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금살금, 까치발...

살금살금, 까치발…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4
크리스틴 슈나이더 지음, 에르베 삐넬 그림,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8월

<살금살금, 까치발...> 이 책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온 아이들에게 일어난 일상적인 내용에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와 독특한 색감의 일러스트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동화이다. 클레르와 루이가 어둔 복도를 살금살금 지나가는 모습이 무척 신비롭고,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할머니집의 고풍스런 장식들과 박제된 동물들이 아이들을 만나 살아있는 동물들로 묘사되는 것이 무척 재미있고, 어린이 독자들의 심성에 무척 신기하고 경이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배가 고파 부엌으로 조용히 내려간다. 동물과 새의 그림액자들, 고풍스런 촛대, 박제된 코끼리와 호랑이, 보아뱀, 원숭이가 있고, 조각들과 가면들이 아이들에게 다가온다. 캄캄한 복도를 걸을 때 덜커덩 쿵하며 넘어지는 촛대, 이 모든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지만 방은 따스하고 환하게 빛나고 있다. 박제된 독수리인줄 알았는데 할머니가 둥지로 들어가서 자라고 말할 땐, 이 집이 상상과 현실이 함께 공존하는 동화의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어 미소가 지어졌다.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주는 일러스트라서 무척 예쁘고 독창성을 가진 동화라는 생각을 한다. 꼬마 도둑들처럼 살금살금 더듬더듬 걷다가, 쿵쾅거리는 사물들을 만나고 박제된 동물들이 어느새 살아 움직이고 또 아이들을 보호해준다. 부엌에 놓여있는 쿠키 상자를 열 때 호랑이가 곁에 와 앉아 있다. 냉장고의 우유를 떨어뜨리자 쨍그랑 철퍼덕 소리와 함께 호랑이가 바닥에 쏟아진 우유를 먹는다. 사물과 동물과 정물이 아이들에게 친근한 친구로 인식되는 동화의 세계다.

아이들은 체리를 따려고 달빛이 가득한 마당에서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가지가 끊어져 아이들이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우지끈, 뚝! 쿵! 보아뱀이 몸을 구부려 계단을 만들자 아이들은 보아뱀을 걸어 올라가 창을 넘어 방에 들어온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타났을 때 아이들은 동물들과 잠들어 있다. 어쩌면 모든 것이 아이들의 꿈 속 세계였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린이 독자들이 좋아할 의성어 의태어가 흥미롭고, 어두운 색감의 그림 동화인데, 무척 밝고 재미있는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는 동화책이다. 독자들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