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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람이 분다 - 꿈 ㅣ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9
수필드림팀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2년 12월
평점 :
세상의 모든 꿈들을 응원하는 초록빛 나무들이 테마수필 표지 위에 한가득 숲을 이루었다. 그 나무들의 무수한 꿈들의 노랫소리가 가슴마다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리라. 설렘 가득한 스물 네 편의 꿈 이야기를 만난다. 작가 분들의 꿈들을 하나씩 소중하게 열어보았다. 마치 비밀일기를 꺼내어 보듯이······. 그 꿈들은 하나같이 보석의 언어였고, 희망의 빛깔이었다. 깊은 한숨이었다가, 꿈속을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잡을 수 없는 환영이었다가,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일>이란 폴더 안에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일, 그것도 현금으로.’라는 글귀를 저장해두고 살아가듯, 스물 네 개의 눈부신 프리즘 같은 폴더가 열리며 갖가지 색채로 내 마음을 물들이고 있었다.
제 숨이 다하는 날까지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의 언어가 올올이 새겨진 <마지막 선물>에서 어린 손자를 잃어 박제된 시간 속에서 삭이는 슬픔이 진하게 배어나왔다. 작가로서의 등단이 새로운 꿈의 싹을 틔우고 있어 독자의 내면에 쌓여있는 켜켜이 묵은 상처에 치유를 주는 햇살이었다. 잃어버린 자리에서 충만을 경험하는 인간의 위대한 꿈의 여정을 볼 수 있었다. <통증>이 마음 에이듯 다가온 것은 담담히 토로하는 사별의 아픔과 자식을 위한 헌신의 세월이 피할 수 없는 축복과 고통이 빚어낸 생애였다. 일생을 통한 삶의 성장통이 내게도 단단한 삶의 뿌리를 내려주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꿈이 무엇인가요?’(김지안님) 글을 읽는 순간, 기억의 실타래가 주루룩 풀려나오는 느낌이었다.
삶의 또 다른 여정에 대한 설렘과 그 끝을 알 수 없는 꿈이 나를 향해 미소 짓고 따스하게 손잡아 주었다. 꿈은 갖가지 형태의 꽃구름처럼 달라졌고 그 때마다 나를 성장시켰다.
여중생 셋이 모여 어른이 되어 함께 살 집의 설계도를 그려가는 <건축학개론>에서 행복에 들떠있던 소녀들의 수다가 들려오는 듯 했다. 친구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정신병을 앓아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지만 남은 친구는 누구라도 찾아와 쉴 수 있는 책방을 만들고 있다. 지금도 친구들의 꿈들을 어루만지고 있는 중이리라. 한 달 월급에 버금가는 거금을 쏟아 부어 호주머니가 복권으로 불룩해지도록 예사롭지 않은 꿈을 믿어버린 <돼지꿈>을 읽으면서 파안대소했다. 누구나 한 번쯤 꾸어볼 수 있는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꿈은 실망을 주기도, 희망과 용기를 샘솟게 하는 엔돌핀 같은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꿈이 있어 삶이 즐겁다.’라는 글에서 느껴지는 희망과 유쾌함이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해 주었다.
고시의 메카 노량진이 떠오르는 <꿈꾸는 자들의 섬에서>는 글밭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를 보는 게, 마지막까지 지향하는 꿈이라는 희망으로 영근 꿈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나는 오늘도 내 소박한 꿈의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다.’라는 테마수필 꿈의 파노라마 마지막 글이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도 계속 꿈꾸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입춘의 땅 속 어디에선가 작은 싹을 틔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꿈을 주제로 나온 아홉 번째 테마수필에서 세상의 모든 꿈들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희망과 꿈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이웃을 가슴으로 품으며, 밝은 희망과 사라진 꿈을 함께 되찾으려는 수필드림팀의 깊은 열망이 빚어낸 이 한 권의 책이 세상 모든 이들에게 살아갈 의미와 따스한 격려가 되어주었음을 감사한다. 녹록하지 않은 삶의 반란 속에서 가파른 산을 오를 때처럼 가쁜 숨을 몰아 쉴 때조차 “언젠가는 목적지에 이른다.” 테마수필의 필진들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세상의 모든 꿈들을 비춰주는 시리도록 눈부신 마음의 거울 앞에 나 자신을 비춰보는 시간이었다. 저마다 이루고자 하는 꿈의 종류는 다를지라도 하나하나의 꿈들이 아름답고 찬란한 열매로 다가왔다. 내겐 언제나 미완인 채로 남아있던 흐릿했던 꿈들이 명확하게 다가와 나는 지금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소중한 꿈이라는 마법에 걸리게 해 준 테마수필 ‘오늘도 바람이 분다’ 마지막 장을 덮는다. 또 다른 꿈을 향해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얼어붙은 듯 차가왔던 지난 겨울을 뒤로 하고 봄 햇살에 얼굴 가득히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