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성의 즐거움 - 서울성곽 600년을 걷다
김도형 글.사진 / 효형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순성의 즐거움 도서관에서 처음 이 책을 우연히 집어 들었을 때는 평소 궁금하던 도성의 지리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멸실구간 + 잔존구간 + 보존구간을 연결해 하나의 띠로 이어진 조선 600년의 수도 한성의 성곽을 답사하는 이 책은 성곽길을 훌륭히 재현해 낸 것만으로도 내게는 큰 만족감을 주었다. 설명도 상세하고 그에 곁들인 성곽 안팎의 여러가지 장소, 사건들을 재밌게 엮어서 순성길의 재미를 더해준다.

에피소드. 책을 읽다가 6년이나 다녔던 학교 뒷편에 근사한 성곽길이 있었다는 것을 여태 몰랐다는 것을 알았다. 부친에게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지 내 모교 뒷편의 성곽 암문을 통해서 즐겨 산책하던 남산으로 접근하는 지름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부끄러움과 기쁨이 교차했다. 다른 것은 젖혀두고라도 내가 좋아하는 남산산책의 지름길을 알려준데 대해 저자에게 감사하고 싶다.

약간의 아쉬움도 지적한다. 간추려서 각주 정도로 처리했으면 싶은 분량의 내용들이 본문에 등장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런 것들 때문에 독자가 즐거운 글읽기산책을 하다 길을 잃고 방황하게 만들 정도로 장황한 내용이었다. 기억나는 것은 낙산에서 동대문쪽으로 내려오는 길이었는데 서울의 녹지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들이 길게 펼쳐지는데 아마도 이쪽에서는 이야깃거리가 없기 때문이겠거니 했지만 굳이 이런 장면이 필요한가도 싶었다.

책을 읽다 중간에 저자와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 보았는데 뜻밖에도 서른을 조금 넘긴 젊은이었다. 이런 소장파들이 우리 역사와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일상의 분주한 시간을 쪼개어 꼼꼼하고도 근사한 책을 써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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