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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내려놓아라 - 몸과 마음이 분주한 현대인에게 전하는 일상의 소중함 ㅣ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5
뤄위밍 지음, 나진희 옮김, 김준연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잠시라도 내려 놓아라> 이 책은 한시와 화두가 탄생된 배경과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중국의 문학이나 역사 속에서 자주 등장하고, 동양인의 삶 속에 많은 영향을 준 한시와 화두는 ‘선’에서 이루어진다. ‘선’은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퍼져 중국인의 도교와 유교의 정신과 공존하면서 형성되어 동서양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고도의 물질문명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현대사회를 ‘피로사회’라고 한다. 한시와 화두처럼 격조 높고 깊은 울림을 누릴 수 있어 책을 읽는 동안 내려놓음이 의미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 뤄위밍님은 중국 푸단대학 교수로 이 책에서‘내려놓음’ 18편을 소개하며 귀하고 가치 있는 삶의 자세로 이끌어준다.
선, 한시, 화두...는 동양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동서양에 큰 영향을 준 정신적인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이라고 하면 고개를 저으면서 어렵고 난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된 한시를 읽어보니 생활 그 자체이며 아주 쉽게 쓰여진 비범함을 엿볼 수가 있었다. 담백하고, 소탈하고, 유연하고, 깊고, 아름다운 내면으로 이끌어주는 한시를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선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 제품에 집중과 단순함의 선적인 기능을 담아 현대인의 삶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1편에서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이 평상심이다’라는 말은 분별이나 생각, 집착 없이 무심으로 살아갈 때 가장 진리에 가까운 삶이라는 자각으로 이끌어 준다. 문득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은, 13편 ‘차 한 잔 마시게’였다. 조주라는 중국인 선사가 여러 명의 제자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차 한 잔 마시라고 말하는 것은 구태여 말로서 설명할 필요 없이 참된 본성으로 사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주었다.
내려놓음 3편에서 선불교의 6조가 된 혜능 스님의 일화는 무척 감동적이다. 스승과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신수라는 인물이 5조의 후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이름도 알려지지 않고 나무꾼이었다가 방아 찧는 일을 하는 글 한 줄 읽을 줄도 모르는 ‘혜능’이라는 청년이 5조의 후계자가 된 것은 참으로 놀랍다. 선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가 계약직 사원에서 사장님이 된 것이나 다름없는 파격적이고 놀라운 역사적 사건이었다.
스승의 눈에 띄인 혜능이 지은 한 편의 한시는 그의 됨됨이가 다 드러나서 6조가 될 수 있었다. 어느 책에선가 혜능의 한시는 선불교가 진일보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혜능이라는 분이 선지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분의 한시를 외우게 되었다. ‘보리에는 본래 나무가 없고 /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가 아니네 /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 어느 곳에 때가 앉으랴’(p.54)
멋지고 아름다운 한시를 소리 내어 읽어보기도 하고, 침묵 속에서 사색하는 시간이 되었다. 귀한 책을 만난 느낌이다. 두고두고 읽어볼 가치가 듬뿍 담긴 이 책을 통해 잔뜩 짊어지고 바삐 가는 걸음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내려놓음의 무심을 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게 되어 곁에 두고 자주 읽어보고 싶은 귀한 책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