.

2권에서는 세계관이 한층 더 촘촘하고 탄탄해졌다. 아이들은 조금씩 이 세계의 실체에 다가가고, 자신들의 내부적, 외부적 문제에 계속 부딪히면서 성장해간다. 이야기가 심리적으로도, 설정 면에서도 설득력 있고 그럴듯하게 다가오는데 하물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 조차도 그 밑바탕엔 불안과 결핍이 자리 잡고 있다는게 느껴져 어느새 이해하게 된다.

역시 닐 셔스터먼. 이번 책도 마지막 장을 보는데 밤을 새웠다. 다음 책도 이 정도라면 피곤함과 하루를 기꺼이 바꿀 수 있을 듯🫠✨️

#언홀리 #언와인드2 #열린책들 #닐셔스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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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프레임
조성환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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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 《무명사신》

선글라스를 착용한 ‘무명 사신’들. 인간의 삶을 지켜보다가, 수명이 다한 자들의 죽음을 거둔다. 사신들의 세계에도 사무직과 현장직이 있고, 경쟁하며, 나름의 고민이 있다.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이는데,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살인자와도 유사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신이 구분되어지는 건 대체 무엇 때문일까?


👥️ 《제네시스》

어떤 로봇이 행성에 착륙해 행성의 시작을 분석한다. 그곳엔 자연과 동물이 공존하고 최초의 인간 한 명이 존재한다. 최초의 인간은 생물을 먹고, 지형을 파괴하며, 동물을 괴롭히는 등 무료함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산 혹은 무언가에게 어떤 걸 부탁하는 장면이 지나가고, 또 다른 인간이 탄생한다.

두번째 인간은 과일을 먹고 단어를 말한다. 최초의 인간과는 전혀 다르다. 이왕 둘 있는 거 다름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잘 지내길 바랬지만, 어림없지. 이들은 싸우고 다시 고독해지길 반복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생각지도 못한 재앙이 퍼져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여러 번 봤다. 그리고 볼 때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장면이 있었다. 프레임에 다 담지 못한 여백 혹은 행간이 있기 때문일까. 독서 모임원들과 함께 보고 해석을 나눠보면 아마도 다 다른 이야기를 꺼낼 것만 같은 느낌.

《제네시스》, 《무명사신》 두 개의 이야기가 수록된 이 책은, 작은 프레임 안에 시작과 죽음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사실 처음에 잘 몰랐다. 여러 번 읽다 보니 그제야 사람에 대한 다정한 시선에 대해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시점부터 이 작품에 애정이 생겼다. 특히 《무명 사신》. 이 책을 혹시 보게 된다면 《무명 사신》부터 보시길 강력 추천.

#스몰프레임 #조성환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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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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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원고료지원
#이키다서평단

이 소설은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는 시의 마지막 문장에서 시작된다. 세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에는, 이어지지 못하고 끝내 평행선만을 걸어가는 여성과 남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읽다 보면 환경에 맞춰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 일자리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섬뜩함이 느껴지는데, 정말 이 책의 제목대로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 걸까.


🙎‍♂️ 아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방식이 그래. 그냥 아일랜드의 관습이야. 보통 아무 의미도 없어.

🙎‍♀️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날 저녁의 기억이 별로 없었다. 나중에 설거지를 도와줄 필요가 없어서 기뻤다는 것 밖에.


각 단편 속에서 여성들을 대하는 남성들의 태도는 꽤 뚜렷하게 구분된다. 정성스러운 요리와 아침에 같이 눈뜨는 것 외에 어떠한 불편함도 감수할 수 없는 남자1. 당연하게 그리고 익숙하게, 으레 그렇듯이 얕잡아 보는 남자2. 보호해야 할 꽃처럼 바라보는 남자3.

이중에 꽃으로 보는 건 그래도 괜찮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사실 여성을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국 셋 다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다. 게다가 꽃을 아끼고 보호하다 수틀리면 꺾을 수도 있는 거고.. 특히 마지막 편은 하 💨

클레어 키건은 아버지로부터 이어져 온 기형적 권력 구조와 그 속에서 자라난 비틀어진 인식이, 인간관계에 어떤 이물질과 균열로 이어지는지를 그려냈다. 특히 클레어 키건 특유의 생략과 여백의 미가 이번에도 돋보였는데,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어? 이게 큰 문제가 돼?’라거나 ‘아 무슨 마음인지 완전 잘 알겠어’로 나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소설 밖에서 이 감상의 간극 또한 평행을 이룰 때, 이 책의 제목대로 정말 너무 늦어버린 걸지도.

한 번 보고, 두 번 읽고, 회독을 달리할 때마다 못 보고 지나쳤던 여백의 진가가 드러나는 클레어 키건의 신작 소설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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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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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원고료지원
#이키다서평단

스티븐스 가족은 매년 같은 바닷가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특별할 것 없는 여행, 늘 묵던 낡은 숙소, 비슷비슷한 일정. 이 소설엔 반전도, 큰 사건도 없고, 누군가의 굴곡진 감정 변화도 없다. 대신 소소한 기쁨, 잠깐의 실망, 누군가를 배려하는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쌓인다. 그러다 어느새 이 가족의 여름휴가에 함께 머무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읊조린 말들도, 작은 몸짓이며 생각도 남지 않으니, 깊은 감사함만이 시간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머무른다.

이 소설은 작가의 배경을 알고 나면 훨씬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을 쓴 R.C. 셰리프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사람으로, 전쟁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내며 소설 속 평범한 여름 휴가를 간절히 바라고 그리워했다. 휴가 전날부터 시작되는 잔잔한 설렘, 도착지까지의 기차 여행, 해변 산책, 오두막을 얻고, 다과를 먹으며 나누는 가족 간의 대화 등등. 평범해 보이지만 이 모든 게 간절함이 불러온 일상임을 떠올리면 ‘사는 게 뭐 별거야’ 싶은 마음과 동시에 그냥 그런 하루들이 ‘사실은 꽤 괜찮은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름휴가의 풍경과 스티븐스 가족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았다.

아마 이 책을 처음 편집한 사람도 소설의 한 글자, 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닐까. 작가가 정말 간절히 원했던 평범한 나날들을 통해 당연하게 여겨지던 가족과 일상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 《구월의 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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