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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KOREA 프란치스코 메시지
곽승룡 지음 / 하양인 / 2015년 2월
평점 :
이 책 <2014 KOREA 프란치스코 메시지>는 작년 2014년 8월 14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그때 교황님을 가깝게 수행했던 대전 가톨릭대학 총장 곽승룡 신부님이 교황님의 발자취와 메시지와 행보들을 모아 이 책을 펴낸 것이라고 한다. 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작년에 다소 암울했던 세월호 사건으로 눈과 귀가 뉴스로 향해져 있을 때, 가톨릭의 리더이자 모든 이들에게 영적 스승이 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보았다.
8월 15일은 가톨릭에서 성모승천대축일이라고 하는데, 가톨릭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 TV에서 종교의 자유로움을 보여주고, 그날 가톨릭의 124위 시복식을 함께 전 국민이 뉴스를 통해 볼 수 있어서 참으로 신선하고 교황님의 행보에 시선이 쏠렸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면서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이 이국의 노사제는 연로한 모습 속에서 하나도 피곤해 보이지 않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한국인에게 다가온 것이다. 가장 낮게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위로의 선물 그 자체가 되어 오신 분,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대한 궁금증과 교황님이 한국인에게 주고자 했던 사랑의 메시지가 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 책은, 한국을 방문하기 전의 교황 프란치스코의 메시지와 실천하는 가난(1부), 맨발로 우리 옆에 서서(2부), 순교자를 기리다(3부), 젊은이여,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라!(4부)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5부), 그리스도인의 삶(6부)로 이루어져 있다. 교황님의 한국 방문과 대중들, 소외되고 고통에 찬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삶의 모습은, 신앙을 믿는 사람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그 영성을 배울 점이 많아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이 시대에 참으로 존경받는 영적스승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프롤로그에 소개된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 장면과 함께 하면서 너무나 아름답고 감사한 시간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p.6) 장애아동들의 삐뚤빼뚤한 율동과 잘 맞지 않는 노래는 그들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짐작할 수 있었고, 교황님은 가만히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계셨다. 마치 어린이들을 사랑하셨던 그분의 그리스도 예수님이 교황님 속에서 발현되는 것 같았다, 꽃동네에서 사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모습이 다를 뿐,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웠는지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그 시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연로한 나이에 이르러 수행을 받아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데도, 손수 자신의 가방을 들고, 높은 지위에 있는 권위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으로 다가가는 소탈한 모습에서 내적 생활과 사람들과의 친밀한 소통이 하나로 일치된 영성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떻게 그분은 평생을 그리스도와의 일치 속에서 사람들을 바라보았을까 생각해본다. 교황님이 사람을 섬기는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은, ‘모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동등하다는 믿음에 뿌리를 둡니다.’(p.19) 사람에 대한 존경과 존엄성의 가치를 귀중히 여겨 섬김의 모습은 위대한 사랑의 행동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빛이 됨을 알게 되었다.
교황님의 서명은, 겸손한 마음이 담긴 작아 보이지만 큰 사랑이 담긴 천국이라고 느껴졌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교황님은 한국에서 성지를 방문하실 때 방명록에 눈으로 보일락 말락 한 작은 서명을 쓰셨다고 한다. 작은 글씨 ‘프란치스코’는 교황님이 12세기의 가톨릭의 사랑의 성인 프란치스코의 삶과 같은 작은 길을 걷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 책 <프란치스코 메시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 ‘교황의 서명은 날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종이 위의 작은 서명이 우리에게는 자꾸만 커져 보였고, 우리의 마음을 존경으로 가득 채워줍니다.’(p.30) 이 책을 통해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황이라는 높은 자리에서 가장 평범하고 밝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읽어버린 양 한 마리를 어깨에 메고 오는 목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볼 수 있었다. 이 시대에 희망과 소통과 치유의 메시지로 전 세계인의 가슴속에 빛으로 다가오는 교황님의 삶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