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 - 고비사막에서 엄마를 추억하며 딸에게 띄우는 편지
강영란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 이 제목이 마음속 아련해져오는 추억의 실타래를 잡아당기는 것만 같다. 딸이 엄마가 되어 자신의 딸과 함께 떠나는 고비 사막 여행기! 여행을 꿈꾸어 보지만 막상 현실에 매여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사진과 따뜻한 정서의 글로서 이국의 정취와 그리움을 전해주는 책이다.

 

“엄마, 조금 더 늙어도 좋겠어. 흰머리의 엄마랑 느릿느릿 여행하게...” 저자에게 중학생 딸이 한 말이 참 예쁘고 따뜻하다. 이 말은 겁도 없이 늙음과 흰머리를 기다리게 하는 주문이었다고 한다. 딸이 주는 늙음에 대한 아름다움과 희망을 통해, 아마도 딸은 엄마에게 지극한 사랑을 표현한 것 같다. 저자는 반백이 되고 딸은 대학생이 되어 하늘과 땅만이 있는 ‘고비’를 여행한다.

이 책 속에서 저자는 딸을 보면서 또 이야기 나누면서, 고비 사막 곳곳에서 자신의 엄마를 기억한다. 엄마와 딸의 인연이, 고단한 생에 내린 하늘이 준 배려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장 한 장마다 나의 어머니를 따스한 미소와 함께 그리워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다.

 

온통 푸른빛인 고비사막은 책 속에서 선명하게 다가온다. 모래와 자갈이 있는 사막이 아니라 푸르게 펼쳐진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서 딸이 꽃 한 송이를 저자에게 건네자, 문득 내 엄마에게 꽃 한 송이 건넨 적 있었는지 저자는 생각한다. 글을 읽는 내 마음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마음속에서 울컥하고 솟아났다.

 

엄마에게 늘 받기만 했고,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투정부렸던 내 모습을 아무 말씀 없이 받아 주시던 엄마가 내 안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 것 같았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너로서 엄마에게 기쁨이었다고 엄마는 말해 주시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니 떠나신 엄마가 늘 곁에 있었고, 엄마와 딸로서의 만남은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귀한 인연이어서 이 책에서 샘솟는 따스한 정이 마음을 저절로 치유해 주는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서 알게 되는 기쁨 중 하나는 인연의 소중함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떠나서 만나는 바람, 작은 풀들, 햇살까지도 그저 스치는 것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겁이 쌓이고 지나서 만나는 모든 것과의 만남이기에, 자연 앞에서의 내 모습, 사회 안에서 가정 안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는 모든 엄마와 딸들을 위한 힐링서이다. 고비 사막을 느낄 수 있는 사진과 글은 독자에게 공감과 치유를 느끼게 한다. 특히 한 생을 함께 하는 엄마와 딸의 인연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낸 기다림일지 정말 소중한 인연을 아끼면서 사랑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어떤 딸이었는지, 어떤 엄마인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아름다운 사진과 저자의 감성이 깊게 배인 무척 감동적인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