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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할 말 다하는 사람들의 비밀 - 상처주기도, 상처입기도 싫은 당신을 위한 심리 대화 43
오수향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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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하는 말에 상처 받은 적이 있으신가요? 같은 말을 해도 꼭 얄밉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에게는 어떤 말을 들어도 좋게만 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차이일까요? 이는 단순히 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같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또 듣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충분히 다른 의미로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조심해야하는 것이 바로 대화이자 소통입니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쉽게 이루어지지만은 않는 것이 바로 대화이기도 합니다.

 

매일 매일 순탄하지 않은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으셨던 분들이라면, 그리고 상대방이 하는 말에 한 번이라도 상처 받은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 나아가, 상대방에게 상처 주기 싫은 분들이라면 <웃으면서 할 말 다 하는 사람들의 비밀>에 집중해보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심리 실험과 심리 법칙들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확실한 대화법들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과 대화 하며 느꼈던 다양한 심리 현상들을 명확한 명칭의 법칙들로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를 설득하고 아이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대화법, 회사에서 상사가 후배의 능률과 성취를 높일 수 있는 대화법, 그리고 연인과 친구 사이에서 틀어진 관계를 바로 잡기 위한 대화법 등이 각 7-8개 소제목을 통해 실제 대화와 사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인간관계에서 개인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책을 활용하여 원활하고 효율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동안 우리에게 익숙해진 어투와 화법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대인관계 상황 또한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금 당장 대화법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화법이 확실하게 존재함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책에 소개되어 있는 심리 대화법을 따라 꾸준히 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말하기라는 행위가 한결 더 쉬워질 것입니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기분 좋은 대화는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과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에서 시작합니다. 이를 인지하고 심리 대화를 이어 간다면, 더 이상의 감정 노동 없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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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파이어 -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
존 오리어리 지음, 백지선 옮김 / 갤리온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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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겨울이지만 12월과 1월의 느낌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시끌벅적하던 성탄절과 연말을 보내고 나니, 무언가 차분해져야 할 것 같고, 계획들을 새로이 끄집어 내야할 것만 같은 새해를 마주했습니다. 계속해서 살아가야하는 인생인데, 하루 사이에 마음가짐을 바꾸고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려하는 우리의 모습이 어딘가 조금은 허전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오늘 가져온 책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뜨겁게 달궈줄 [온 파이어: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입니다. 이 책은 저자 존 오리어리가 걸어온 인생을 마치 한 편의 영상으로 담아낸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길을 걷는 하나의 장면에도 매번 푸르고 어여쁜 풍경 모습만 나오지는 않잖아요. 길 위에 있는 돌멩이를 밟을 때도 있고, 바람이 불어와 낙엽이 얼굴을 때릴 때도 있듯이. 어릴 적 존의 인생에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홉 살 소년 존은, 끔찍한 화재 사고로 인해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피부도, 피부 밑의 근육과 뼈까지도 모두 화상을 입었고, 모두가 그에게 치료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고통과 절망의 상황 속에서도 존은 살아남았고, 지금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최고의 강연가이자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즐기는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삶은 늘 살아가고,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외부의 환경 속에서 간절히 살아남아야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정말로 기적같이 다가왔습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고통과 삶의 경계에서 괴로워하고 아파했을 존의 상황을 감히 가늠할 수 없었기에 책장을 넘기는 순간, 마음이 더 아렸던 것 같습니다.

 

책은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이라는 소제목에 맞게, [총 일곱 개의 챕터 : 의지, 현실, 목표, 긍정, 믿음, 열정, 용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곱 개의 단어들 모두 조금은 추상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진실 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존에게 화재 사건이 일어났던 날, 그러니까 아무도 그에게 살아남을 희망이 없을 거라고 말하던 날, 존의 어머니는 존에게 이대로 죽는 게 낫겠다면, 그렇게 해도 돼. 그건 누구의 선택도 아닌 너의 선택이야.”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던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그 누구의 선택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삶. 그리고 존은 어머니의 말에 간절히 살고 싶다고 답합니다. 존은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견뎌야했고, 평생 동안 그 상처가 남긴 마음의 상처까지도 안고 살아가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기를 선택합니다. 화재의 현장에서 살아남았다면’, 그 이후의 삶은 투쟁과도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살아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존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삶은 그 누구의 선택도 아닌 너의 선택이야라는 말을 했던 날을 자신의 인생의 첫 변곡점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날 이후로 존의 인생은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살아내기를 선택했지만 존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존의 곁에는, 존이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용기와 사랑을 주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무너지려할 때면 손을 잡아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존은 투쟁과도 같은 삶을 해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존은 그날의 화재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그간의 시련 속에서 존은 더 단단해졌고, 시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인격과 사고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한 책에서, ‘화재의 흔적, 그건 화재를 이겨낸 흔적이라는 뜻이더군요. 모든 상처가 그 고통을 이겨냈다는 걸 말하듯이.’라는 문장을 보고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던 적이 있습니다. 존이 그날의 화재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 인격을 만드는 중요한 선물이 되었다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큰 아픔을 감내해야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고통을 이겨냈기에 자신의 삶 앞에 놓인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었다는 사실은 확실해보입니다.

 

존의 이야기가 주는 메세지는 자신의 인생에 불어 닥치는 고통을 이겨내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내는 모든 순간은 우리 인생의 변곡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아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느라, 정작 살아가는 이유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일을 하며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의 고민은 매일같이 하면서, ‘정작 왜 나는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를 망각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존의 곁에도 늘 힘이 되는 가족이 있었듯이, 저 역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가족만큼 나 자신도 소중하기 때문에, 나의 만족과 자아실현을 목표로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사실 저는 얼마 전까지도, (아니 어쩌면 지금도...) 살아서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인간은 태어난 것 자체로 이미 삶의 목적을 이룬 것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살아있어야 하는지, 살아서 좋을 마땅한 이유를 찾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존의 이야기가 이런 저에게 살아감의 이유를 말해준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간단명료하게요.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사랑을 할 수 있고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으니까요. 내가 베푸는 사랑이, 나아가 나의 존재가,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를 살아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무기력함과 황망함을 느낄 때면 이 간단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곱씹고 또 곱씹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채우지 못한 신년 다이어리의 맨 앞장엔, 뻔하고 뻔한 살아가는 방법 대신, 나를 살아있게 하는 모든 것들을 있는 힘껏 적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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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조심 웅진 모두의 그림책 7
윤지 지음 / 웅진주니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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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져 온 책은 제가 애정하는! 웅진 주니어의 그림책 시리즈 중 하나인 <마음 조심>입니다. 마음 조심이란 제목이 너무 귀여웠는데, 내용도 그림체도 모두 따듯하고 귀여웠습니다.


작가님은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 <마음 조심>을 펴낸 듯 합니다.  바깥 세상보다는 나 혼자만의 세상이 조금 더 마음 편한 저도 소라게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어서일까요, '세상의 모든 소라게들에게'라는 말이 퍽 위로가 되었습니다. 혼자가 편하지만, 때로는 누군가 내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길 바랄 때. 이 책이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며 조용히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주인공 소라게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느리고, 조금 잘 놀라곤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라게를 보고 소심하다고 말해요. 소라게는 사람들의 이러한 시선 때문에 더 위축되고 소심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저와 비슷한 소라게의 성격을 추측해보건대, 소라게는 타인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 역시 타인에게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겁니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애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면 아마 자신의 잘못을 매 순간 곱씹으며 괴로워하고 있을거에요. 별거 아닌 일이, 별일이 되는 것. 고민과 후회로 가득한 밤을 보내는 것. 아마 이러한 일들이 소라게에겐 일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소라게는 차라리 자기 자신이 손해를 보는 편을 택합니다. 그것이 더 마음 편할테니까요. 이럴 경우 많은 사람들은 소라게 같은 이들을 보고 '바보 같다'고 말하곤 하는데, 사실 소라게는 바보같은 게 아니라 남들보다 참을성이 있고 이해심이 더 깊은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소리로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목소리가 크다고 모든게 다 맞고 이기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소라게에게 '절대로 너가 이상한게 아니야'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소라게의 친구들 또한 소라게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아요.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나누고 있는 것 같고요. 모두 딱딱한 보호막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의 내면에는 상처받기 쉬운 부드러움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들이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잘 지내. 특히 마음 조심해." 다치기 쉽고,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잘 지켜주자는 의미로, 서로에게 마음을 조심하자는 말을 나눈 것이겠지요.


누군가로부터 상처 받았던 마음이 쉬이 가라앉질 않는 밤, 부끄러웠던 실수를 되뇌이며 잠 못 드는 밤, <마음 조심>은 우리 곁에 다가와 조용히 손을 내밀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줄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좀 힘들면 어때요. 하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마주하는 일도 힘들어하는 걸요. 조금 소심하고, 조금 느려도 다 괜찮습니다! 우리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아요. 오늘 하루도 수고한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은 밤입니다. 모두에게 <마음 조심>!

잘 지내, 특히 마음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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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1~6 세트 - 전6권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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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일한 불의가 아닌, 불안한 정의의 편에선 '이수인'이라는 인물이 대단해보였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이수인이 될 수도 있었던 기회를 모른 척 넘긴 사람들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지닌 자와 그렇지 못 한 자,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자와 그에 맞서 저항하는 자. 사실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나는 한 번도 발 뻗고 나설 용기를 가지고 있지 못 했기 때문이다.
 파업과 시위를 반복하는 시민들을 뉴스에서, 그리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수도없이 보아왔지만, 나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억울해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분노케하는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사회에서 정의,용기,의리 따위의 단어들은 이미 사치가 되어버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송곳>을 읽다보니 우리가 발붙이고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집단'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집단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집단을 이룸으로써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역설적이지만 감동으로 다가왔다.
 '싸움도 싫지만 도망치는 건 더 싫은거잖아. 도망치면 내가 틀린게 되니까. 아니 걔들이 옳은게 되버리니까.' 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들이 모여 정의를 이루고,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이렇게나 처절하고 아름다울 수 없다. 책장을 모두 덮은 뒤, 살아가고, 살아내는 사람들이 제발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우리의 신호등을 켤 시간이다.

이제는 우리의 신호등을 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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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웅진 모두의 그림책 6
이적 지음, 김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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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가져온 책은 추운 이 계절,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한 권의 그림책입니다. 바로 노래하는 음유시인, 가수 이적의 첫 번째 그림책 [어느 날,]입니다. 저는 이적의 담담한 목소리로 채워진 영상을 통해 이 책을 먼저 접했는데요, 책을 읽으면 슬픈 감정이 되살아날 것 같아서 책장을 넘기기까지 꽤 긴 호흡이 필요했습니다. 만질만질한 느낌의 겉표지를 한참 바라봤어요.

 

'어느 날', 이라고 적힌 표지를 넘기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라는 문장이 나타나는데요, "어느 날,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라는 이 짧은 문장에서 예고도 없이 떠나신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 아이는 아마 부모님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라는 말을 전해들었기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가 아닌 "돌아가셨대요"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 역시, 작년 여름 할머니를 보내드린 기억이 있기에 이 문장이 더 슬프게 와닿았습니다. 저도 부모님께 "할머니가 돌아가셨어"라는 말을 전해 들었거든요.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드리지 못 했다는 슬픔이 생각보다도 더욱 컸습니다.

 

아직 신발장엔 할아버지의 구두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금방이라도 약수터에 가자고 거칠거칠한 수염을 부비시며 깨울 것 같은데, 할아버진 계시지 않고, 할아버지의 냄새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어요.

 

어린 아이는 할아버지의 부재가 믿기지 않는 듯, 계속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되풀이 합니다. 매일 곁에 계시던 할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겠지요.

 

할아버지는 예상치 못한 어느 날, 준비도 없이, 그렇게 떠나셨나봅니다. 사랑하는 손주에게 인사조차 남기지 못 하셨으니까요. 저 역시 할머니가 떠나시던 날, 곁에 있어드리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께 사랑한단 말도 전해드리지 못 했고, 할머니의 마지막 인사 또한 듣지 못 했어요. 그렇게 갑자기 떠나실 거라곤 생각하지 못 했거든요. 그래서 할머니가 계시지 않던 지난 여름께의 기억은 제게 아프고 희미하게만 남아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는 제 생일이면 으레 흰 봉투에 돈이나 문화 상품권을 넣어 주셨어요. 저는 그것들로 책이나 필기구 등을 사곤 했습니다. 제 생일은 늘 추운 겨울이기에, 목도리와 장갑은 덤으로 받는 선물이었지요. 더 이상 할머니가 계시지 않는 할머니 방의 서랍장 한 칸에는 선물 받았던 목도리와 장갑들이 여전히, 고요히 포개어져 있습니다. 알록달록 유치하고 조금은 알싸한 냄새가 나는 털뭉치들과, 할머니의 필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흰 봉투는 제가 할머니께 사랑받고 자라온 세월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 하나 쉽게 버리질 못 하는데, 올 가을 서랍장에서 이 오래된 봉투를 발견한 순간, 이것이 남아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엔 함께하지 못 했지만, 그 순간보다도 긴 시간 동안 저는 할머니와 사랑을 나누며 살아왔다는 생각에 약간은 안도감이 들어서였을까요..

 

할아버지는 멀리서 오셨기에,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조금은 일찍 세상을 떠나셨나봐요. 행성 위에 서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아이와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왠지 모르게 따뜻함이 묻어 나왔습니다.

 

결국 이 행성은 하나의 실로 연결이 되어 있거든요. 며칠 전, 어떤 연극의 한 배우님께서 "인간이 죽어 하나의 별이 된다면, 지금의 우리는 수많은 별가루로 이루어져 있지 않을까요?" 하셨던 그 말씀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는 요즘입니다. 연극의 한 장면에서도 우주에 표류된 두 남자가 지구에 있을 가족을 그리워하다 결국은 별이 되거든요. 할아버지도 오래 전 살고 계셨던 먼 우주로 돌아가 반짝이는 하나의 별이 되셨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이적의 목소리로 [어느 날,]을 만나볼 수 있는 QR코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차가운 이 계절, 담담하고도 단단한 가수 이적님의 목소리로 이 책을 접하신다면, 슬프지만 어딘지 모르게 위안이 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자기 전에 밤하늘을 한 번 지그시 바라봐야겠습니다. 별이 보인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 곳으로 돌아가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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