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행복 - 제44회 페미나상 수상작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표지를 보고 그리고 제목을 보고 '어쩜 이렇게 어울릴 수가 있을까.' 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새빨간 입술을한 여인의 모습은 말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가벼운 느낌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내 생각과는 달리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한 소외되고 삶에 지친이들이 엮어가는 진정한 행복찾기의 여정이 담겨있었다. 너무 무겁지 않아 잘 읽히면서도 이런저런 생각할거리를 안겨준 책이다. 그들이 누리고자했던 행복이 수십년이 지나 현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의 고민과 행복찾기와 그닥 다리지 않음을 보며 씁쓸하기도 했다.
 

[그제야 플로랑틴은 사랑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보기가 괴롭고, 그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더 괴롭고, 그렇게 괴로움이 영영 끝날 줄 모르고.   p.213]싸구려식당의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플로랑틴은 손님으로 온 장을 사랑하게된다. 미래가 보이는 그를 보며 그와의 사랑만이 자신을 구원해줄 진정하고 간절한 행복인양 매달린다. 그녀의 아버지 아자리우스는 한탕을 꿈꾸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고, 엄마인 로즈안나는 자신의 처참해진 모습에 침울해 하다가도 가족의 평화를 위해 언제나 꿋꿋이 다시 일어선다. 이 외에도 여러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우면서도 가슴아프고 우울하면서도 평범하게 그려져 있다. 
 

처음부터 난 장이란 인물이 맘에들지 않았다. 혼자 제일 잘난줄 알며 살아가고 생각하는 그의 모든면이 몹시 불편했다. 그도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악착같은 절제를 해나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가련한 여인을 우롱해도 좋다고 누가 허락했단 말인가. 맘에도 없으면서 플로랑틴을 유혹하고 그녀가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길 바라면서도 마음한켠으론 끝없이 그녀를 원하는 모순된 모습. 그런데 내가 더욱 화가난건 바로 플로랑틴의 행동이었다. 장의 냉소적이고 제멋대로인 모습을 익히 보아왔으면서도 그만을 바라보며 그가 자신의 동화줄인양 붙잡지못해 안달하는 모습이 딱하면서도 내 화를 돋구었다. 요즘시대에도 흔히 존재하는 잘난남자하나 만나 명품시집가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행복이라 생각하는 수많은 여자들이 있지 않은가. 수십년전 전쟁통에도 그리고 모든것이 풍요로운 요즘도 플로랑틴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그녀의 생각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아버지는 일 할 생각이 없고, 엄마는 생활고에 찌들리고 어린 동생들이 줄줄이다보니 그녀가 번돈의 대부분은 집안에 생활비로 충당된다. 19살에 한창 꾸미기 좋아하고 즐기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그녀가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행복으로의 미래가 '남자'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나는 정말로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원래는 내가 하던 일, 석수 일 빼고는 다 해봤지요. 오늘날에는 일을 잡으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지요. 글쎄요, 내가 이런 말을 해볼까요. 요즘은 직업이 아무 소용도 없어요. 평생의 반은 일을 배우느라 보내고 나머지 반은 배운 일을 잊기 위해 보내야 하지요. 그래요, 한가지 일을 배워 그것만 열심히 하고 살면 되던 좋은 날들은 다 가버렸어요. 지금은 이런저런 잡일을 전전하며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고요....."   p.230]
전쟁으로인해 빈곤은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찾지못해 괴로워한다. 이들은 저마다 전쟁에대한 다양한 시각을 이야기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전쟁으로 인해 무엇을 잃고 또 누가 무엇을 얻을지 생각할 수 있게한다.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많은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여러생각이 교차했다.
   

['가엾은 인간아, 감히 무슨 생각을 하느냐! 네가 언감생심 우리와 어깨를 견주려하느냐? 네 목숨 따위는 우리에게 값어치도 없는 싸구려인 것을! 가장 오래 남고 귀히 여겨지는 것은 돌, 쇠, 강철, 금, 은 같은 우리가 아니더냐.'
"하지만 목숨이야! 사람의 목숨이라고!"
에마뉘엘이 반발했다.
'목숨이라.... 사람의 목숨이라! 누가 그런 것에 값을 매기더냐. 참으로 덧없고 비루하며 다루기 쉬운 것이 사람의 목숨 아니냐.'   p.487]
에마뉘엘은 가난한 동네를 거닐며 그들의 빈곤이 자신에게 매달리는 것같아 지치고, 부유층동네를 거닐면서 우리가 전쟁터에 나가 총들고 팔,다리를 잃어가며 당신네들을 지켜주고 있는데 도대체 당신들은 우리를위해 무얼하느냐며 분노한다. 그의 고통이 그리고 고독이 내 가슴속까지 들어와 몹시 지치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행복찾기에 실패를 맛보고 좌절한 등장인물들은 마지막에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 큰 결심을하고 행동에 옮기게된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정말 그것이 그들이 진정 원하는 행복이었는지 끊임없이 되묻게되었다.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혹은 당장 앞의 이익만을 위해 인생을 송두리째 내던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건 나만일까.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탄탄하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줄 듯이 말하고 있지만 난 왠지 아슬아슬하고 슬퍼보였다. 그래도 행복을 찾아 용기를 그러모으고 행동에 나선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싶다. 가만히 앉아 행복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바보는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끊임없이 행복을 찾아헤맨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두글자가 담고있는 그 무한한 힘과 그에대한 욕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 또한 좀 더 행복해 지기위해 어떡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지 매일같이 생각하고 찾아헤맨다. 나는 누군가의 삶을 느끼며 그의 행복을 부러워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내 삶을보며 "넌 행복하구나."라고 말한다. 과연 행복을 손에 거머쥐고도 그 행복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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