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이후 프런티어21 13
테리 이글턴 지음, 이재원 옮김 / 길(도서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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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날 육체는 굉장히 인기 있는 얘깃 거리가 되었다. 그러나 이 육체는 더이상 배고픔에 굶주린 육체가 아니라 에로틱한 육체일 뿐이다. 거기에는 노동하는 육체에 대한 관심이 없다.

 

 테리 이글턴은 오늘날 유행하는 자유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한다. 자본주의는 모든 감각에 탐닉하라고, 가능한 한 뻔뻔스럽게 오감을 만족시키라고 우리를 재촉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하게 될 뿐이다. 자유주의자들과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순응주의에 반대하며 본질주의에 반대한다.

 

그들에게 진리는 없으며 총체로서의 사회도 없다. 그들은 객관적인 것도 부정하며 규범을 공격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 정치는 없고 문화만이 남아 있다. 규범이 늘 우리를 구속한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게 믿는 것 자체가 낭만적 망상일 뿐이다.

 

살해범이 처벌 받고 교통 신호를 지켜야하는 규범을 무시한다면 우리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2차 대전 이래로 문화이론이 느닷없이 등장했다. 소비 사회가 번성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역사상 처음으로 대중 매체, 대중 문화, 하위 문화, 젊음에 대한 숭배가 사회적 힘으로 여겨지게 된 시기였다. 자유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이 시기 활발하게 널리 퍼졌다.

 

문화적 상대주의, 다양성, 다원주의 등은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회피하는 설명 방식이다. 그들은 '차이'를 존중했다. 그러나 테리 이글턴은 이 책에서 보편성과 객관성에 대한 요구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정치적 좌파들은 '이론'이 늘 직접적으로 '실천'과 맞물려야 한다는 실용주의를 갖고 있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반위계적인 것이  왜 위계적인 것보다 바람직한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는 칸트주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칸트에게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단지 다른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칸트는 이런 목적-자체임을 행복이나 성취에서 떼어 놓는 식으로만 자신의 생각을 정식화 했다. 좀더 고전적인 도덕적인 사유는 오히려 이 둘을 결합해 이해하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헤겔 그리고 마르크스의 계보에서 테리 이글턴의 사유를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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