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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평점 :
<그때 장자를 만났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저자가 만난 장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증으로 이 책을 펼쳤다. 장자의 한 대목을 소개하고 동서양을 넘나들며 특히 그리스 로마 고전을 활용하고 있어 동양과 서양의 철학이 한 눈에 들어오는 책이다.
저자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실직 속에서 고전으로 삶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간다. 특히 ‘장자’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복직 후 기자로서의 생활 속에서 1년의 해외연수의 기회를 받고 미국행 비행기에서 다시 만난 ‘장자’는 저자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는 계기가 되었고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된 것 같다.
저자가 다시 만난 ‘장자’에서 붕새 이야기는 독자에게도 감동적이다. 날면 구만리를 날아오르는 붕새와 나무에서 나무로 뛰어다는 삶이 전부인 매미의 비유는 내 삶이 붕새여서 매미여서도 아닌, 내 삶이어서 위대하고 그 사람의 삶이기에 위대하다는 저자의 말이 모두가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가는 그 자체가 위대하다는 자각으로 이끌어주었다.
장자는 전쟁이 일상이던 세상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 시대에 당장 목전에 전쟁을 겪고 있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의 경쟁과 우리 민족이 처해있는 특수한 현실을 통해서 개인과 사회가 더불어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세상 속으로 들어가라고 한 장자의 말을 기억한다. 이 책은 독자에게 자신의 변화(1부)와 관계의 변화(2부) 사회의 변화(3부)로 초대한다.
‘마음 비우기’에 나오는 서양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게 읽은 대목이다. 알렉산드로스가 바빌론을 점령하고 페르시아의 궁중 요리사도 마다하고 ‘나는 아침을 맛있게 먹으려면 야간행군을 하면 되고, 저녁을 맛있게 먹으려면 아침을 적게 먹으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쾌락주의 학파를 만든 에피쿠로스조차 고급요리를 마다하고 밥상에는 포도주 대신 물이 올랐고, 빵과 채소 같이 소박한 식탁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친구없이 먹는 건, 사자나 늑대의 삶이다.’ 그들의 삶이 참으로 놀랍다. 진정한 인간은 권력이나 명예 그밖에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것조차 욕심 없이 살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장자의 문장을 소개한 것 중에 기억에 남는 ‘성인은 새끼 새처럼 먹는다.(천지)’ 어미 새의 입속에 들어있는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를, 동물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본 적이 있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장자의 글을 읽는 순간 새끼 새의 식사를 생각해본다. 맛없다고 뱉어내는 일 없이 그저 어미가 돌아와 입 안에 넣어주는 먹이가 감사하고 행복할 것이다. 그보다 더 화려한 성찬은 없을 것이다. 성인은 특별한 경지를 사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을 위대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넘쳐나는 현대의 물질문명 속에서 장자와 알렉산드로스, 에피쿠로스 이런 철학자들의 삶이 주는 욕심 없이 텅 빈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
장자의 글 ‘뱁새가 깊은 숲에 들어도 몸을 두기는 한 나뭇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생쥐가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데 지나지 않는다.(소요유)’ 뱁새가 사는데 숲 전체보다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고 생쥐에게는 강물보다 물 딱 두 모금이다. 욕심으로 치면 사람의 욕심, 아니 나의 욕심이 저 작은 동물보다 미련하다는 자각이 들어 나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는 성인의 글이다. 욕심은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이 책에서 나는 주로 개인의 변화에 집중해서 읽어보았고 ‘마음 비우기’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는 동서양의 철학자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