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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
강명관 지음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강명관 교수가 쓴 그림으로 본 풍속 이야기책.
혜원의 풍속화 전집인 <혜원전신첩(蕙園傳神帖)>에 실린 30장의 그림을 통해 조선 후기의 풍속사를 풀이한 것으로, 혜원의 그림을 바탕으로 관련된 사료와 한시(漢詩) 등을 연구하여 조선시대의 내밀한 모습과 남녀들의 풍류와 성문화를 실감나게 그려보인다.
그러다 문득 마음을 뒤흔드는 구절을 만났으니, 옮겨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주사위의 숫자는 우연에 기댈 수 밖에 없지만, 말을 운용하는데에 요령이 있다.
나는 이 세상에는 선택받은 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 인간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설혹 이 전제를 받아들이더라도,
그러니까 내가 선택받은 자가 아니고 운명에 휩쓸릴 수 밖에 없더라도,
이 세상을 주체적으로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다.
주사위를 던진다는 것은 다분히 운명적인 것이다.
그 숫자가 무엇이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인간의 지혜와 노력이 끼어들 틈이 있다.
말을 잘 운용하면 되는 것이다.
말을 잘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윷놀이에서 흔히 겪는 일이 아닌가?
훗날 운명론의 늪에 빠지더라도 실망하지 말 것 !
함정에서 빠져나갈 비책이 있으니, 말을 잘 부리면 되느니라......
실로 우주의 질서가 확연하게 내 손에 잡히는 순간이었다....
보통의 게임이나 도박과는 달리 윷놀이와 주사위에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배제하고
말을 잘 운용함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아갈 여지가 있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