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의 여행, 여행 - 풍경, 사람, 기억에 관한 오키나와 여행 이야기
고현정 지음 / 꿈의지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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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여행, 여행(女幸)> 이 책은 대중들에게 친숙한 이름, 배우 고현정님의 오키나와 여행 에세이다. 책의 제목에 눈길이 머문다. 아! 고현정의 여행은 여자가 행복한 여행에서 나아가 사람이 행복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라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착각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자연과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과 인생의 순간들이 얼마나 찬란한지 발견한다.

 

저자는 집 밖을 잘 나오지 않는 칩거를 즐기며 배우로서의 삶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던 중에, 이 책의 근간이었던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이라는 책을 읽고 여행길을 나선다. 오키나와의 작은 산호섬 다케토미에 도착하여 중요건축물 보전지구로 지정된 마을의 단아함과 여행이라기보다 평범한 일상 같은 풍경을 책 속에 담아 독자들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의 한 부분임을 알게 해 준다.

 

해변과 하얀 모랫길, 붉은 기와지붕, 돌담, 티끌 하나 없이 맑은 오키나와의 하늘이 책속의 풍경으로 담겨있고, 일상의 삶처럼 편안한 사진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새롭거나 낯선 풍경이 아니라 편안한 쉼, 휴식 같은 사진들이 마음에 들어왔다. 마치 내가 오키나와의 햇빛과 바람 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 이 책을 읽는 순간, 드라마에서 보던 저자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지인처럼 느껴져 단어나 문장, 행간 사이로 고현정님의 삶의 숨결이 느껴졌고, 자신의 일기에 쓰듯 진실한 낮은 음성도 들리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여행과 함께 풀어내고 있었다.

 

대중에게 알려진다는 것의 피로함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은 알 수 없는 일이다. 파도를 몇 번 넘는 동안 가슴 속 깊은 심연에서 우러난 인생에 대한 달관과 삶에 대한 이해가 글 속에서 느껴져 왔다. 여행에 대해 쓰는 것이 자신의 삶에 대해 쓰는 것처럼 보인다. 담담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일기를 쓰듯 편안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제게도 봄 날 같은 날이 오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면서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웃던 고현정님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책에서 인상에 깊이 남는 내용 중에 인생의 무게는 누구나 느끼게 마련인데, 어떻게 잘 소진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오직 충실하게 현재를 살아야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그것은 둥근 공 위에 서서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지만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 간단히 해결될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나도 여기에서 무게를 덜어낼 수 있을까?’ 저자의 마음에서 덜어내고 싶은 그 무게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산호섬에 대해 적은 글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산호는 긴 세월동안 땅 위로 올라와 바람을 맞고 비를 맞고 깎이면서 원래의 모습은 끝까지 다 소진되고 알알이 부서져 하얀 길을 만들고 겹겹이 쌓여 돌담을 만든다고 한다. ‘산호를 보면 나도 뼛속까지 다 소진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어떤 캐릭터든지 어떤 인물이든지 갑자기 훅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리라. 저자는 ‘선덕여왕’의 미실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칩거를 하는 동안 새로운 삶을 선택하듯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다.

 

저자가 읽었던 ‘새로운 오키나와 여행’을 통하여 나온 이 책 <고현정의 여행, 여행(女幸)>은 오키나와에서 그 책의 저자와 소재가 된 자연과 사람들을 책 밖에서 다시 조우하면서 여행은 알차고 행복해졌다. 삽화 같은 그림도 재미있고 오키나와의 정겨운 풍광과 따스한 사람의 미소에, 나도 언젠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자연을 향해 미련 없이 털고 일어나 여행길 위에 서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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