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10
테마수필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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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림 출판사의 열 번째 테마수필의 제목에 저절로 미소가 나온다. ‘선물’이라는 언어 속에는 신비롭게도 마음 깊은 곳까지 넉넉해지는 풍요로움과 따듯한 설렘이 담겨있다. 필진들의 삶속에 담긴 선물 보따리를 풀어보고 싶다. 무한한 상상이 펼쳐진다. 찬란한 햇살처럼 눈부시게 펼쳐질 스물 네 편의 수필 속에 담긴 선물들이 내가 가보지 못한 길 위에서 손짓하는 듯 했다.

 

‘내 삶을 채우고 있는 선물’이 나에게 주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직접 주고받는 물건만이 아니라 인사 한마디, 문자 한 통, 양말 한 통, 푸성귀 한 줌도 선물이라는 작가분의 삶에서 우러난 체험이 내 안에 소중한 울림을 주었다. 살아온 날이 모두 선물이어서 유니셰프에 내는 성금이나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 선물이 되어주는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돌아보고 성장하게 하는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향기로운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매월 나가야 할 자금에 대한 압박과 월요일 강박의 시간을 지나와 긴 어둠을 돌아보며 이유 없이도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된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나는 일요일’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사소한 일상이야말로 선물임을 발견한다. 마음 뭉클해지는 ‘특별한 선물’은 학교 폭력에 가담한 한 중학생이 지도 선생님인 저자에게 찰흙으로 빚어 드린 조그만 접시였다.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비뚤어진 글씨가 살아 숨쉬는 ‘나만의 접시’는 아마도 황금접시보다 귀하고 아름다웠으리라.

 

학생들의 친필이 담긴 피켓과 포스트잇을 특별한 존재처럼 간직한 ‘감사와 정성의 징표’에서 선물이 ‘남에게 인사나 정을 나타내는 뜻으로 물건을 줌’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는 것임을 알게 된다. 선물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형식이나 물질적 가치를 드러내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무모한 욕심의 표현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사실은 선물의 기능을 어떻게 선택할 지 스스로 판단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그러나 진정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따듯한 마음의 표시인 선물은, 공감과 배려에서 시작된다는 조언에 귀 기울인다.

 

‘나는 선물이었을까’에서 사람이나 동물이나 함께 사는 정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생채기 몇 개 쯤 지니고 살아가는 잃어버린 시간 속에도 추억이 선물처럼 남아있고, 새로운 날들을 사랑하기 위해 찾아온 손 끝 저리게 행복한 위로에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존재였던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받은 선물만 선물로 생각했고 내가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선물이 되어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를 닦고 스스로 소중히 가꾸다 건네주었을까.’라는 글이 내 마음에 물음표를 얹어 놓고 달아났다.

 

테마수필 ‘선물’은 내가 타인에게서 받는 선물만을 헤아리기보다 나 자신이 타인에게로 가 선물 같은 존재가 되어주는 뜻밖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주의 모든 존재계가 더불어 공존하면서, 서로에게 존재 그 자체로서 선물이 되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내가 나를 소중히 가꾸고 건네준다면 세상도 나에게 따스함으로 손 내밀어 다가올 것이다.

 

초콜릿 다섯 조각, 송년회에서 받은 만년필, 은방울꽃 사진을 마음의 선물 상자에서 꺼내어보는 ‘주는 기쁨 채워지는 기쁨’은 작가의 남편분이 지인에게 빌려준 1억 원이 결국 부채로 돌아온 현실의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선물’의 여주인공처럼 탐스런 머리칼 같은 현금 전 재산과 결혼예물을 내어놓고, 산책길의 아침이슬에서 찬란한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누리는 작가의 내적인 풍요와 여유에 감탄했다. ‘그것을 소유하는 산책길이니, 나는 얼마나 부유한가?’라니! 온전히 주는 기쁨과 정신적으로 채워지는 기쁨이 바로 선물의 참된 모습임을 발견할 수 있었다.

 

테마수필은 언제나 일상처럼 편안한 쉼과 치유의 주제로 다가온다. 열 번의 모든 주제가 삶의 한가운데에서 건져낸 진솔하고 인생의 고귀한 가치를 느끼게 한다. 현대의 물질 위주의 문명과 디지털이 주는 차가운 금속성에서 벗어나 따듯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다. 생각과 정서가 고갈되어가는 시대에 내면의 얼굴을 조우할 때마다 조화와 균형을 되찾는 치유의 시간이다. 

 

테마수필 열 번째의 만남, ‘선물’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작은 꽃 한 송이. 따사롭고 눈부신 햇빛, 물 한 모금, 한 숟가락의 밥, 겨울나무의 고요한 침묵, 눈앞에 살아 숨 쉬는 생생한 현존이 나를 설레게 한다. 시선을 어디로 돌리든 내게는 모든 것이 선물처럼 보이고 느껴진다. 테마수필이 자각하게 해 준 내 인생의 고마움. 내어딛는 한 걸음에서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까지 살아가며 마주하는 모든 것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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