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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임 -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
타라 브랙 지음, 김선주.김정호 옮김 / 불광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표지의 여인은 깊은 눈을 가졌다. 모든 것을 통찰하고 이해하며 수용하는 그 눈빛은 자신의 심장을 향해 내려다보고 있다. 독자들을 내면으로의 회귀, 내면세계로 초대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 고요함이 다가왔고, 삶의 자잘한 일상에서 벗어나 현존의 빛이 내게로 비춰드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자주 사용하는 트랜스(trance)라는 말이 있다.(p.7) 자기 스스로 불완전하고 무가치하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다. 트랜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항보다 오히려 받아들일 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트랜스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방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고 있다.
자책과 후회라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방법으로 '근본적 수용'을 제시한다. 근본적 수용이란 자신의 경험을 명확히 보고, 본 것을 자비로 감싸 안는 것을 일컫는다. 매순간 있는 그대로 경험하고 감싸 안는 훈련을 하면 자유와 사랑이 우리 본연의 모습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저자 타라 브랙은 오랜 기간 명상 스승이자 심리 치료자로 활동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 사례들은 누구나 경험할법한 이야기들이다. 자신의 스토리에 빠져서 자기를 동일시하는 것이 바로 트랜스다. 트랜스를 자각하게 하고, 수용으로 안내하는 저자의 자비로운 통찰은 압권이다.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은, 자책과 후회 없이 '나를 사랑하는 법'이 담겨있다. 자기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멈추고,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내가 당신에게 당부하는 건 이 뿐이다. 당신 자신을 완벽히 사랑하라."(p.20)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2장 ‘근본적 수용’에 트랜스를 마주하는 저자의 체험이 나온다(P.62) 아슈람 수행공동체에서 스승으로부터 예기치 않게 공개적인 비난을 받고 상처와 고통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수용해가는 내적 과정이 감동적이었다. 저자는 불완전함에 대한 모든 느낌과 두려움에 근본적 수용을 적용하는 것이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4장, ‘신성한 멈춤’에 싯다르타(p.127)와 마라의 이야기가 나온다. 중도를 선택하고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은 후에 마라가 찾아온다. 붓다는 마라를 무시하거나 쫓아내는 대신 “마라여, 나는 너를 본다.” 마라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게 차를 권하고 귀빈으로 대접한다. 즉, 자신의 경험에 저항하지 않고 기꺼이 마라를 인정하는 것은 근본적 수용의 양 날개(명확히 보기와 자비)를 활짝 펼치는 순간인 것이다.
이처럼 매순간 있는 그대로 경험하면서, 명확히 보기와 자비라는 근본적 수용의 양 날개를 단련함으로써, 삶을 자유롭게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종교, 어떤 의식, 어떤 수행보다도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은 가장 강력한 수행법이자 행복의 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책이 내게 온 것을 우주의 축복이라 여긴다. 한 구절 한 구절 음미하듯 읽으면서 삶과 수행의 교재로 삼고 싶다.
심리학과 명상의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받아들임>은 1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핵심 키워드는 트랜스와 근본적 수용이다. 각 장 말미에 '명상연습'과 '성찰연습'으로 마음챙김과 자비를 기르는 명상법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독자들은 이 수행을 통해서 트랜스에서 깨어나 행복한 삶의 주체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심리 상태나 내면의 필요에 따라 어느 페이지, 어느 장에서라도 독자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안내받을 것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