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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 책은 10년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지금의 이 책은 개정판이다. 예전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개정판으로 다시 만난 이 책은 재미와 감동이 그대로였다. 오랫동안 서점가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나 웃어댔는지 모른다. 좋은 책은 언제나 새로운 향기와 빛깔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시인, 번역가, 명상가, 여행가... 저자 류시화 시인을 뭐라고 규정해 부르기보다, 책을 읽으면, 저자의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고, 그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삶의 위트와 놀라운 통찰력에 마음속까지 시원해지고 행복해진다. 문장 한 줄, 글자 한 자, 행간 속에서 저자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정신과 내면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젊은 시절 인도 여행기다. 개정 전의 책을 펼쳐보니 1997년에 발행되었다. 무려 18년 만에 새 단장하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은 인도 여행기답게 인도의 문화와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삽화가 새롭게 실려 있다. 알던 책에서 다시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는 어려운 일인데도, 이 책이 주는 마음 속 깊이 전해져 오는 심오한 감동은 여전했다,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삶과 자신에 대해 깊은 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도를 명상하듯 방랑하듯 낯선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여행자가 된 저자를 통해, 나는 함께 여행을 나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국의 멀고 낯선 나라가 다정한 나라로 다가온다. 특히, 저자는 인도인 특유의 유머나 사고, 세계관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독자들은 인도라는 나라의 낯선 사람들 속에서 그들만의 고유한 민족성이나 삶의 해학에 매료되고,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나는 느낌이 든다.
‘노 프라브럼, 써’를 외치는 릭샤꾼, 차루! 가난하지만 근면하고 당당한 릭샤꾼이 ‘당신이 지금 행복하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 할 땐 그들의 삶이 명상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의 낯선 곳에 9일간이나 걸려 당도한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보내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아무 것도 없는 마을에서조차 저자는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낯선 마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 새로운 환경에서 여행의 고단함보다 삶의 여유와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참으로 감동으로 다가온다.
버스에서 만난 걸인 같은 사두를 통해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인가?’라는 질문은 저자도, 독자도 뭔가 알 수 없는 심오함을 선물 받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행색과 생활환경은 분명 보통의 것인데도 독자의 내면을 뒤흔드는 놀라운 삶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그 무엇을 ‘480원어치의 축복’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심장을 두드리며 사원은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그 당당함을 독자들도 사랑하고 크게 웃고 그들 속에서 신의 눈빛을 발견한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 책을 읽으면서 인도인 특유의 유머와 당당함, 재치와 넉살에 웃음이 터지고 마음이 따스하게 열리고 치유 받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가 다시 인도로 여행을 떠나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소탈하면서도 영적인 내면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늘 호수! 그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인간을 사랑하고 외로움과 불안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하늘 호수일 것이다. 저자가 만났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나도 삶에서 발견하고 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