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1 :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 노자, 도덕경 시리즈 1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2,500년 전의 노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긴 도포자락에 흰 수염을 기른 범상치 않은 용모를 지닌,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빛나는 두 눈과 미소를 지닌 노자! 그러나 청년의 기상과 내면을 지녔으며 모든 이들의 스승이 되어주는 사상가이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은둔의 노자가 나는 정말 궁금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청천벽력 같은 뇌우를 지닌 이 노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동양의 사상가 중의 사상가! 이 책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는 참된 인생을 살아갈 지혜가 담겨져 있다. 공자는 땅이고, 석가는 하늘이며, 노자는 바람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통해 바람 같은 세상을 거닐었고, 파안대소 했으며, 바람같이 살았던 스승 노자를 만난다. 내 가슴은 뛰고 또 뛴다. 노자가 가리키는 무위의 진리를 이해하고 싶고, 세계의 본질과 내 안의 중심을 확연히 알고 싶기도 하다.

 

2,500년 전에 쓰인 5,000(오천)자에 불과한 글이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동양과 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진리를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자가 가리켜 보이는 바람 같은 도, 자연, 우주, 지복의 세계를 향해 나는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책을 펼쳤다.

 

노자가 입속을 보이며 제자에게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었다. 제자가 이는 다 빠지고 혀만 남아있다고 대답했다. 강한 것이 부드러운 것을 이기지 못함을 말한다. 이 비유 속에 번개가 치고 파도가 일렁이는 진리가 숨 쉬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견고하고 강한 것을 원하지만 실제로 그것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오래가는 것은 부드럽고 연한 것들이다. 노자가 가리켜 보이는 무위자연의 세계를 향한 통로의 문이 나에게 열리는 순간이다. 나는 노자가 커다랗게 벌리는 그 입속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놀라워서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그 놀라운 지혜에 가슴이 뛰면서 노자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천년 바위 곁을 물이 흐른다면, 바위는 풍화되어 사라져도 물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를 흘러간다. 천지만물 중에 노자가 가장 사랑했던 사물이 바로 ‘물’이라고 한다. 돌도 바위도 쇠도 물을 이기지 못함은, 물이 결코 강하지 않지만 한없이 부드럽고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이 영원한 진리임을 보여주는 예화들 속에서 놀라운 통찰을 본다.

 

‘물’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형체도 지니지 않았기에 어떤 그릇에도 담겨지며, 만물에 커다란 혜택을 주지만 거만하거나 아무와도 다투지 않는다. 자기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억지가 없다. 작위(作爲)가 없고 유위(有爲)가 없다. 손 안에 담으면 손가락 사이로 사라져 어디에도 고이지 않는 ‘물’을 사랑하고 바람처럼 살았던 노자가 내 안에 살아있고, 우주의 중심에 앉아있다. 그는 영원에서 와서 영원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과거의 인물이 아니다. 시간을 초월해 있다. 어떤 누구보다 현실의 인간이며, 미래의 인물이다. 그는 살아서 뛰는 맥박을 지니고 뜨거운 심장을 지닌 채 나에게 웃으며 다가와 주었다.

 

나에게 ‘도덕경’은 현시대에서 ‘살아가는 길’로 이해되어진다. 예수에 의해 ‘신’이라고 불리고, 붓다에 의해 ‘공’이라고 불러지며, 노자에 의해 드러난 ‘도’는, 노자의 의식을 깨우는 대전환에 의해 ‘초월적인 실체’를 표현하는 말이다. 1장에서 유명한 첫 두 줄 ‘도’라고 말해질 수 있는 것은 영원한 ‘도’가 아니라는 말은, 말이나 개념 속에서 믿지 말고 진리는 오직 마음과 생각과 개념의 세계 너머에 있는 나의 내면에서만 찾아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노자는 이 책에서 1장 2장 3장을 통하여 천,지,인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고 4장부터 본격적으로 도에 대해 설명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에 보이는 모든 천지만물이 ‘도’로부터 흘러나온다. 흘러나왔던 천지만물이 다시 그리로 돌아간다. 노자의 말에 의하면 ‘도는 모든 천지만물의 어버이다.’ 14장에서 노자는 다시 노래 부른다. 도는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잡아도 잡히지 않는다.’고.

 

노자는 이 세계의 근원적 모습을 ‘도’로서 말한다. 이 한마디로 우주와 우주가 낳은 천지만물 모두를 긍정한다. 천지만물 중에 한 물건도 도에서 벗어난 것이 없다는 것이 절대불변의 ‘도’에 대한 설명이다. 노자에게는 우주의 모든 사물이 도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도는 드러나지 않은 무의 세계로부터, 드러난 유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퍼져 있으며, 모든 것을 관통해 있고, 없는 곳이 없다. 바로 천지만물 중에 노자가 가장 사랑했던 무색무취무미의 ‘물’이 바로 도이며, 세월이 흘러도 부드럽게 살아있는 노자 입 속의 혀이며, 물소 등을 타고 사라진 은둔의 노자가 내 안에 살아있는 이 순간이 바로 손가락이 가리켜 보이는 ‘달’이다.

 

항상 도덕경을 읽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기에 이 책 노자1권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를 읽게 된 것은 내게 크나큰 행운이다. <도덕경>은 ‘도’를 다룬 1~37편과 ‘덕’을 다룬 38~81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책은 그중에 1~20편의 내용을 해석한 도덕경 주석서이자 한국 사회에 대한 철학 에세이다. 동서양 철학, 고사, 세계사와 우리나라의 역사를 펼쳐내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나와 함께 무위의 세계를 산책하는 기쁨”을 찾아보지 않겠는가?”라고. 노자를 읽으니 마음이 안정되고 세계가 안정되며, 온천지가 안정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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