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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치지 않는 삶 - 웨인 다이어의 노자 다시 읽기
웨인 W. 다이어 지음, 신종윤 옮김, 구본형 / 나무생각 / 2021년 1월
평점 :
<치우치지 않는 삶> 이 책은 저자 웨인 다이어가 도덕경을 삶에서 실천한 1년간의 묵상과 탐구의 기록이다. 2,500년 전에 쓰여진 5천여 글자를 현대에도 수 없이 번역하고, 다양한 해석과 연구를 한다는 것이 무척 놀랍다. 서양인인 저자가 동양의 고전을 연구하였다는 것에 더 깊은 관심이 생겼다. 에필로그와 1,2,3장을 낭송하여 녹음을 하면서 다시 듣고 써 보았다. 노자가 무척 궁금하고 도덕경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다. 깊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빛나는 두 눈과 아이 같은 미소를 지녔을 것 같은 노자! 빛나는 사상가이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바람처럼 사라졌던 은둔의 노자가 나는 정말 궁금하다. 부드러우면서도 청천벽력 같은 뇌우를 지닌 이 노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을 치우치지 않는 삶이라고 할까?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그 대상일 것이다. 수용하기도 하고 놓아버림을 의미할 것이다. 있음과 없음에 치우치지 않고, 있음도 수용하고 없음도 수용하는 것, 이것이 중도적인 안목으로 치우지지 않는 삶일 것이다. 이 책을 밑줄 그으려면 책 전체를 다 그어야할 것 같았다. 81장중에서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그곳이 중심이 된다. 한 장 한 장마다 다 핵심이 들어 있어서. 보석 같은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노자가 말하는 상징 중에 자연이 많은데 특히 물처럼 변화하고 흘러가면서 고이지 않는 진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항상 그 모습을 원하는 사람에게 보여준다.
1장, 신비로운 삶에서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 도덕경의 첫 문장이다. 형체 없는 신비로움에서 눈에 보이는 만물이 태어난다. 그것을 원함과 내버려둠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원함에서 창조가 시작되고 내버려둠의 신비는 텅 비고, 믿고, 허락하는 본질이다. 어느 쪽이 토양이지? 하는 의문이 드는데 ‘이름 없는 것은 모든 것의 근원이고 이름 있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다.’ 뒤 이어 나오는 본문의 이 글이 해답인 것 같다. 같기도 하고 또한 다르기도 하지만, 나 자신은 어느 경계에 서 있는지 끝없는 사유가 펼쳐진다. 잘은 몰라도 이것이 도덕경의 매력인 것 같다.
2장, ‘모순된 조화를 따르는 삶’은 이원성과 모순 속에서 조화롭게 호흡하면서, 유무 고저 장단 미추 안팎 등 물질세계의 관점들을 다 수용하는 것이 노자의 ‘그저 존재하라’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3장, ‘만족하는 삶’은 사회적 지위, 명예, 물질 등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것이 도의 흐름에서 멀어지므로, 에고의 목소리나 소유의 성취를 따르기보다 지금의 삶에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위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만족, 지족의 하늘을 살아가는 길이다.
이 책에서 ‘도’라는 말은 독자의 상황에 맞게 이해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The way'로 번역되는 것이 참 좋다. 길, 진리, 존재, 그리스도, 붓다, 근원, 참 자아...독자의 상황에 맞는 그 어떤 말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1장에서 ‘도’는 이름을 규정하는 것을 넘어서야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장마다 해설에 저자가 얻은 묵상 2개와 생활에 밀접한 실천이 나온다. 구본형(님)의 해제 10개가 내용을 더 풍성하게 해준다. 현대사회에 메가트렌드로서 지혜, 로하스, 여성성 3가지를 도덕경이 담고 있으며, 과거에 태어나 현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책이라고 하였다. 또한 저자 웨인 다이어는 도덕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로서 정신을 확장시켜주며, 풍자와 역설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해나가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하였다.
지혜의 서, 구도의 서, 제왕학, 그러나 평범한 사람의 일상에서 그대로 도덕경이 스며들어 올 수 있도록 실천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을 읽으면서 노자라는 이름이 주는 설렘을 감출 수가 없다. 스스로 광채를 가진 사람이면서도 그 빛을 은은하게 줄이고 먼지와 같이 자신을 낮추고, 물처럼 자연스럽게 변화하면서, 과도한 힘을 빼고, 삶을 즐기듯 살라고 다가와준 마음 속 스승, 노자라는 이름을 말하고 도덕경을 만난 것은 내 삶의 특별한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