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자 - 우공은 태산을 어떻게 옮겼나
열자 지음, 정창영 옮김 / 물병자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열자>는 노자, 장자와 더불어 3대 도가경전으로 꼽힌다고 한다. 사실은 열자를 역사책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낯선 이름이었다. 그런데 노자, 장자라는 큰 이름과 그 자리를 함께 한다니 놀라운 마음이 들었고 내용이 궁금했다. 저자 열자(列子)는 중국 고대의 도가 사상가이며, 열자로 알려진 열어구(列櫂寇)는 춘추 시대에서 전국 시대로 넘어가는 대혼란기에 살았던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대나 배경만 다를 뿐, 요즘 매일 보도되는 뉴스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열자의 지혜가 여전히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나의 마음은 계속 네팔에 가 머물러 있었다. 꼭 가보고 싶었고, 소박하면서도 경건한 아름다움을 지닌 나라가 현재 지구상에 현존해 있는 것이 놀랍다고 생각하는 찰나, 지진으로 카트만두가 무너진 것을 뉴스로 보면서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실체를 목도하면서 삶의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회가 어지러울 때나 자신의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중국인들은 도가의 지혜를 빌었다. <열자>에서 얻는 지혜로서 정신적인 여유와 자기만족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열자를 통해 마음의 평온을 얻고 싶었다. 열자는 하늘에, 땅에, 꽃잎에, 물속에, 5월에, 초록빛, 태양......그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었다. 드러나지 않는 현묘, 골짜기의 신은 스스로 그러한 자연 그대로로서, 드러난 현상에 머물러 있었다. 

 

열자는 도가적 우주론을 노자처럼 깊게 구축하고 있었나보다. ‘열자는 겸손하고 진지한 사람이었다. 그는 소박하고 조용한 은자의 삶을 살았다.’로 시작되는 이 책에서 나는 노자의 흔적을 많이 느낀다. 제1편 천서 중의 ‘태어나지 않은 것이 만물을 태어나게 한다.’(p.14)는 빼어나게 아름답다.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들은 모두 변화를 겪지만, ‘변화의 배후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도가 있다.’(p15)

 

스스로 그러한 자연적인 섭리가 우주를 통해 흐르고 있으며, 만물은 하나의 근원에서 태어나고, 변화와 생성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노자 도덕경의 1장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가 생각났는데, 이 도가의 영성가들은 우주의 근원, 심연을 바라보았고, 에고가 녹아내리고, 어둠속의 찬란한 광휘에 자신들은 스스로 희미한 빛이 되어, 그 빛을 가슴에 감추고 평범한 사람처럼 살았던 것 같다. 우주를 통해 흐르고 있는 우주적인 법칙을 따라 사는 것이 인간의 진실된 삶의 방법이라고 열자도, 노자도 말해주는 것 같다. 

 

<열자>는 제1편 천서(천지창조), 제2편 황제, 제3편 주목왕, 제4편 중니(공자), 제5편 탕문(탕임금의 질문), 제6편 역명(자유의지와 운명), 제7편 양주, 제8편 설부(인과관계에 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옛사람들의 패러독스에 허가 찔리고 우화와 지혜에 놀라게 된다. 수천 년을 이어온 깊은 메시지를 현대인의 언어와 감각에 잘 흡수될 수 있게 전달한다. 다채로운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생활 속에서 친숙한 고사성어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 <열자>의 비유 중에 비어있음의 가치(p.39)와 균형이 지극한 이치다(p.214)를 통해, 비움과 고요와 균형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하루도 싸움을 그치지 않던 난세의 시기에 열자는 맑고 빈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고서 무위와 자연스러운 품성을 지니고 살았다. 무거워질 때마다 공기처럼 가볍게 패러독스를 즐기며, 우화에 담긴 삶의 지혜는 독자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열자는 독자들에게 마치 이렇게 묻는 듯하다. 지금 무엇을 보고 있으며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가 라고. 문득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 열자의 눈빛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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