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의 순간 - 영원한 찰나, 75분의 1초
박영규 지음 / 열림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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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침의 순간> 이 책은 진리의 깨달음으로 불교의 법맥을 이어간 고승들의 일화가 담겨 있다. 책의 시작점은 달마 대사다. 붓다의 제자들로 이어져온 법맥을 전수받은 28대 조사로서, 인도에서 중국으로 와서 진리를 전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달마 대사의 초상화는 무척 유명해서 그분의 이름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제자에서 제자로 선불교가 전해졌다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지금과 다르게 여행이 쉽지 않은 2천여 년 전에 중국이라는 나라를 향해서 기나긴 여행을 떠나온 달마대사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무척 궁금해진다.

 

이 책의 저자는 좀 특별하다. 고승들의 일화와 선불교의 전래에 대해 쓴 소설가이다. 작가적 시점에서 선불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새롭게 다가왔고, 또 이미 있어온 일화들을 독자들에게 전해주면서 사유를 불러일으키고, 무척 재미있게 읽게 된다. 선불교에서 전해져오는 책에는 선사들의 문답이 단순하고, 좀 못 알아듣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저자는 작가적 시선에서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면서 독자들을 책 속으로 안내한다.

 

인도에서 불교의 부흥기가 끝나갈 무렵 달마라는 28대 조사가 중국으로 온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이다. 이 책은 그때 일어난 일들을 선불교의 실마리로 놓는다. 위나라 황제는 달마 대사가 중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는데, 거룩한 구도자의 모습이 아니라 거지 몰골에 가깝고 짚신 한 짝을 머리 위에 올려놓은 달마 대사를 보고 황제는 실망하였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달마대사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터졌다. 다 헤진 옷에 부리부리한 눈매로 다정다감하지도 않은 달마 대사의 영적인 지혜가 있었기에 불교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꽃피울 수 있었을 것이다.

 

달마대사가 9년간 면벽수행하면서 기다린 제자가 눈 오는 밤에 찾아와 한쪽 팔을 자르고 마음이 불안하니 진정시켜 달라고 청하였다.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라고 한다. 찾을 수 없다고 제자가 대답했다. 달마대사는 마음은 실체가 없어 찾을 수 없다고 하여 혜가는 마음을 쉴 수 있게 되었고, 그가 2조 혜가 대사였다. 혜가 대사에게 찾아온 3조 승찬 대사도 죄를 없애달라고 청하고, 죄 또한 실체가 없어서 찾을 수 없는 마음임을 일깨워주었다. 4조 도신, 5조 홍인, 6조 혜능 대사에 또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위대한 구도자들의 선문답으로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이 쉼을 얻고 마음의 지평이 넓어지는 시간이었다. 또한 바쁜 생활 속에서 잊고 지내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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