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에 대하여 - 고대 스토아 철학의 대가 세네카가 들려주는 화에 대한 철학적 사색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이 책은...

로마 시대의 폭군을 모셔야 했던(이 글을 쓰기 전에 칼리귤라, 이후에는 네로) 세네카는 이 책에서 앞서간 시대의 폭군들과 귀족들, 시민들의 '화'를 설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절대권력을 앞세운 무지막지한 '화'에서부터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는 하찮은 '화'에 이르기까지 '화'의 발생매커니즘과 이것을 이성을 통해 어떻게 제어할 지에 대해 논의한다. 


2. 화남과 화냄 


'화가 나는 것'(화남)과 '화를 내는 것'(화냄)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듯하다. '화남'은 이성적인 사고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격정의 상태이지만, 아직까지는 (본인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다. 반면에 '화냄'은 직접적인 상대 또는 제3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주는 폭력적 행동이다.  '화냄'은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유예'시킬 수 있다는 것이 세네카의 주장이다. '화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유예시킴으로써 당장의 '화남'에 출구를 열어주고, 결국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화가 났던 이유 자체가 별 게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화냄의 유예'는 대부분'화냄의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화남'/'화냄'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화남'과 (심지어 계획적이기 까지한) '화냄'의 사이에는 분명 시간적인 차이가 있고, 그 사이에 이성적인 제어장치가 작동되도록 훈련해야 함을 세네카는 누누이 역설한다. 


3. 번역은...


이 책은 고대로마의 라틴어로 쓰여졌을 것 같은데 역자의 이력으로 봐서 십중팔구 중역으로 보이나(원서의 제목이 책 표지에 써 있는 대로 "On Anger"일 리는 없지 않은가) 어디에도 중역이다, 무슨 책을 참고했다는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  중역본을 가지고 뭐라 지적하는 경우는 대개 글의 명료함이 떨어지는 경우이고, 이 책도 그 중의 하나로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