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레몬빛의 밝은 표지가 반기고 주인공인 듯한 캐릭터뒤에 후광까지 두둥! 빛나는 그림을 보며 내용도 꽤나 밝고 유쾌하겠구나 생각했다. 가볍게 이어가다 감동적인 마무리로 끝을 맺을꺼란 내 생각을 비웃듯 책의 내용은 일상적이고도 약간의 험난함도 보이며 진정성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다케 세이지는 첫직장이 자신과 맞지않는단 이유하나로 3개월만에 그만둬 버리고 생각과는 다르게 다음직장이 구해지지 않자 백수알바인생을 시작한다. 자만심과 이기심으로 무장을 한 그의 앞에 선뜻 괜찮은 직장이 나타날리가 없는건 어쩜 당연한 결과였다. 그의 생각을 따라가고 행동을 가만~ 지켜보고있으려니 내 마음 한켠이 끊임없이 콕콕 쑤셔와 몹시 불편했다. 나 또한 직장을 그만두고 나태하게 지내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난 아직 어리니 곧 어디든 들어갈 수 있을꺼야."라며 방심하고 게을리했다. 물론, 세이지처럼 몇개월만에 그만둬버리는 끈기부족형 인간은 아니었기에 그래도 내게 조금이나마 더 나은 희망(?)이 있었다고 보아도 좋을지.... 아님, 내 변명에 불과한 일이었을지. 몇번의 직장을 옮기며 내가 가진 확실한 생각은 '먼저번 그곳보다 더 나은 곳도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너무 힘들고 이런저런 이유들이 보태어져 직장을 옮기고나면 새로운 곳에선 더욱 강력한 복병이 항시 대기중이기 때문이다. 
 

세이지가 구직활동을 벌이며 번번히 이력서가 되돌아오길 반복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내가 뽑히지 못했던 직장들에서 면접시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훤히 보였다.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댈때 말했던 실수들, 이 회사에 지원한 동기 등을 말할 때 어떤점들이 부족했는지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취업준비서가 아닌 소설책에서 이런 유용한 정보를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니 이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의 1석 2조다. 세이지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취직공부도 되니 오히려 백수알바인 그에게 배울점이 많다.^^ 나는 이렇게 나름대로 세이지에게서 배움과 재미를 동시에 얻고있었지만, 정작 소설속 세이지는 점점 구직활동도 소홀히 하고 아르바이트도 대강대강~ 조금만 비위를 거스르면 그만둬버리길 반복해 가며 완전 순도 100%백수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런 그에게 큰 충격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바로바로 어머니의 심각한 우울증발병이 그것이었다. 이기심 대마왕격인 아버지와 얼굴만 마주하면 싸우고 큰소리가 오가는 아들을 지켜보며 살아온 엄마는 언제나 숨죽이고 가족들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 아내가 어떤 지경에 처해있는지 미처 깨닫지도, 또한 알려 하지도 않은 이 두 남자 때문에 집안에 해결사격인 누나가 등장하고 나서야 세이지는 엄마의 병이 심각할 지경에 처한걸 알게된다. 가족간의 불화가 모두 자신탓이라며 자책하는 엄마의 깊은 마음의병을 낫게해주기위해 세이지는 야간공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낮엔 엄마 간호를해가며 구직활동도 다시 시작한다. 세이지! 힘을 내라구!!^^ 

 

아내의 병을 이해하지 못하던 아버지도 점차 그 심각함을 깨닫고 노력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아내 병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인 이사가기에 대해선 영~시큰둥이다. 그리하여 세이지는 자신이라도 엄마를 위해 집을 장만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자신이 더욱 번듯한 직작에 취직해야할 목표를 다진다. 생각을 고쳐먹고 노력하는 자에겐 역시 희망의 빛이 드리우는 것인지 세이지에게도 서서히 미래에대한 밝은 빛이 비춰들기 시작한다. 
 

["으음..... 노카운트 때, 포기하지 않는 한 나는 늦지 않았다고 말해줬잖아. 그때 꽤....., 아니, 굉장히...., 그것도 아니고, 엄청 기뻤어. 난 소장님이 구제해주기 전까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제멋대로고 게으른 데다 불효자였으니까. 지바 씨의 말이 나를 구했어. 돌이키기엔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늦지 않을 거라고말해줬잖아. 그래서 이제는 간신히 늦진 않을 것 같아.   p.339] 
 

아주 특별히 드라마틱한 요소가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상과 상황속에서 이렇게 따듯한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아리카와 히로작가의 글솜씨에 놀랐다. 일본과 우리 한국은 아주 가까이 있는 이웃나라이면서도 매우 다른면이 많다. 얼핏보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볼라치면 너무 다른 두 나라의 모습에 화들짝 놀라기도 여러번 이었다. 특히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들과 우리는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이번 책에서도 세이지 엄마가 20년 간이나 동네에서 따돌림과 은근한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부분에선 다소 뜨악 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너무 고지식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아버지에게 분노가 일어나 주먹을 들어올린 세이지의 모습과 공사장 인부들이 자신들또한 그런 상황이었으면 아버지에게 주먹이 날라갔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선 음.... '아무리 부모같지 않은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이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려하는걸 정당화 할 수 있을까. 비록 진짜 폭력을 휘두른건 아닐지라도 그런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이상한게 아닐까.'하는, 나로서는 절대 공감하지 못할 부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몇몇 어쩔 수 없이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인식(문화)적인 부분만 제외한다면(이처럼 다름 또한 외국소설을 읽는 큰 재미중 하나 이지만!) 청년실업이 사회문제에 깊숙히 뿌리박힌 점이라던가 가족간의 불화등은 우리와 매우 비슷하고 공감할 만한점이 충분했다. 그래서 읽는내내 많은 공감과 더불어 이해도 되었고, 세이지를 응원하는 마음또한 커졌었다. 예상보다 더욱 훈훈해서 마음에 들었던 책, <백수알바 내집 장만기>는 지금 취업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모든 이들과 직장을 다니며 다소 나태해져있는 이들과 가족이란 이름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모든이들에게, 그리고 그냥 재밌고 좋은 소설을 원하는 이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즐겁고 따뜻한 책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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