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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파이어 -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
존 오리어리 지음, 백지선 옮김 / 갤리온 / 2017년 11월
평점 :
같은 겨울이지만 12월과 1월의 느낌은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시끌벅적하던 성탄절과 연말을 보내고 나니, 무언가 차분해져야 할 것 같고, 계획들을 새로이 끄집어 내야할 것만 같은 새해를 마주했습니다. 계속해서 살아가야하는 인생인데, 하루 사이에 마음가짐을 바꾸고 새로운 것들을 시작하려하는 우리의 모습이 어딘가 조금은 허전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오늘 가져온 책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뜨겁게 달궈줄 [온 파이어: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입니다. 이 책은 저자 존 오리어리가 걸어온 인생을 마치 한 편의 영상으로 담아낸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길을 걷는 하나의 장면에도 매번 푸르고 어여쁜 풍경 모습만 나오지는 않잖아요. 길 위에 있는 돌멩이를 밟을 때도 있고, 바람이 불어와 낙엽이 얼굴을 때릴 때도 있듯이. 어릴 적 존의 인생에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홉 살 소년 존은, 끔찍한 화재 사고로 인해 죽음보다도 더한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피부도, 피부 밑의 근육과 뼈까지도 모두 화상을 입었고, 모두가 그에게 치료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고통과 절망의 상황 속에서도 존은 살아남았고, 지금은 사람들에게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최고의 강연가이자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즐기는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사람이 되었습니다.
삶은 늘 살아가고, 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외부의 환경 속에서 간절히 살아남아야한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살아남았다’는 표현이 정말로 기적같이 다가왔습니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고통과 삶의 경계에서 괴로워하고 아파했을 존의 상황을 감히 가늠할 수 없었기에 책장을 넘기는 순간, 마음이 더 아렸던 것 같습니다.
책은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이라는 소제목에 맞게, [총 일곱 개의 챕터 : 의지, 현실, 목표, 긍정, 믿음, 열정, 용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곱 개의 단어들 모두 조금은 추상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진실 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존에게 화재 사건이 일어났던 날, 그러니까 아무도 그에게 살아남을 희망이 없을 거라고 말하던 날, 존의 어머니는 존에게 “이대로 죽는 게 낫겠다면, 그렇게 해도 돼. 그건 누구의 선택도 아닌 너의 선택이야.”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던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그 누구의 선택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삶. 그리고 존은 어머니의 말에 간절히 살고 싶다고 답합니다. 존은 화마가 할퀴고 간 상처를 견뎌야했고, 평생 동안 그 상처가 남긴 마음의 상처까지도 안고 살아가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기’를 선택합니다. 화재의 현장에서 ‘살아남았다면’, 그 이후의 삶은 투쟁과도 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살아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존은 어머니가 자신에게 “삶은 그 누구의 선택도 아닌 너의 선택이야”라는 말을 했던 날을 자신의 인생의 첫 변곡점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날 이후로 존의 인생은 뒤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살아내기’를 선택했지만 존이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존의 곁에는, 존이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용기와 사랑을 주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무너지려할 때면 손을 잡아주는 가족이 있었기에 존은 투쟁과도 같은 삶을 해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존은 그날의 화재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그간의 시련 속에서 존은 더 단단해졌고, 시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인격과 사고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한 책에서, ‘화재의 흔적, 그건 화재를 이겨낸 흔적이라는 뜻이더군요. 모든 상처가 그 고통을 이겨냈다는 걸 말하듯이.’라는 문장을 보고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던 적이 있습니다. 존이 그날의 화재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 인격을 만드는 중요한 선물이 되었다고 말하기까지 얼마나 큰 아픔을 감내해야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고통을 이겨냈기에 자신의 삶 앞에 놓인 가능성의 문을 열 수 있었다는 사실은 확실해보입니다.
존의 이야기가 주는 메세지는 ‘자신의 인생에 불어 닥치는 고통을 이겨내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내는 모든 순간은 우리 인생의 변곡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아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느라, 정작 살아가는 ‘이유’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일을 하며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의 고민은 매일같이 하면서, ‘정작 왜 나는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를 망각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존의 곁에도 늘 힘이 되는 가족이 있었듯이, 저 역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가족만큼 나 자신도 소중하기 때문에, 나의 만족과 자아실현을 목표로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사실 저는 얼마 전까지도, (아니 어쩌면 지금도...) 살아서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인간은 태어난 것 자체로 이미 삶의 목적을 이룬 것 같은데, 어째서 이렇게 살아있어야 하는지, 살아서 좋을 마땅한 이유를 찾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존의 이야기가 이런 저에게 살아감의 이유를 말해준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간단명료하게요.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사랑을 할 수 있고 그 사랑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 있으니까요. 내가 베푸는 사랑이, 나아가 나의 존재가,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 모두를 살아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무기력함과 황망함을 느낄 때면 이 간단하고도 단순한 사실을 곱씹고 또 곱씹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아직 채우지 못한 신년 다이어리의 맨 앞장엔, 뻔하고 뻔한 살아가는 방법 대신, 나를 살아있게 하는 모든 것들을 있는 힘껏 적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