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
기예르모 데쿠르헤즈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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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화의 주인공 로렌조가 엄마와 함께 이사를 하는 날이다. 책 표지를 보면 배경이 들판 같고, 로렌조는 환경에서 돌아선 채 땅에 끌리는 가방과 손에 스마트폰을 꼭 쥐고 있다. 외로운 아이처럼 보인다. 가방 속에 든 장난감과 손에 든 디지털 기기가 아이의 세계 전부처럼 보였다. 마치 현 시대에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 같기도 하다. 친구들이 이제 휴대전화 속에만 있다고 말하고, 풍경을 보지 않는 채 와이파이가 되느냐고 묻는다.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 버린 듯한 로렌조가 보는 세상은 배경에 비해 무척 작고 황량하다. 어떻게 하면 로렌조가 다시 꿈을 되찾아나갈 수 있을까 이 동화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로렌조는 이사 온 집에서 빈 책상을 보게 되고 노트 한권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동화책에서 실제와 가상세계를 구분하기 위해 노트의 이야기는 노랑색으로 구분된다. 그 세상은 동물들이 등장하고 색종이로 만들어져있고, 거대한 환상 같은 이야기들이다.

 

 

작고 조그마한 스마트폰이 전부였던 아이가 정말 뜬금없고 정신없는 낯선 이야기에 매료되다니!!! 처음 보는 색종이로 만든 세상이 재미있고 계속 호기심이 생겨났다. ‘청동 드래곤’은 토끼와 타조가 공 던지기를 하다가 전등이 깨어지더니 무서운 괴물로 변해서 동물 친구들이 달아나는 이야기이다. ‘공장’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고 새들은 부리로 일을 한다. 부리를 다쳐 붕대를 감은 새들도 있다. ‘꿈의 여행자’에 생쥐가 등장하는데, 작은 성냥갑을 타고 큰 바다를 떠다니면서 온갖 위험을 겪고 낯선 여행자를 만난다. 로렌조는 동화의 무한한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그리고 그레고리오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노트를 만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로렌조는 노트의 색종이 조각 이야기를 보면서 디지털 기기가 아닌 사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스마트 폰은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휴고라는 개와 함께 놀게 되고, 자신의 세계 밖으로 나온다. 사람이나 현실 세계로 관심과 흥미가 계속되면서 로렌조의 동심은 회복된다. 그레고리오 할아버지가 다락방에 숨겨둔 선물상자를 받게 되는데, ‘이제 당신도 당신만의 꿈을 만들어보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고, 동화의 끝에는 로렌조가 상자 속에 가득한 색연필을 펼쳐놓고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동화를 만난 독자는 다양한 해석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꿈을 되찾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나갈 수 있는 멋진 만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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