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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문 자리들 - 빛이 어둠 속을 걸어간 이야기, 이스라엘 성지편
유한나 지음, 김상원 사진 / 작가와비평 / 2014년 1월
평점 :
이 책은 유한나 작가님의 신앙에 대한 시와 에세이가 담겨져 있다. 자신의 신앙 속에서 경외의 대상이 되는 신성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시는 서정적이고 애틋하다. 예수님의 탄생에서 복음을 전하기까지, 그리고 고난의 십자가에서 부활하는 그리스도의 자취를 작가의 심상 속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이스라엘 성지편인데,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것은 종교의 발생지로 대표적인 이스라엘에 대한 신비스러움과 축복의 장소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책 <사랑이 머문 자리들>을 읽는 동안, 빛과 생명의 시온 성 예루살렘에 메시아를 외치는 사람들 속으로, 겸손하게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예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예수의 생애를 닮기 위해 어린 나이에 갈멜회에 들어간 ‘작은 불꽃, 예수 아기의 성녀 소화 데레사’라는 시와 에세이는 신앙의 대상인 하느님에 대한 경외와, 성녀 소화 데레사의 사랑의 삶이 잘 드러나 있어 이 시가 참 마음에 닿아왔다.
‘나의 말들과 생각들이 / 일상의 넝쿨 위에서 / 고마리꽃 한 송이처럼 / 피어날 수 있기를’라고 작가는 노래한다.
“나의 어머니인 교회 안에서 나는 사랑이 될 것입니다.”(p.66)라고 말한 소화 데레사 성녀는 자신을 ‘작은 꽃’ ‘작은 붓’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는 적어도 두 개의 붓이 필요한데, 큰 붓은 바탕을 그리는 데 사용하고 작은 붓은 자잘한 부분을 처리하는데 필요하므로 자신은 예수님의 작은 붓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표현이 나에게 겸손과 사랑을 배우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성체성사’라는 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 내 안에 모심으로 /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 ~ 타보르 산에서 변모하신 / 새하얀 예수님 옷자락처럼 /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심으로 / 깨끗하게 된 영혼은 / 눈부시게 순결한 하느님의 자녀로 / 평화와 천국을 누립니다. (p.97) 이 시를 읽으니, 예수가 축성한 사제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성체성사의 아름다움은 신앙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십자가의 길은 신앙인들의 일상과 묵상의 원천인 것 같다. 십자가의 길 제3처에 대한 작가의 에세이 중에 눈길을 끈 대목이다. ‘지난밤의 채찍질은 육신을 입은 하느님의 아들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권위를 아무 것도 발휘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저지르고 싶은 대로 완벽하게 내어 맡긴 상태이다.’(p.172)
예수의 일생과 성교회와 성인 성녀들과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신앙의 사색과 묵상을 불러 일으켜주는 책이다.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 들고 시와 에세이를 읽다보면 빛이 어둠 속을 걸어간 여정, 이스라엘 성지를 걷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되는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