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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ㅣ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심리적 리얼리즘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 책 이었다. 오래되었지만 고풍스럽고우아한 저택에 들어가 신비롭고 더없이 아름다운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일하게된 여인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야기. 그녀는 아이들을 만난 순간 첫눈에 사로잡혔고, 그 아이들의 한없이 예의바르고 사랑스러움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었다. 그런 그녀앞에 죽은이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녀를 공포의 세계로 몰아간다.
그녀는 처음에 그들을 저택에 온 손님(?) 정도로만 여겼지만, 더없이 끔찍한 그들의 모습과 마주한 후엔 집안일을 돌보는 부인에게 자신이 본 그들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그러자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되고 그녀는 충격과 공포와 격정에 사로잡힌다. 처음부터 중반부까지는 그녀의 진술대로 실제 그녀앞에 유령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이 아이들에게 사악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후반부로 접어들 수록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조금씩 의심하게 되었다. 유령이란 존재가 실재한 것인가, 그녀가 진짜 그들의 모습을 본게 맞는가, 아이들은 유령을 보았는가, 유령과 소통하고 있는가, 혹은.... 저택의 모든이들이 유령은 아닐까 하는 상상까지 이르게 되었다. 주인공의 이야기와 심리상태를 알면 알아갈 수록 더욱 복잡해지고 헷갈리는 심정이었다.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못하고 자꾸만 생겨나는 의구심에 내가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야말로 작가 헨리 제임스가 바랐던 것이아닌던가! 독자들을 교묘히 속이고 읽는이의 마음까지 조종하는 듯한 그의 글솜씨에 경탄을 금치못했다.
가정교사인 주인공은 그 악령들로부터 어떻게든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켜내리라 결심하지만 번번히 처참한 굴복만을 맞볼 뿐이다. 빛이날 만큼 아름답고 영리하며 천사같은 아이들은 오히려 그녀로부터 유령들을 보호하려고 한다. 자신들만의 세계를 지켜내고자 교묘히 그녀를 유린하고 좌절시킨다. 순간 난 이 아이들이 유령의 존재보다도 섬뜩하게 다가왔다. 한편, 그녀가 의심하는바대로 진정 아이들이 유령의 조종을 받고있는지도 끊임없이 궁금했다.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령이 직접나서서 무언가를 저지르거나 끔찍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아이들또한 어떠한 위험에 빠지거나 자신이 유령과 소통하고있다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또한 미스터리하게도 유독 주인공앞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그녀의 눈에만 보이는 그들의 존재는 날 더더욱 의구심의 세계로 몰아갔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아이는 사실 어떤 말로도 옮길 수 없는 아름다움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아이가 드러낸 어떤 욕구에든 오직 그 자신만의 독특한 점이 있었다. 순진한 사람의 눈에는 솔직함과 자유로움 그 자체로 보이는 이 작은 아이가 그토록 책략이 풍부하고 특이한 꼬마 신사였던 적은 없었다. p.178~179]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까지도 '과연....?'이란 꼬리표를 물리치지 못했을만큼 내 머릿속은 복잡하면서도 애매한 상태였다. 모든판단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듯하여 석연치 못하면서도 흡족한마음이 생겨나는 이중적인 마음 이었다. 이렇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과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유독 화재가되고 끊임없는 논란과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책이 <나사의 회전>인 듯하다.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얼마나 잘 표현되어있는지 놀랍고 또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