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행복 - 제44회 페미나상 수상작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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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를 보고 그리고 제목을 보고 '어쩜 이렇게 어울릴 수가 있을까.' 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새빨간 입술을한 여인의 모습은 말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가벼운 느낌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내 생각과는 달리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한 소외되고 삶에 지친이들이 엮어가는 진정한 행복찾기의 여정이 담겨있었다. 너무 무겁지 않아 잘 읽히면서도 이런저런 생각할거리를 안겨준 책이다. 그들이 누리고자했던 행복이 수십년이 지나 현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의 고민과 행복찾기와 그닥 다리지 않음을 보며 씁쓸하기도 했다.
 

[그제야 플로랑틴은 사랑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보기가 괴롭고, 그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더 괴롭고, 그렇게 괴로움이 영영 끝날 줄 모르고.   p.213]싸구려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플로랑틴은 손님으로 온 장을 사랑하게된다. 미래가 보이는 그를 보며 그와의 사랑만이 자신을 구원해줄 진정하고 간절한 행복인양 매달린다. 그녀의 아버지 아자리우스는 한탕을 꿈꾸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고, 엄마인 로즈안나는 자신의 처참해진 모습에 침울해 하다가도 가족의 평화를 위해 언제나 꿋꿋이 다시 일어선다. 이 외에도 여러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가슴아프고 우울하면서도 평범하게 그려져 있다. 
 

처음부터 난 장이란 인물이 맘에들지 않았다. 혼자 제일 잘난줄 알며 살아가고 생각하는 그의 모든면이 몹시 불편했다. 그도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악착같은 절제를 해나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가련한 여인을 우롱해도 좋다고 누가 허락했단 말인가. 맘에도 없으면서 플로랑틴을 유혹하고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길 바라면서도 마음한켠으론 끝없이 그녀를 원하는 모순된 모습. 그런데 내가 더욱 화가난건 바로 플로랑틴의 행동이었다. 장의 냉소적이고 제멋대로인 모습을 익히 보아왔으면서도 그만을 바라보며 그가 자신의 동화줄인양 붙잡지못해 안달하는 모습이 딱하면서도 내 화를 돋구었다. 요즘시대에도 흔히 존재하는 잘난남자하나 만나 명품시집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행복이라 생각하는 수많은 여자들이 있지 않은가. 수십년전 전쟁통에도 그리고 모든것이 풍요로운 요즘도 플로랑틴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아버지는 일 할 생각이 없고, 엄마는 생활고에 찌들리고 어린 동생들이 줄줄이다보니 그녀가 번돈의 대부분은 집안에 생활비로 충당된다. 19살에 한창 꾸미기 좋아하고 즐기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그녀가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행복으로의 미래가 '남자'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나는 정말로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원래는 내가 하던 일, 석수 일 빼고는 다 해봤지요. 오늘날에는 일을 잡으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지요. 글쎄요, 내가 이런 말을 해볼까요. 요즘은 직업이 아무 소용도 없어요. 평생의 반은 일을 배우느라 보내고 나머지 반은 배운 일을 잊기 위해 보내야 하지요. 그래요, 한가지 일을 배워 그것만 열심히 하고 살면 되던 좋은 날들은 다 가버렸어요. 지금은 이런저런 잡일을 전전하며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고요....."   p.230]
전쟁으로인해 빈곤은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지못해 괴로워한다. 이들은 저마다 전쟁에대한 다양한 시각을 이야기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전쟁으로 인해 무엇을 잃고 또 누가 무엇을 얻을지 생각할 수 있게한다.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많은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여러생각이 교차했다.
   

['가엾은 인간아, 감히 무슨 생각을 하느냐! 네가 언감생심 우리와 어깨를 견주려하느냐? 네 목숨 따위는 우리에게 값어치도 없는 싸구려인 것을! 가장 오래 남고 귀히 여겨지는 것은 돌, 쇠, 강철, 금, 은 같은 우리가 아니더냐.'
"하지만 목숨이야! 사람의 목숨이라고!"
에마뉘엘이 반발했다.
'목숨이라.... 사람의 목숨이라! 누가 그런 것에 값을 매기더냐. 참으로 덧없고 비루하며 다루기 쉬운 것이 사람의 목숨 아니냐.'   p.487]
에마뉘엘은 가난한 동네를 거닐며 그들의 빈곤이 자신에게 매달리는 것같아 지치고, 부유층동네를 거닐면서 우리가 전쟁터에 나가 총들고 팔,다리를 잃어가며 당신네들을 지켜주고 있는데 도대체 당신들은 우리를위해 무얼하느냐며 분노한다. 그의 고통이 그리고 고독이 내 가슴속까지 들어와 몹시 지치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행복찾기에 실패를 맛보고 좌절한 등장인물들은 마지막에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 큰 결심을하고 행동에 옮기게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정말 그것이 그들이 진정 원하는 행복이었는지 끊임없이 되묻게되었다.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혹은 당장 앞의 이익만을 위해 인생을 송두리째 내던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건 나만일까.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탄탄하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줄 듯이 말하고 있지만 난 왠지 아슬아슬하고 슬퍼보였다. 그래도 행복을 찾아 용기를 그러모으고 행동에 나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싶다. 가만히 앉아 행복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바보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헤맨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두글자가 담고있는 그 무한한 힘과 그에대한 욕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 또한 좀 더 행복해 지기위해 어떡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매일같이 생각하고 찾아헤맨다. 나는 누군가의 삶을 느끼며 그의 행복을 부러워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내 삶을보며 "넌 행복하구나."라고 말한다. 과연 행복을 손에 거머쥐고도 그 행복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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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발레리 통 쿠옹 지음, 권윤진 옮김 / 비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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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고 사랑스럽고 또한 멋진 책을 만났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을꺼란 이야기를 들었기에 당장 읽고싶어진 책 이었다. 몇번을 보아도 질리지않는 멋진 영화로, 그리고 볼 수록 행복해지는 영화로 주저없이 러브 액츄얼리를 꼽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전 혹여나 내 기대심에 못미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를 하기도 했는데 <운명>의 초반을 읽으며 '바로 내가 기대했던 책이 맞구나!' 하며 푹~ 빠져들어 읽어내려갔다.

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기구한 운명에 맞닥드리게된다. 처음 등장하는 마릴루는 악덕사장의 비서로 최저임금만 받으며 근무한다. 그녀가 하는일은 온갖 잡다한 일들인데, 운명의 그날도 심부름으로 회사 반대편에 있는 머나먼 곳으로 복사를 하고오다 일어나게된다. 두번째 등장인물은 멋지고 풍요로운 노년을 꿈꾸는 알베르에게 청천벽력같은 암진단이 내려지면서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재산상속을 해주기 위해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자신만 모르던 출생의 비밀을 알고부터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된다. 세번째 인물은 유능한 변호가 프루던스이다. 그녀는 흑인이란 이유로 언제나 차별을 당해왔는데 드디어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어줄 소송을 맡게되면서 밝은미래를 꿈꾸지만 무참히 짓밟히고 만다. 마지막 부분에 그녀의 멋진 활약과 사랑을 거머쥐는 이야기를 만난순간 난 환호했다! 멋져 프루던스~! 그리고 마지막 주인공 톰이 있다. 도도하고 까칠한 애인을 끔찍히 사랑하는 그는 드디어 그녀에게 청혼을 하기위해 꿈깥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개와 부디치며 저전거 사고를 일으키게되고 오히려 그의 인생을 구해줄 운명을 만난다.

이 네명의 주인공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며 이야기는 펼쳐진다. 내가 가장 좋아한 등장인물은 마릴루의 아들 폴로였다. 너무 멋지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아이를 꼭 실물로 만나보고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책의 후반부엔 폴로가 참 용감하고도 중요한 일을 하게되는데 용감하고 책임감강한 꼬마신사가 따로없다. 어느새 책 속에 푹~ 빠져 읽어내려가다 보면 드디어 이 주인공들이 교차하고 서로의 운명에 어떻게 맞서고 받아들이는지 놀랍고 재미있다. 작가인 발레리 통 쿠옹의 글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멋진 소설이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든다. 이 여자를, 천사를, 천사의 얼굴을한 이 여자의 말을 듣고 있는데 공포가 밀려든다. 너무도 큰 행복이 걸린 일이다. 플랫폼과 지하철 사이에 낀 내가 죽기 직전 환영을 보고 있는건 아닌지, 뉴런들이 으깨지면서 정신착란이 온 건 아닌지 두렵다. 이 방이, 마릴루가, 알베르가, 간호사들이, 그리고 내가, 우리 모두가 한순간에 비눗방울처럼 터져 현실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건 아닐까? p.243]
책의 마지막엔 마지막 주인공 샤를리가 등장하면서 그로인해 다른 네명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게되었는지 알게되고, 자살을 시도한 그 덕분에 오히려 행복의 문턱으로 한발짝 내딛게된 네명은 고마움을 느낀다. 각각의 이야기와 인생을 엿보며 '역시 착하게~ 그리고 열심히 진실된 삶을 산 사람에겐 행운이 찾아오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멋진 미래가 펼쳐진 그들앞에 또다른 운명의 순간은 매번 찾아오겠지? 그 때마다 그들은 또다른 방식으로 지혜롭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바꾸어나갈 것이다. 나도 내게 다가올 운명을 기다리며 멋진 운명은 반갑게 반기고, 불행을 동반한 운명은 용감히 맞설 것이다. 올 겨울 행복하고 멋진 책을 만나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세상도 가끔 딸꾹질을 하는 게 아닐까요? 어떤 식으로 흘러갈 거라고 정해져 있는데,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최후의 순간에 계획을 바꾸기로 결심한 거죠." p.24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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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나는 당신입니다
로레타 엘스워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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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 누군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내가 행복하려면 누군가는 슬퍼해야 했다. 따라서 매일 저녁 우리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내게 새로운 심장을 달라고 기도할 때, 우리는 누군가의 불행을 바란 것이나 마친가지였다. p.15]
 

6년동안이나 병으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방안에서만 생활하는 소녀가 있다. 16살인 이 소녀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 위태위태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있다. 그런 그녀에게 기적과도같은 새 삶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새로운 심장을 얻어 제 2의 인생을 살게될 아멜리아 말고도 끊임없는 엄마와의 갈등속에서도 찬란한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있는 또다른 소녀 이건의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진다.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이건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생기로 가득찬 소녀이다. 올림픽무대에 서고싶은 큰 꿈을 가진 그녀는 스케이트타는걸 누구보다도 즐기고 열심히 훈련한다. 그러나 엄마는 언제나 그녀를 옥죄어오기만 하고 그런 엄마에게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친다. 최고만을 향해 딸을 무섭게 몰아부치는 엄마, 그런 자신의 행동은 모두다 딸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 한가지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18살 소녀에겐 그런 엄마는 그저 버겁고 짜증스럽기만 할 뿐이다. 이건과 그녀의 엄마는 서로를 향한 애정은 꽁꽁 숨겨둔채 칼날같은 가시만을 내세워 서로를 대하니 매번 어긋나기만 한다. 이 두 모녀의 모습을 지켜보고있으려니 답답하면서도 화가나기도하고 십대소녀의 고민과 이런저런 생각들.. 그리고 직장일을 하며 십대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이 함께 전해져와 안타깝기도했다.

 ["이식 수술은 치료가 아닙니다. 부실한 심장이 야기하는 일련의 문제들을 덜 심각한 또 다른 문제들과 교환하는 것뿐이죠. 가령, 평생 거부반은 억제제를 먹어야 한다든지." p.95]
심장이식수술로 새 삶을 시작한 아멜리아는 자신안의 새로운 존재를 느끼며 당황한다. 평소 즐겨먹지 않던 음식을 말하고, 엄마에게 말대꾸하는 자신을 보면서 놀라고, 딸이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기에 부모또한 달라진 아멜리아를 보며 당황한다. 장기기증자의 가족을 만나고픈 열망에 휩싸인 그녀는 결국 그 가족을 찾아나선다.
["음, 예전에 토마스는 말도 못하게 활달했거든. 곧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부끄러움을 타는 건 나였어. 그런데 얘는 심장 이식을 받고 나서부터 말수가 줄고 부끄러움을 타게 됐어. 예전보다 신앙심이 깊어졌고. 사람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우리는 얘가 달라졌다는 걸 눈치챘어, 그렇지, 토마스?" - 중략 -
"알고 보니까, 토마스의 기증자가 그랬던 거야. 부끄럼을 많이 탔고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대." p.116]
 

이건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비로소 부모에대한 사랑과 엄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지를 깨닫게된다. 아멜리아는 새로운 심장덕분에 밝은성격과 신랄한 언변을 얻고 무엇보다 건강한 몸을 되찾았다. 아멜리아와 이건은 하나의 심장으로 만나 새로운 삶을 함께 살아가게된다. 아멜리아가 이건이고 이건이 곧 아멜리아인 것이다. 두 소녀의 이야기를 번갈아 읽다보면 큰 공감과함께 위로를 얻게된다. 성장소설만이 가지고있는 큰 울림과 감동을 이 책에서도 역시 유감없이 느낄 수 있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없이 좋을것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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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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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 리얼리즘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책 이었다.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럽고우아한 저택에 들어가 신비롭고 더없이 아름다운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일하게된 여인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야기. 그녀는 아이들을 만난 순간 첫눈에 사로잡혔고, 그 아이들의 한없이 예의바르고 사랑스러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다. 그런 그녀앞에 죽은이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녀를 공포의 세계로 몰아간다.
 

그녀는 처음에 그들을 저택에 온 손님(?) 정도로만 여겼지만, 더없이 끔찍한 그들의 모습과 마주한 후엔 집안일을 돌보는 부인에게 자신이 본 그들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그러자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되고 그녀는 충격과 공포와 격정에 사로잡힌다. 처음부터 중반부까지는 그녀의 진술대로 실제 그녀앞에 유령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이 아이들에게 사악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후반부로 접어들 수록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조금씩 의심하게 되었다. 유령이란 존재가 실재한 것인가, 그녀가 진짜 그들의 모습을 본게 맞는가, 아이들은 유령을 보았는가, 유령과 소통하고 있는가, 혹은.... 저택의 모든이들이 유령은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이르게 되었다. 주인공의 이야기와 심리상태를 알면 알아갈 수록 더욱 복잡해지고 헷갈리는 심정이었다.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못하고 자꾸만 생겨나는 의구심에 내가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야말로 작가 헨리 제임스가 바랐던 것이아닌던가! 독자들을 교묘히 속이고 읽는이의 마음까지 조종하는 듯한 그의 글솜씨에 경탄을 금치못했다.
 

가정교사인 주인공은 그 악령들로부터 어떻게든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켜내리라 결심하지만 번번히 처참한 굴복만을 맞볼 뿐이다. 빛이날 만큼 아름답고 영리하며 천사같은 아이들은 오히려 그녀로부터 유령들을 보호하려고 한다. 자신들만의 세계를 지켜내고자 교묘히 그녀를 유린하고 좌절시킨다. 순간 난 이 아이들이 유령의 존재보다도 섬뜩하게 다가왔다. 한편, 그녀가 의심하는바대로 진정 아이들이 유령의 조종을 받고있는지도 끊임없이 궁금했다.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령이 직접나서서 무언가를 저지르거나 끔찍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아이들또한 어떠한 위험에 빠지거나 자신이 유령과 소통하고있다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또한 미스터리하게도 유독 주인공앞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그들의 존재는 날 더더욱 의구심의 세계로 몰아갔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아이는 사실 어떤 말로도 옮길 수 없는 아름다움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아이가 드러낸 어떤 욕구에든 오직 그 자신만의 독특한 점이 있었다. 순진한 사람의 눈에는 솔직함과 자유로움 그 자체로 보이는 이 작은 아이가 그토록 책략이 풍부하고 특이한 꼬마 신사였던 적은 없었다. p.178~179]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과연....?'이란 꼬리표를 물리치지 못했을만큼 내 머릿속은 복잡하면서도 애매한 상태였다. 모든판단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듯하여 석연치 못하면서도 흡족한마음이 생겨나는 이중적인 마음 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과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유독 화재가되고 끊임없는 논란과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책이 <나사의 회전>인 듯하다.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잘 표현되어있는지 놀랍고 또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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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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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빛의 밝은 표지가 반기고 주인공인 듯한 캐릭터뒤에 후광까지 두둥! 빛나는 그림을 보며 내용도 꽤나 밝고 유쾌하겠구나 생각했다. 가볍게 이어가다 감동적인 마무리로 끝을 맺을꺼란 내 생각을 비웃듯 책의 내용은 일상적이고도 약간의 험난함도 보이며 진정성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다케 세이지는 첫직장이 자신과 맞지않는단 이유하나로 3개월만에 그만둬 버리고 생각과는 다르게 다음직장이 구해지지 않자 백수알바인생을 시작한다. 자만심과 이기심으로 무장을 한 그의 앞에 선뜻 괜찮은 직장이 나타날리가 없는건 어쩜 당연한 결과였다. 그의 생각을 따라가고 행동을 가만~ 지켜보고있으려니 내 마음 한켠이 끊임없이 콕콕 쑤셔와 몹시 불편했다. 나 또한 직장을 그만두고 나태하게 지내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난 아직 어리니 곧 어디든 들어갈 수 있을꺼야."라며 방심하고 게을리했다. 물론, 세이지처럼 몇개월만에 그만둬버리는 끈기부족형 인간은 아니었기에 그래도 내게 조금이나마 더 나은 희망(?)이 있었다고 보아도 좋을지.... 아님, 내 변명에 불과한 일이었을지. 몇번의 직장을 옮기며 내가 가진 확실한 생각은 '먼저번 그곳보다 더 나은 곳도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너무 힘들고 이런저런 이유들이 보태어져 직장을 옮기고나면 새로운 곳에선 더욱 강력한 복병이 항시 대기중이기 때문이다. 
 

세이지가 구직활동을 벌이며 번번히 이력서가 되돌아오길 반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내가 뽑히지 못했던 직장들에서 면접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훤히 보였다.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댈때 말했던 실수들, 이 회사에 지원한 동기 등을 말할 때 어떤점들이 부족했는지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취업준비서가 아닌 소설책에서 이런 유용한 정보를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니 이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의 1석 2조다. 세이지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취직공부도 되니 오히려 백수알바인 그에게 배울점이 많다.^^ 나는 이렇게 나름대로 세이지에게서 배움과 재미를 동시에 얻고있었지만, 정작 소설속 세이지는 점점 구직활동도 소홀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대강대강~ 조금만 비위를 거스르면 그만둬버리길 반복해 가며 완전 순도 100%백수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런 그에게 큰 충격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바로 어머니의 심각한 우울증발병이 그것이었다. 이기심 대마왕격인 아버지와 얼굴만 마주하면 싸우고 큰소리가 오가는 아들을 지켜보며 살아온 엄마는 언제나 숨죽이고 가족들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 아내가 어떤 지경에 처해있는지 미처 깨닫지도, 또한 알려 하지도 않은 이 두 남자 때문에 집안에 해결사격인 누나가 등장하고 나서야 세이지는 엄마의 병이 심각할 지경에 처한걸 알게된다. 가족간의 불화가 모두 자신탓이라며 자책하는 엄마의 깊은 마음의병을 낫게해주기위해 세이지는 야간공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낮엔 엄마 간호를해가며 구직활동도 다시 시작한다. 세이지! 힘을 내라구!!^^ 

 

아내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던 아버지도 점차 그 심각함을 깨닫고 노력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아내 병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인 이사가기에 대해선 영~시큰둥이다. 그리하여 세이지는 자신이라도 엄마를 위해 집을 장만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자신이 더욱 번듯한 직작에 취직해야할 목표를 다진다. 생각을 고쳐먹고 노력하는 자에겐 역시 희망의 빛이 드리우는 것인지 세이지에게도 서서히 미래에대한 밝은 빛이 비춰들기 시작한다. 
 

["으음..... 노카운트 때,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늦지 않았다고 말해줬잖아. 그때 꽤....., 아니, 굉장히...., 그것도 아니고, 엄청 기뻤어. 난 소장님이 구제해주기 전까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제멋대로고 게으른 데다 불효자였으니까. 지바 씨의 말이 나를 구했어. 돌이키기엔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늦지 않을 거라고말해줬잖아. 그래서 이제는 간신히 늦진 않을 것 같아.   p.339] 
 

아주 특별히 드라마틱한 요소가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과 상황속에서 이렇게 따듯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아리카와 히로작가의 글솜씨에 놀랐다. 일본과 우리 한국은 아주 가까이 있는 이웃나라이면서도 매우 다른면이 많다. 얼핏보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볼라치면 너무 다른 두 나라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기도 여러번 이었다. 특히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들과 우리는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이번 책에서도 세이지 엄마가 20년 간이나 동네에서 따돌림과 은근한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부분에선 다소 뜨악 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너무 고지식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아버지에게 분노가 일어나 주먹을 들어올린 세이지의 모습과 공사장 인부들이 자신들또한 그런 상황이었으면 아버지에게 주먹이 날라갔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선 음.... '아무리 부모같지 않은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이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려하는걸 정당화 할 수 있을까. 비록 진짜 폭력을 휘두른건 아닐지라도 그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이상한게 아닐까.'하는, 나로서는 절대 공감하지 못할 부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몇몇 어쩔 수 없이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인식(문화)적인 부분만 제외한다면(이처럼 다름 또한 외국소설을 읽는 큰 재미중 하나 이지만!) 청년실업이 사회문제에 깊숙히 뿌리박힌 점이라던가 가족간의 불화등은 우리와 매우 비슷하고 공감할 만한점이 충분했다. 그래서 읽는내내 많은 공감과 더불어 이해도 되었고, 세이지를 응원하는 마음또한 커졌었다. 예상보다 더욱 훈훈해서 마음에 들었던 책, <백수알바 내집 장만기>는 지금 취업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직장을 다니며 다소 나태해져있는 이들과 가족이란 이름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모든이들에게, 그리고 그냥 재밌고 좋은 소설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즐겁고 따뜻한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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