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오강남.성소은 지음, 최진영 그림 / 판미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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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천 오백년의 선종의 역사를 지닌 십우도를 만났다. 현대인들에게 인생을 잘 사는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으로 다가온 것이 무척 반갑고 소중하다. 최근에 명상, 마음챙김, 참선 등 마음을 찾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십우도는 좀 특별하다. 간결하고 명쾌한 열 개의 연속적인 그림이 마음의 지도가 되어준다. 12세기 곽암 선사가 그린 십우도를 비교종교학자 ‘오강남’님과 ‘성소은’님의 현대적 해석과 친근한 그림이 새롭다. 종교를 탈피한 해석은, 현대인들이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십우도를 적용할 수 있어 매우 탁월하다.

 

 

십우도에는 사람에게 친근한 소와 목동이 등장한다. 소를 찾는 목동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과 흡사하다. 성공 학업 직장 일 부와 명예... 저마다의 삶의 목표가 소를 닮아 있다. 소(마음)를 찾아나가지만 실재의 차원에서는 잃어버린 소도, 얻어야할 소도 없음을 알면서 찾아나서는 길, 십우도 여정을 시작해본다. 소를 찾는 과정은 현재의 나의 삶에 안주하기보다, 본래의 참 나를 찾아나가는 과정과 닮아있다. 10장의 그림은 에고의 나에서 점차 마음이 확장되고 성장하여 존재의 근원에 도달한다. 

 

 

이 책은 십우도의 열 단계에, 동서양의 사상과 철학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내용과 구성과 삽화가 빈틈없이 꽉 찬 수작(秀作)이다. 데이비드 호킨스의 ‘의식혁명’과 에크하르트 톨레의 ‘이 순간의 나’는, 소를 얻는 득우에서 독자의 현존을 자각하도록 일깨워준다. 전통과 현재를 연결시켜 배치한 책의 구성이 십우도를 좀 더 알기 쉽게 안내한다. 나의 초록 소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이 목동이 되어 소를 찾는 과정은, 모든 순간 모든 발걸음이 완성에 다가가는 소중한 과정이란 것을 알게 된다. 마음에서 자비의 미소와 따스한 빛을 느낀다.

 

"혼란 속에서 성찰을 시작하고[尋牛], 얼핏 나의 본성을 보고[見跡], 명상을 통해 나의 참모습을 알아차리고[見牛], 의식을 이해하고[得牛], 뇌와 마음의 작용을 길들이고[牧牛], 심리를 가지런히 합니다[騎牛歸家]. 이 모든 단계는 삶에 집중하는 서양철학[忘牛存人]과 텅 빈 물질세계를 증명하는 현대과학[人牛俱妄], 근원으로 돌아가라는 동양사상[反本還源]으로 견고해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入鄽垂手]을 살게 합니다. 나와 남을 이롭게 하는 탁월한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남입니다.”

 

십우도는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축소된 삶의 원형을 회복하기에 적합한 행복 찾기가 되어줄 것이다. 낯선 길이 펼쳐진 것 같은 이 시대에, 십우도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삶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을 찾아가는 10단계까지는 높고 아득하다. 자신의 열정과 노력에 따라 다다른 단계에 머물지 않고, 항상 회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목표를 맞춘다. 개인에서 전체로의 전환인, 열 번째 입전수수(入鄽垂手)는 나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저잣거리로 들어가 자비의 손을 드리우는 십우도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주도하는 현대를 살면서 차가운 금속성 속에서도 밝고 유연한 마음으로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십우도로 삶은 풍부해지고 향기로울 것이다. 이 시대에 펼쳐진 삶의 이정표, 십우도를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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