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박지원 쓰고 리상호가 번역하고 주해를 달았다. 2004. <상/중/하> 보리.

번역이 잘 되었다고 말할 처지가 못된다. 왜냐하면 책을 모두 꼼꼼히 읽지 못하고 주마간산격으로 읽어내려 간 부분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중권에서 예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망양록>은 눈으로 읽되 뇌에서 반사되는 고역을 감수해 가며 강행군해야 했던 부분으로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양고기가 나온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예악에 관한 고준담론을 나눈 것을 기록한 것이라는데, 그 대화 속에 (구경꾼으로서) 함께 빠져들기엔 상당히 어려웠다.  내 체험상으로 아마도 이 부분이 3권으로 된 이 책을 완독하는데 최대 난코스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이 부분만이 아니라 종횡무진 중국과 조선의 고사들, 고서적들에 바탕을 둔 사상의 전개는 인내심만으로 버텨내기에 힘든 책읽기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나마 내가 이 무지막지한 3권의 책을 일독이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은 리상호 선생의 꼼꼼한 번역과 주해 덕택이다. 다 내 부족한 지식으로 저자와 역자의 박식함을 따라가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다.

단단한 양장으로 되어 있어 장서용으로도 썩 훌륭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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