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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 “힘내!”라고 하기 전에 먼저 안아 주신 분
위르겐 에어바허 지음, 신동환 엮음 / 가톨릭출판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프란치스코 교황> 이 책의 제목을 나지막이 불러보는 지금, 마음에 평화의 물결이 밀려오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성당에 다닌 기억이 있지만 굳이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영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분의 영적인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삶을 본받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축복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다.
1년 전 쯤 새벽에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딱 멈추어 그 새벽에 한 시간 동안을 잠을 잊은 채 시선을 고정한 기억이 난다. 로마 바티칸에서 사람들이 새 교황의 등장을 기대하면서 광장은 환호와 기쁨으로 넘쳐 있었고 실시간으로 방송이 되고 있었다. 나도 따라 TV를 바라보면서 그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인 베르골료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되어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발코니에 나타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제1부, 인자한 개혁가) 바로 그 순간의 이야기들이 이 책의 1부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어,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 책을 읽었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가난과 청빈을 살았던 아름다운 사람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아 프란치스코를 교황명으로 선택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 시대에 부응하려는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물질적인 가치관이 팽배해진 현대를 살면서 나는 어디에 서 있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며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등장으로 가톨릭교회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권위와 전통으로 답습하는 교회와 교황의 모습이 아니라, 처음 교황으로 나타났을 때 모든 사람들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모습이나 교황으로 선출되는 순간, 옆에 앉아 있던 추기경이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2부, 체온이 느껴지는 교회 중에서)라는 말을 잊지 않고, 이 시대와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의 열망인 참되고 고귀한 가치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그 바람과 원의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겸손과 청빈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에게 입 맞추며, 소년원을 방문하여 아이들의 발을 씻기고 그 발에 입 맞추는 교황님의 모습에서 사랑과 평화, 청빈의 정신과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미사 중에 옷자락을 붙들고 있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전용 리무진을 타지 않고 추기경들이 머무는 평범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이 시대에 좋으신 교황님을 만날 수 있어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다.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했던 세월호의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인에 대한 기도를 뉴스에서 보면서 정말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성 베드로 광장을 찾아오는 무수한 순례객들에게 “교황님이 왜 좋으신 겁니까”라고 물으면, “교황님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교황님은 우리와 함께하는 분 같아요.”(3부, 내가 만난 프라치스코 교황 중에서) 물질적인 가치관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중세시대의 탐욕적이고 권위적인 인상이 뇌리에 각인된 성직자의 모습이 아니라, 세상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더불어 함께인 세상을 인도하고 보여주는, 양 냄새 나는 목자의 모습을 지닌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날 수 있어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소탈하고 인간미 넘치는 삶이 소개된 이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참 좋은 사제를 만난 기쁨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책 <프란치스코 교황>을 읽을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고, 그 삶을 본받아 나도 일상에서 실현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