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생각
정법안 지음, 최갑수 사진 / 쌤앤파커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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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생각> 이 책을 한참동안 깊이 들여다본 표지의 손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손에 드러나 있는 잔주름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결코 순간순간을 허투루 쓴 적이 없는 강건함과 생에 대한 경외를 느낀다. 모두 잠든 새벽에 깨어서 정진하고 자신에게 정직하며 궃은 일도 마다하지 않아 마모된 이 손이 주는 무언의 가르침을 생각하게 된다. 그 마음이 내 마음에 전해진다.

 

이 책은 당대의 큰 스님들과 그분들의 일상속의 숨어 있는 일화 속에 생생한 가르침을 접할 수 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만 별이 아니다. 현대의 물질문명 속에서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생생하게 빛날 수 있는지 한 생애동안 정진과 수행이 깊어진 책 속의 스승들이 이 시대의 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해 이름도 명예도 다 버린 수행자의 삶을 살아간 침묵속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사람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을 5배 이상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날마다 좋은날’(p.21)이라는 말을 남긴 운문 선사의 이 선어는 오랜 불교 전통 속에서 전해져오는 말 같은데, 지나간 것에 연연해하지 말고 지금 현재에 생생하게 살라는 의미가 담긴 것 같다. 보름 후의 일은 어떠한가 라는 질문을 제자들에게 했다고 한다. 제자들이 대답을 못했고, 선사는 ‘날마다 좋은날’이라는 말을 남겼다. 선사의 말로부터 아마 천년도 더 지났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다시 기억하고 만트라처럼 되뇌고 싶은 말이다. 생생하게 살아 선기를 느끼는 언어나 행동은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현재에 그대로 힘을 부여한다.

 

요즘은 뉴스를 보면 얼른 채널을 돌리게 된다. 불특정 대상에 대한 범죄나 사회에서 보호되어야 할 어린이나 여성들이 피해를 받는 경우를 볼 때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굴러다니는 저 돌도 부처다’(p.143)에 나오는 글은 무척 감동적이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도, 이웃도, 산과 들에 피는 꽃과 나무도 부처라면, 일상속의 모든 것이 모든 대상이 다 부처라는 말일 것이다. 이 말은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존중하고 이해하고 사랑해야할 대상으로 여겨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날마다 날마다 참 좋은 날이고, 모든 사람 모든 대상을 지구촌 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나부터 가져야함을 자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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