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 - 틱낫한과 에크하르트, 마음챙김으로 여는 일상의 구원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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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음>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라는 부제가 의미하듯이 독자를 현재의 순간으로 초대하는 책이다. 현존의식에 대한 고찰, ‘깨어있음’ 즉 ‘마음챙김’에 대한 실천적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매우 특별하다. 중세 독일 가톨릭 도미니코 수도회의 신비주의 사상가이자 신학자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신부님과, 이 시대의 불교를 상징하는 한 송이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틱낫한’ 스님의 종교적 가르침을 소개하는 책이다. 매우 의미가 깊고, 각각의 목소리가 내는 아름다운 영적 화음이 즐거운 축제처럼 어우러진 이 책이 매우 신기하고 아름다워서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이 책의 저자인 피어스 신부님은 에크하르트 신부님(1260년 추정~1327)과 같은 도미니코 수도회 사제로, 틱낫한 스님(1926~2022)의 초대로 2004년 캘리포니아 녹야원 사원에서 종교 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하는 영성수련에 참여하였다. 그곳에서 한 수행자로부터, ‘브라이언 형제여~ 성경 강의를 해주시겠습니까?’ 이 제안을 듣고 저자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1장 ‘관대함’에서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생생하게 전하는 그 순간야말로, 상호존중과 조화로운 이해가 이루어진 멋진 세계가 아닐까.

 

녹야원 사원에서의 체험을 통해 진리는 내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 속에도 있고 그 어디에나 있으며, 그리스도의 전통과 신앙을 고수하면서도 틱낫한 스님을 태이로 따르게 되고 한 분의 스승이 된 틱낫한의 가르침이 저자의 영성 여정에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저자에게 '깨어있음'은 곧 '마음챙김'이다. 영원한 하느님은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이 순간을 지나친다면 어느 날 어느 때 하느님을, 붓다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마음챙김' 혹은 '깨어있음'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을, 붓다를 만나게 된다.

 

저자에게 종교가 다른 두 분의 스승, 에크하르트 신부님은 영성생활 전체를 한 단어로 ‘고맙습니다’ 라고 요약했다고 한다. 영원을, 언젠가 먼 훗날 도달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느님은 이제와 항상 영원히 존재하면서, ‘되어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통해서 영원의 지점을 바라보아야 하며, 하느님의 현존 안에 존재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살 때 실현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4세기 전통을 중시하는 가톨릭 교회에서 에크하르트의 신학에 많이 놀랐을지도 모른다. 경이롭고 혁신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적 담화‘에서 에크하르트는,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신의 현존에 깊숙이 파고 든다‘ 라고 한다.(p.67)

 

저자는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제2장 ‘마음챙김과 영원한 현재에서’에 소개하고 있다. 태이의 ‘마음챙김’ 수행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 명상이나 영성수련, 수행을 하는 동서양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 태이의 열반 소식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가르침을 돌아보면서 나의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가르침이 너무나 아름답고 이 시대에 알맞은 수행이면서, 일반인들도 굳이 수행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고서도 생활에서 실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챙김은 일상의 매순간마다 현재에 머물러 있고 무언가를 할 때 그 지점에 있다면 무척 충만하고 깊은 행복으로 살아가는 안내가 되어줄 것이다. ‘마음챙김이 있는 곳에 참된 현존이 있다’(p.67)

 

저자는 시대와 전통과 전례가 다른 종교의 대표적 인물인, 틱낫한과 에크하르트의 가르침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 영원한 충만함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음을 체험하면서, 지금 이 순간 속에 영원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게 해준다. 에크하르트와 틱낫한, 두 분의 생애와 가르침이, 다른 종교적 전통이면서도, 일상의 구원이 ‘마음챙김’이라는 문을 열 때 깨어남의 빛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고대의 영적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21세기 현대의 영적 구도자로서 살아가며, 소통과 이해의 문을 활짝 열어준 저자는 이 책에서 기본 자료로, 에크하르트의 ‘설교와 강설’, 틱낫한의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예수’ ‘귀향’을 참고하였다고 한다.

 

서로를 환대한다는 것은 만남이고, 친교이며, 참된 대화의 장을 열어 젖혀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는 일이다. 그것은 붓다가 십지품 환희지에서, 광대하기가 법계와 같고 끝없기가 허공과 같아, 끝도 없이 무한한 세계를 돌면서 중생을 교화하겠다는 자비의 선언을 남긴 것처럼,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밀알 같은 사랑의 가르침이, 진리에서 나온 한 목소리였음을 기뻐하면서, 이 책이 아름답고 귀하며 축제와 같아서 ‘깨어있음’이 주는 현존의 빛에 한없이 머물러 사유의 뜰을 오래도록 확장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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