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학사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 지음, 박민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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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대 인도 철학부터 중국철학까지 동양 철학을 아우르고 그리스 철학부터 20세기 철학 사상의 주요 방향을 두루 소개하고 있다. 동양 철학은 서양 철학과 다르다. 서양인은 시간을 항구적인 무엇, 즉 과거에서 시작되어 우리가 현재라 부르는 시점을 지나 미래로 이어지는 무엇으로 여기는 반면, 동양의 불교도들에게 시간의 경과는 연결된 흐름이 아니라 순전히 개별적인 순간들이 이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지속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역사란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불교의 전파 과정에는 한 번도 유혈 사태가 없었는데 이점은 기독교 선교, 특히 중미 대륙에서의 서교와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어째서 우리는 번뇌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동양의 대답은 우리 외부에 있는 무엇이 원인이 아니라 우리 존재 자체가 원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원인으로부터의 해탈이 목표가 된다.

 그리스와 서양에서 과학적 논리학이 발달한 것은, 인도게르만어의 문법에서 명사와 형용사, 동사 등이 엄격히 구분되고 주어와 술어 목적어 역시 그렇다는 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런 과학적 논리가 발달할 수 없었고 발달하지도 않았다.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는 단연 공자이다. 공자는 ‘직분이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직분을 얻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근심하라’고 말했다. 노자는 공자보다 한 걸음 더 나가 있는데 공자는 선을 선으로 대하라 하지만 악을 선으로 대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자는 악 또한 선으로 대하라고 가르친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로 여행을 떠나보자. 스피노자는 예수를 신의 아들이 아니라 모든 인간 중에 가장 위대하고 고귀한 자로 생각한다. 그에 의하면 신은 곧 자연이고 실체이다. 어리석은 자는 외적 원인에 의해 갖가지 방식으로 휘둘리고 마음의 참된 만족을 결코 얻지 못한다. 그러나 현자는 마음의 동요가 없으며 자기 자신과 신과 사물을 그 영원한 필연성과 함께 인식하고 결코 존재하기를 중단하지 않으며 또 마음의 참된 만족을 유지한다.

 계몽주의 철학에서는 칸트를 빼놓을 수 없는데 칸트에 의해 이제까지 인간이 외부 세계, 대상에 의해 제약받았다면, 이제 모든 것은 인간의 주관으로 대상을 파악하게 되었다. 인간이 자연법칙의 제정자인 셈이다. 이것을 그는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이라 불렀다. 칸트는 합리론과 경험론을 종합했다고 평가된다.

 19세기 철학으로 가보자. 피히테는 사물의 존재가 아니라 사유로부터 출발해 사물들에 대한 우리의 표상을 도출했다. 그는 완전성을 향한 자아의 노력 이외에 신이란 것을 상정하지 않았다. 그는 당대에 무신론이라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셀링은  칸트와 계몽주의에 반발하여 오직 인간의 자율성에만 의지한다면 올바른 도덕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사유 법칙과 윤리 법칙은 ‘신’에 의해 정립된 것일 때에만 ‘법칙’의 의미를 갖는다. 이어 헤겔은 피히테의 주관적 관념론이나 셀링의 객관적 관념론을 넘어 절대적 관념론을 주창했다. 헤겔에 따르면, 세계 전체의 발전 과정은 정신의 자기 전개이다. 헤겔에게 존재란 무엇인가. 세상 어디에도 존재는 없다. 특정한 존재자들 뿐이다. 결국 하나의 존재란 자신의 대립물인 ‘무’인 것이다. 이 존재와 무의 모순은 ‘생성’의 개념에서 해소되며 이 새로운 개념에 의해 존재와 무는 상호 침투한다. 그리고 이 개념이 다시 새로운 출발점을 이루면서 개념들의 연쇄적 계열이 형성되다. 이로써 그 최고 단계인 절대정신에 다다르게 된다.

 하드커버에다 천 페이지가 넘는 무거운 책이어서 들고 다니며 읽기에는 부적합하다. 사전처럼 집에 두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 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단순히 철학자들의 생각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관점을 함께 제시해 주고 있으며, 논쟁의 구도와 그 맥락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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