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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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 년 전 도서관에서 이 시집을 읽은 기억이 난다. 개정되어 새하얀 표지에 까만 글씨로 흘려 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시인 류시화님의 청춘의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집이다, 시인 특유의 정서가 담긴 시어들, 히말라야, 여우, 구름, 램프, 새, 굴뚝, 나무... 이런 시어들이 이국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나지막이 두런두런 소리 내어 읽어보니까 눈으로 읽을 때보다 더 내용이 와 닿았다. 시는 출간되는 순간 작가를 떠나 독자의 정신이 되고 삶이 되는 것 같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내 손에 닿아온 순간, 마치 나의 이야기가 담긴 것처럼 추억을 미래를 상상하며 날개를 펼친다. ‘여행자를 위한 서시’라는 시를 읽으면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라는 시 구절에 이끌려 배낭을 메고 길 위로 나설 것만 같다. 현실 속에 있으면서도 길 위에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시의 매력을 느낀다.   

 

저자의 시집이나 산문집에는 인도나 히말라야를 직접 여행한 경험과 체험이 녹아 있다. 독자들로 하여금 경건한 구도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낯선 이국의 향수를 느끼게도 한다. 낯선 곳을 향하면서도 따스하고 평화롭다. 마치 모래가 흩날리는 사막이나 바람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히말라야 설산. 인도의 어느 낯선 거리에서 방랑자의 모습이 되어 인간의 자연적인 성품을 노래하고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나무의 시’(p.39)가 좋아서 자꾸 읽어보게 된다.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이렇게 평범한 시어들인데 나는 나무가 되고 새가 되는 환상을 느낀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p.16)은 이 시집의 백미이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이 시 구절을 그냥 읽는 것만으로 마음에 치유를 느낀다. 이 시집은 평범한 삶을 노래하고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시어들인데 마음의 차원을 높여주고,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삶의 순간들에 집중하고 사랑하게 하는 힘을 준다. 시의 힘을 느끼게 하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읽을 수 있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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