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는 연습

하지 않는 연습 - 마음을 지키는 108가지 지혜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고영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9월

<하지 않는 연습> 이 책의 저자는 코이케 류노스케 라는 스님이다. 몇 해 전 ‘생각버리기 연습’으로 무척 인상 깊었던 일본 불교 수행자이다. 불교라고 하면 딱딱하거나 나와는 맞지 않겠지 하는 생각은 오산이다. 코이케 스님은 옛부터 전해오는 수행법을 그대로 전하기보다, 신세대 스님답게 현대인에 적합한 생활 수행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제목 위에 한 수행자가 신발을 벗어놓고 바다를 향해 앉아 있다. 이 바쁘고 할 일 많은 세상에 나도 이렇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친 삶, 지친 생각, 지친 관계에서 뭔가를 함으로써 자아를 찾아나가던 삶의 패턴을 돌이켜 이젠 '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이 책에는 108가지 마음 치유법이 담겨 있고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내한다. 한 장씩의 마음 치유법마다 내용이 짧아 언제나 어디서나 묵상할 수 있고, 어느 장을 펼쳐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신세대 스님이고 디지털 세대이므로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준다.

하지 않는 연습은, 무수한 정보로 어지러운 우리의 머리를 쉬게 할 수 있다. 이 말은 생각이라는 번뇌를 가라앉히기 위해, 찾아 헤매기 보다는 앉아서 자신을 돌아보고 통찰하는 시간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잠시라도 (1~2분이라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갖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좀 쉬라고 마음에게 말한다.

96장,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은 멀리한다.’ 저자의 삶의 체험을 통해 나를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다. 세상의 가치관으로는 좋아함을 구하고 싫어하는 것을 멀리 한다. 저자는 어떤 가수의 외모와 패션에 잠시 이끌렸고, 얼마나 중독성이 있는지 장난삼아 뮤직 비디오를 보게 된다. 그러나 좌선 중에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현상을 깨닫고, 마음의 평온을 위해 스스로에게 계율을 부여하는 글은, 내게도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간이 되었다.

<하지 않는 연습> 이 책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정신적 가치를 깨닫게 해준다. ‘인터넷을 벗어나 홀로서기 하는 것은 최고의 안식’(p.53)이라는 글도 마음에 와 닿는다. 자리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디지털 기기와 연결되고 접속하는 습관을 알면서도, ‘끄자’는 내면의 음성이 조그맣게 들릴 뿐, 그만 정보의 홍수 속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자는 ‘무소의 뿔처럼’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고의 안식을 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고 어떤 것에도 연결되지 않은 채 존재하는 법을 실천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