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구냐? 넌! - 장자가 묻는다 ㅣ 후 엠 아이 Who am I 시리즈 1
명로진 지음 / 상상비행 / 2013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누구냐? 넌!”이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때마다 시원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지만 이 질문이 나를 깊은 사유의 뜰로 안내해 준다. 동양 철학의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장자사상의 핵심을 청소년들에게 전하기 위해 쓰여진 이 책은 지혜의 맑은 물이다. 장자라는 스승이 영원한 샘물을 독자에게 선물해준다. 그 물 맛이 너무 시원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어, 장자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저자 명로진님의 <장자가 묻는다 누구나? 넌!>을 읽으면서 혼자서 하하 웃었고, 웃었던 대목을 다시 읽으면 마음이 맑아져서 정신마저 시원해진다. 특히 비유나 예화의 대가인 장자는 현대의 누구에게도 비견되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통찰력과 지혜로 독자의 허를 찌른다.
저자는 '장자'를, 동양 최고의 스토리텔링 교과서라고 말한다. 대입 논술에 가장 많이 출제된 '장자' 철학을 쉽고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이 책이 친구처럼 다가와 주었다. 장자를 통해 밝고 환한 지혜를 만나고, 발상의 전환을 배우고, 사색의 깊이를 넓혀갈 수 있으니 장자는 그야말로 지금도 살아있는 인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 '호접몽'은 묘하게 아름답다. 장자의 꿈속에서 자신이 나비가 되었다가 꿈에서 깨어나, 장자 자신이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장자였는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은 오랜 세월동안 사랑받아온 장자 특유의 사상이 녹아있다.
'빈 배를 욕하랴?'에서 인간이 지닌 욕심 명예 물질에 무심해진다면, 자유로운 영혼처럼 살수 있다는 장자의 빈 배로의 초대에 몇 번이나 이 대목을 읽어보기도 했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의 자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병이 난 자여의 겉모습은 그야말로 형편없이 우스꽝스럽고 절망적이었으나, 그 마음은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한 경지를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자여처럼 살 수 있을까? 책을 덮어도 자여의 모습과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안할 뿐이지."라는 자여의 말에서 불편한 순응이 아니라, 자발적인 받아들임이야말로 온전히 삶과 하나된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임을 장자는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부인의 죽음 앞에서 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는 장자의 모습에서, 보이는 형상을 넘어선 마음의 자유를 살고자 했던 장자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장자'이며, 청소년이 꼭 읽기를 원한 부분을 선택하였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땅의 청소년들, 청춘들, 일반인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장자를 쉽게 해설한 명로진님의 독특한 삶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아마도 다양한 삶의 체험이 장자를 만나게 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도 장자가 웃으며 걸어 나오는 이 책에서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