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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목경찬 지음 / 담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절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 속에는 불교적인 요소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이해하고, 숨은 의미들을 잘 알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책 속에는 매우 흥미로운 그림이 많았다. 주로 불교 신앙을 믿었던 우리 민족이 자신의 신앙과 염원을 돌이나 탑이나 불상에 새겨 놓아, 후대에 문화재로서도 탁월한 예술성과 놀라운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사찰 순례와 불교문화 전문가인 저자는 붓다가 초기에 대중에게 쉬운 비유와 이야기를 통해 가르침을 전했다고 한다. 그래서 붓다의 가르침이 어느 시대나 장소를 불문하고 대중들의 마음속에 스며들 수 있었다. 사찰이나 어느 지역이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남아있는 깊은 귀의와 마음속의 소원들을 아로새겨 놓았다. 믿음의 대상을 경건하게 표현한 불상과 부조물, 그림들 속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은 매우 친근하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재미있다.

보리수, 탑, 법륜을 그려 넣은 붓다의 발자국 그림(p.18)을 보고 눈이 커다래졌다. 이토록 간절한 기원이라니!!! 또 갓바위의 약사여래는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고 염원하는 기도처다. 은진미륵이 미륵불 신앙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신분제에 얽매여 살았던 민초들이 다가올 세계에는 사랑의 부처님이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을 고대하며 불상을 세웠을 것이다. 금동 반가사유상은 미륵이라 하기도 하고, 싯다르타의 태자시절 사색을 표현한 것이라는 의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흰 소가 이끄는 수레로 일불승 사상을 전하는 비유와, 소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10장의 그림, 심우도가 가장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싯다르타의 생애를 닮아있고, 무수한 세월동안 수많은 구도자들이 심우도의 과정을 통해서 스승인 붓다의 정신과 연결되고 있는 것 같았다. 소(마음)를 찾고 만나서, 소(마음)를 길들인다. 그림을 보면 검은 소에서 흰 소로 변화한다. 흰 소를 타고 풀피리를 불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소도 목동도 다 사라지면, 다시 목동이 저잣거리로 복음을 전하러 나서는 과정들이 심우도라는 것을 알게 되어 매우 기뻤다.
‘순하고 어린 양’은 붓다의 품에 어린양이 있는 특별한 그림이다. 목동 붓다와 어린양의 모습은 참 자애롭고 신기했다. 목동이 양떼를 잘 인도하듯, 중생을 위하여 끝까지 돌보는 이타적인 삶, 자비의 마음을 볼 수 있어서 마음이 따스하고 행복한 그림이었다. 어린양을 안고 있는 붓다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원만한 삶'은 구도자의 실천적 삶을 말하는 육바라밀과 십바라밀(화엄)로서, 바라밀 만다라를 처음 볼 수 있어서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보시(둥근달) 지계(반달) 인욕(신발) 정진(가위) 선정(구름) 지혜(금장저)의 6바라밀의 문양은, 위대한 구도자 붓다의 가르침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민족의 정신 속에 현존해 있는 싯다르타의 생애와 수행의 정신을 만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