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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의 기적 - 놀이로 행복해지는 아이들
송현숙.곽희양.김지원 지음, 와글와글 놀이터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씨앗을 뿌리는 사람 『놀이터의 기적』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바로 노란 책 띠,
그것 위에 쓰여진 '놀이 결핍으로 질식하는 아이들' 이라는 그 표현에 정말 공감이 되었다.
예전에 내가 학교 다니며 자랄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현재 아이들에게는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
학교 하교시간만 보아도 알겠더라, 학기 초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으면
대부분 아이들은 학원 차를 타고 각자 갈 곳으로 가버린다.
운동장에서 남아 노는 아이들이라곤 그저 어쩌다 한 둘이었다.
이런 모습은 동네 놀이터도 마찬가지다.
하교 시간이 지나 2-3시쯤에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에 가 보아도 노는 아이들이라곤 없다.
'놀이 결핍' 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듯 하다.

이 책은 2014년 2월 25일부터 3월 21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진행되었던
경향신문의 '놀이가 밥이다' 라는 기사를 재구성하여 수정 보완한 책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도 얼핏 제목만 읽어 보았던 것 같은데 그 책도 꼭 읽어 보아야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아이에게는 하루에 2시간이라는 자유 시간을 주는 걸로 조금은 내 마음을 안심 시켜가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어서
며칠간 놀이터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 보았었다.
아이들은 각자 자전거를 타며 놀기도 하고 놀이 기구를 타며 노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지금은 아파트나 주택가의 놀이터는 대부분이 말끔하게 지어진 곳인지라 그냥 흙이 있는 곳은 거의 드물다.
예전에 우리가 흙 위에서 이런 저런 놀이를 하며 함께 어울러 놀던 모습과는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리고 아이들은 함께 놀 수 있는 여러가지 다양한 놀이들을 배워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부터라도 아이에게 내가 어릴적 동네 언니,오빠, 그리고 친구들이랑 함께 하고 놀던 놀이를 가르쳐 준 적이 없다.
여기 책에서 바로 그런 놀이들을 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 놀이를 즐기며 보낸 아이들의 사례가 나와 있다.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릴적 추억도 떠올라서 정말 반가웠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란 밥과도 같다고 하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실제의 몇몇 사례를 읽다보면
아이들을 살찌우고 영양을 공급하는 밥의 의미를 넘어서 놀이는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마법과도 같았다.
놀이의 힘은 정말 세다!!!

그런데 아이들이 노는건 정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신나게 매일같이 뛰어 노는 아이들은 드물다.
분명 우리나라도 1991년, "세상 모든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놀 권리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지키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글쎄......., 약속한 사람은 따로 있고 지켜야 할 사람도 따로 있는 것 같다.
하긴 그건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의 의지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의식이 깨어있는 몇몇 엄마들이 이런 아이들의 권리를 찾아 주고자 노력중이다.
실제로 서울의 어느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놀이 이모가 상주를 하면서
자신의 아이들뿐 아니라 그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며 아이들이 충분히 놀 수 있게 해주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 몇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수업 중간에 놀이 시간을 확보해서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보면 아이들끼리 부딪히며 잦은 사고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많이 놀아 본 아이들이 덜 다친다고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힘을 조절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안전 문제가 부담스러워서 못 놀게 하는 학교도 적잖이 있다고 하니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아이들이 손쉽게 모여서 놀 수 있는 곳은 아파트내 있는 놀이터이다.
하지만 어딜가보아도 대부분의 아파트의 놀이터에 그네가 있고 미끄럼틀이 있고 시소가 있는 거기서 거기다.
작년에 전남 장성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한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벨치크가 했던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 특정한 곳에서 특정한 놀이만 하라는 놀이터는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우니라나 놀이터를 보고 어떤 인상을 받았느냐의 질문에
"놀이터를 보면 '놀고 싶다', '이끌리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주말이고 평일이고 아이들이 없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라는 말을 했단다.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진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놀이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 정말이지 백번 공감하고 또 공감하는 글귀였다.
이 책에는 외국의 놀이터와 서울 몇몇의 놀이터 사진이 실려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내 아이도 이런 곳에서 맘껏 뛰어 놀아라고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혼자서 잠깐 잠깐의 시간을 보내며 노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디지털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
혼자서 스마트 세상에서 게임을 하며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은 진정한 놀이가 아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진정한 놀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계와의 일방적인 표현이 아닌 나처럼 감정을 지닌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정서적인 측면에서 그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더욱더 진정한 놀이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른들은 걱정한다. 맨날 나와서 놀면 언제 숙제하고 공부를 하니? 라고 말이지.
누구네 아이는 어디 과외하러 다니고, 학원다녀서 몇점 받았더라는 등
하지만 저애는 맨날 놀면서 공부도 잘한다는 소리는 참 듣기가 어렵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이 분명 있을텐데도 말이지.
그래서 책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놀아서 잘 큰 아이들의 사례가 좀 많이 소개가 되었음 좋겠다는 의견,
경쟁을 조장하는 학교 분위기를 바꿨음 하는 의견에 두손을 번쩍 들고 싶다.

그리고 책 뒷편에는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가 소개가 되어 있다.
이런 놀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 즐겨하던 놀이들이었지만
방법을 모두 다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설명이 되어 있으니 조만간 아이 친구들을 모아서 함께 해보고 싶어졌다.

한국 아이들이 하고 싶은 바깥 놀이 50가지가 소개가 되어 있다.
여기 소개된 대부분의 놀이는 내가 어렸을 때 하고 놀았던 놀이이고 실제로 나도 거의 다 해보았던 놀이이다.
하지만 나의 아이는 몇가지를 제외하곤 해 본적이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이......ㅜ.ㅜ
이제부터라도 한가지씩 아이와 함께 해 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며칠전 아이에게 구슬치기를 가르쳐 주고 싶어서 찾아보니 그 방법이 유투브에 올라와 있어서 깜짝 놀랬었다.
아이와 함께 그 영상을 보면서 구슬치기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기만 했었는데
조만간 친구들이랑 함께 그 놀이를 즐겨 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든다.
놀이터의 기적이라는 문구를 보고서 단순히 육아서에서 읽었던 것과 같은 내용일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치, 아이들은 무조건 많이 놀아야지! 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다면?
나중에 뒤늦게 알고서야 전 정말 무척이나 안타까웠을 것 같다.
혹시 저와 같은 분들이 없으시길 바라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또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면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을 담당하는 일에 종사하는 누구라도 이 책을 꼭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싶다.
그리고 꼭!!! 책의 제목처럼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