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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 전2권 세트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ㅣ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의 독서를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것을 먼저 얘기해야 겠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어떤 투자에 대한 '현인'의 명확한 지침 같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였는데, 그것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그렇게 명확하게 서술되지 않았다.
이 책은 워렌 버핏을 중심으로 그의 아내 수지 버핏을 비롯한 버핏 가문의 사람들, 그리고 찰리 멍거를 비롯한 동업자들, 버핏(or B 그레이엄) 그룹 멤버들, 워싱턴 포스트지의 사주였던 캐서런 그레이엄과 같은 명망가 등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을 전설적 투자자로서 성공한 그의 투자, 비지니스의 궤적과 함께 살펴보는 일종의 자서전 형식의 책이다.
위대한 투자자의 일생의 궤적을 그리는 이 방대한 책에서 내가 애당초 기대했던 '실용적인' 부분들을 뽑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가령 좋은 주식을 골라내는 방법이라던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해야한다던가 하는 명확한 지침들을 이 책을 통해 얻겠다는 건 애당초 무리다. 버핏이 걸어갔던 투자의 세계란 것이 애당초 그렇게 깔끔하지가 않은 것이다.
버핏이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결국 그의 둘째 아들 피터와 이혼한 메리 룰로(이 여자는 이혼 후에도 '버핏'의 이름을 우려먹고 있다)가 쓴 워렌 버핏의 투자방법과 같은 다이제스트 판들을 보면 버핏의 투자방법이 단순명료하게 보였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게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코카콜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카콜라가 이익성장율이 매우 높은 기업으로 판단한 버핏이 거금으로 이 회사가 주식 8%를 사들였지만 사실 이러한 투자를 통해서 버핏과 그의 버크셔헤서웨이가 장기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 분명치가 않다. 그리고 코카콜라 내부의 경영상황을 들여다보면 회계상으로 그런 높은 이익성장율은 코카콜라 병입회사들에 대한 쥐어짜기와 재산매각 등을 통한 이익부풀리기 등 회계상의 속임수가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버핏이라고 해서 백전백승을 하는 '신의 손'은 아님이 여기저기 나타난다. 이런 면이 버핏의 인간적 매력이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천적이고 또한 후천적으로 노력해 얻은 탁월한 투자감각으로 그는 교과서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의 부를 얻었다.
그가 투자자로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정교한 방법들은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본 독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단순히 저평가된 주식을 타이밍을 잘 잡아 사들여 잡는 그런 식의 방법이 전부는 아니다. 그는 막대한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플로트'가 풍부한 보험사들과 쿠폰회사에 집중투자해서 유동성발전소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 경쟁성우위를 가지는 회사들(이 회사들에 유보되는 자본들도 투자자금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을 적절한 가격에 매수하고.. 애당초 잘못된 선택이었던 직물회사 버크셔헤서웨이를 지주회사로 성장시키고.. 이런 얽히고 설킨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인 유동성을 만들어 꾸준하게 이익이 나는 회사들을 사들여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것은 산업경기와 관계없이 엄청난 수익율을 올린 버핏만의 독특한 지속적인 부의 축적방법이었는데.. 이것은 개념적인 이해 이상으로는 진전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다른 자서전류와 달리 이 책은 워렌 버핏을 일방적으로 감싸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의 인간적인 약점들, 사생활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덜 아부적인' 방식으로 올곧게 풀어나가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 점이 맘에 들긴 하지만 지나치게 가지뻗치기로 세세하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특히 수지버핏 관련)가 많아서 독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수지버핏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찰리 멍거나 월터 슐로스 등 그의 친구이자 동업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국문으로 1600쪽이나 되는 책인데 시간은 걸렸지만 나름 깔끔한 번역으로 즐겁게 독서했다. 군데군데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 다소 어색한 번역과 오타들이 눈에 거슬렸지만 독서에 크게 지장 줄 정도는 아니었다.
끝으로 오래 눈길이 머물렀던 한 문장.
"내가 기억하기에는 지금이 필 피셔의 [성장주] 종목들을 벤 그레이엄의 [담배꽁초]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최초의 시기입니다." (1권, 780쪽)
이런 기회가 우리 앞을 얼마나 많이 지나갔는가. 또 앞으로 언제 이런 기회가 올 것인가. 우리는 얼만큼 현명해져야 하고 얼마나 담대하게 버핏처럼 투자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