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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7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자연 하늘 바람 햇빛 바다... 그리고 제주. 저자 문태준 시인의 제주도 생활 5년간의 정원일기 같은 책이다. 표지가 벚꽃 잎 빛깔에, 초록 식물이 기지개를 펴는 것 같아 무척 싱그럽다. 시인이 쓰는 초록빛 문장은 제주의 자연 향기가 가득하였고, 서정적인 언어에 제주 그대로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4개의 계절 챕터에 117편의 산문이 담겨 있다. 시인의 감성이 충만하게 책 속에 스며들어 한 단어, 한 문장 그대로 자연 속을 걷는 것 같다.

이 책이 도착할 즈음 7월의 햇빛이 강렬했는데, 명문장이 오리란 기대와 설렘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늘 아래에서 먼저 펼쳐본 ‘연꽃 연못’은 백련처럼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선물 같은 휴식을 느끼게 한다. 고운 두 손을 모은 듯한 꽃봉오리에서 저자는 앞으로 살아갈 삶의 태도를 생각한다.
‘이웃집 개’ 멍개 이야기에 마음이 따스해지고 코끝이 시큰해졌다.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사색과 시선은 독자를 성장하게 하는 시간이 된다.

시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치유가 이루어지고 마음에 평안함이 가득해진다. 귤나무와 은목서의 향기가 느껴진다. 제주 시골 마을의 나무와 돌과 꽃과 흙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현대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자연의 숲길로 안내해준다. 소나기처럼, 바람처럼, 숲속 옹달샘처럼 마음이 청량해진다. 꽃이 환한 마음에 고요와 치유와 위로가 가득하다.

이 책을 7월에 만나서인지 여름 챕터부터 시작이다. ‘여름’정원에 은하수 같은 수국은 피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연꽃 연못에 소나기가 내리고, 풀벌레 소리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무화과 열매가 맺혀있는 ‘가을’ 새벽 빗소리에 잠이 깨고, 정원 일을 하며 행복해진다.
‘겨울’에 눈보라와 폭설이 내리면, 우주가 멈춘 듯 침묵에 잠긴다. 팥죽, 설한풍, 유자향기, 새 달력, 붉은 동백꽃을 마주보는 시인의 시간이다.
‘봄’엔 냉이와 새순들의 축제다. 내 마음에 작약꽃이 피어나는 봄까지의 사계절 풍경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아, 이렇게 고요하고 반짝이고 윤이 나는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니!” 자연에 대한 저자의 서정적인 찬사가 세상을 더욱 맑게 비추는 것 같다.
재미있는 삶의 이야기와 사물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문태준 시인의 글에 감사롭고 경이롭다. 시인이 쓴 자연과 인간과 정원 이야기가 여름날의 기도처럼 맑고 아름다운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