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우화
류시화 지음, 블라디미르 루바로프 그림 / 연금술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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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화>는 폴란드에서 전해져오는 헤움 마을 이야기에 저자 류시화님의 창작이 더해진 45편의 우화가 담겨 있다.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세상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일깨움을 주는 삶의 지혜이다. 저자는 탄생을 주관하는 천사가 모든 영혼의 귀에 대고 “세상에 내려가 기쁘게 살고, 배움을 얻고, 더 지혜로워지라.”(p.8)고 말한다고 한다. 세상에 지혜로운 영혼이 줄어들고, 어리석은 영혼이 많아지자 신은 천사를 시켜 지혜로운 영혼은 세상에 골고루 옮겨 놓았지만, 어리석은 영혼은 그만 폴란드 헤움 마을에 한꺼번에 쏟아지게 된다.

 

그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이 들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을 ‘현자들의 마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부분에서 미소가 나왔다. 세상은 디지털,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지혜롭다고 믿는 사람들의 바보 마을, 헤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여전히 만연해있다. 인간과 삶에 대한 허구를 풍자하고 있고,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내가 나라는 증거를 말해 주세요.’에는 빵장수 헤르셀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사는데 외적인 모습으로 누군지 알게 된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마치 지금의 시대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학력 경력 외모 재능 등 보여지는 외적인 현상이 그 사람일거라는 착각이 헛된 것이라는 경각심을 준다.

 

‘나한테는 내가 안 보여.’는 교사 세웨린이 바르샤바 여행에서 싸구려 여인숙에 투숙한 다음날, 옆자리의 장교의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거수 경계를 했고 가난한 교사인 자신에게 일등칸 객실이 주어지자 무심코 객실 벽의 거울 속에 장교복을 입은 자신을 보게 된다. 전에는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친절과 대우가 자신이 입은 신분의 옷에서 나온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습의 뿌리가 어떠한가를 준다.

 

저자는 우화들을 통해 사회와 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이중성을 짚어낸다. 45편의 우화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이 사회속의 보통 사람들이다. 빵장수, 구두수선공, 세탁소, 굴뚝청소부, 보석상, 교사, 열쇠수리공... 헤움이라는 마을이 바로 우리 사회 그 자체인 것 같다. 헤움 마을의 삶의 방식은 현재 우리 사회가 서로를 이해하거나 존중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우화 속에 담겨진 숨겨진 의미들을 찾아보면서 성찰과 이해와 공감과 소통이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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