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드립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런스 블록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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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는 생략하고 일상 혹은 여행의 낯선 감각들로 버무려진 낯설지만 익숙한 킬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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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 창비세계문학 16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이한정 옮김 / 창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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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읽는 동안 사로잡았던 것은 위악과 위선이 난무하는 내면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라 이 치밀하고 완성도 높은 경주를 치를 작가의 필력, 숙련된 솜씨다. 

누군가 훔쳐볼 것을 알고 쓴 일기라는 형식으로 선수들이 경쟁하듯 써내려간 남편과 아내는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도덕적으로 무해한 가면을 쓰고, 그 아래서 숨가쁘게 타자의 욕망을 질투하고 욕망하며 세세한 디테일로 인해 변화될 가능성을 하나씩 밝히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하길 즐기며 그 해석의 여지가 맞았음을 확인하는 순간 욕망의 최고조에 다다른다. 둘은 자기 욕망에 다다르기 위한 장치들을 최대한 어렵지만 치밀하게 그리고 모호하지만 확실한 작동방법을 숙지하고 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종의 <욕망-기계>들의 각축장-난투장을 만들었다. 

이꾸꼬와 토시꼬는 키무라와 마찬가지로 성욕을 향해 돌진하는 기계(혹은 주변 기계)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라는 영화 제목이 있다면, 여자는 남자의 죽음이다, 남자의 지옥이다 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자를 이길 수는 없다 라고 이미 통달한 작가는 나이 70에 이런 거대한 음험함을 통해 자기 내면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 얼마나 자기파괴적이며 자학적인 깨달음인가? 


막판 이꾸꼬의 자기 변명 내지 자기 합리화로서의 말끔한 솜씨는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죽음은 암시되지만 욕망의 크기를 배가시키고, 탈선의 반복은 현실적인 그림자를 모조리 희석시켜 캐릭터의 실존을 제대로 확인할수 없지만 음침한 각축장, 자칫 유치하게 끝나고말 우스꽝스러움을 공포의 감각에 밀어 붙였다는 점만은 인정하고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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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사
백가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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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의 소설집 <사십사>를 펼치고 <한박자 쉬고>, <더송>, <흰 개와 함께하는 아침>, <아내의 시는 차차차> 를 내리 힘겹게 읽고서 마침내 더이상 책을 읽기 싫은 맘이 들었다. 

비루한 것의 카니발이라는 어느 평론가의 평론집 제목이 생각나면서 이건 "비루한 것들의 소극" 정도로 정리될 듯하다. 

비루함은 차고넘쳐 호수에 떨어지는데 이상하게 튀어오르는 물방울이 하나도 없는 다른 의미에서 비현실적인 독서라는, 이걸 왜 읽고있냐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물고리도 물결도 일으키지 못하고, 호수는 고요하다. 그게 바다로 흘러들어가길 바라는것도 요원한 일이리라. 

40대 중년 남자의 비루한 삶은 주위 어디를 둘러봐도 특별하지 않고 사사로운 일상이다. 그걸 대변하기 위해 썼나 싶지만, 나는 그 사사롭고 치졸하고 의미없이 생각 없이 사는 삶들이 과연 그럴까? 과연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에대해 목격자 이상이고 싶지만, 작가는 목격한 순간 끝을 내버린다. 그 이후가 없다. 사사로움을 사사롭게 다뤘다고 그게 승격되는 것도 아니고, 피상적인 인식의 덧없음과 치정의 난잡만을 무한정 주입할 뿐이다.   


<한박자 쉬고>의 전형적인 피해자와 가해자의 현재 위치가 전복된 것에서 오는 통렬한 비의나 소시민적 무력감은 너무도 흔한, 범람하는 부류의 익숙한 정서여서 인상깊을 수가 없다. 차라리 가해자의 심리를 위악적으로 뇌까렸으면 어떨까? 

<더송>은 <흰 개와 함께하는 아침> 처럼 인간이 되지 못한 미숙한 성인이 개로 대비되는 약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식의 허접한 중년의 내면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매사에 눈치만 보고 삶의 적극성이란 단어에 눈감아버린 허접한 인물들은 또다른 이유들로 허접한 인간들에게 비난을 받고 화를 내고 또 어울린다(인물 구성이나 대사의 활용이 매우 진부한 축에 속한다). "죽음"이란 지나치게 가벼운 의미를 남발하여 어떤 전환점도 될 수 없다. 이 허접한 인간들을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제자리를 맴도는 소설 

<아내의 시는 차차차>도 그렇다. 시라는 현재의 세속화된 허세의식으로써의 무한에의 세속화된 낭만에의 열정 역시 별 불경스런 대상도 못되고 그 허접하고 비루한 삶의 닳고 닳은 표식에 머문다. 즉 백가흠의 세계에서 보여지는 남루한 삶의 초극이나 지표로써 등장하는 통속성의 상징들은 매번 싫증나는 서사와 인물의 반복으로 그렇고 그런 이야기의 범주를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궁요지책인가 소재에 헛헛함인가? 더는 어떤 궁금함도 일어나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이게 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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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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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배수아의 에세이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을 읽었다. 난다 라는 출판사 로고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뒷표지를 보니 이광호의 용산,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차분한 문장과 관찰로 그려진 지나치게 비의적이며 비극적인 세계관이 인상적이었던 책이었다.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의 경우 제목이 기행문의 제목치고는 "지나치게 산문적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작가가 우연히 발견한(혹은 발견된) 지극히 개인적인 알타이의 얼굴이었음을 알게된다. 도입부의 구조 때문인지 마치 1인칭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묘사들의 생생함은 이 책에 쓰인 문장들이 여행 직후 쏜살같이 메모장 혹은 노트북 위로 옮겨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냄새와 추위 황량한 벌판과 투명하게 감싸는 공기들을 묘사할때는 그렇다. 인물들을 나누고 대화를 기록한 장면에는 유감없이 소설가로서의 직업적인 감각이 작용하고 있다. 비가 내리고 부쩍 기온이 떨어진 오늘 같은 추위에 따뜻한 실내에서 읽기에 좋은 책인지 술술 읽혔다. 책을 덮으며 알타이 지역의 지도를 검색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던 것은 뭐랄까 에세이 속에 등장했던, 작가를 내내 훈계했던 갈잔 치낙이 그랬듯이, 독자에게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꺼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책이 여행기가 절대 아니라고 하지만 실제 훌륭한 여행기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장점들이 들어 있으니 믿을 만한 성실한 여행기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여행을 준비할 때 두꺼운 방한복을 챙겨가는 것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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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 파커 시리즈 Parker Series 1
리처드 스타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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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악당들은 많다

아니 범죄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쁜놈을 때려잡는 나쁜놈은 되려 영웅이 되는가 


무척 좋아하는 맬깁슨 주연 영화 <페이백> 의 원작

리처드스타크의 파커 씨리즈 의 첫권 the hunter 사냥꾼을 후다닥 읽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페이백> 말고도 리 마빈 주연의 <포인트블랭크> 와 

제이슨 스테텀 주연의 <파커>까지 있다 <포인트블랭크>는 아직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브라이언 헬겔렌드의 <페이백> 은 서너번 보고 나중에 감독판도 또 보았을정도로 광적인 팬이다 


소설은 워낙에 문체가 좋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 거두절미하고 바로 뛰어드는 복수극의 형태

스테덤의 파커 보다는 맬 깁슨이 더욱 어울린다 맬 깁슨의 야성은 동정의 여지를 남기지만 스테덤의 야성은 엄숙함 사기꾼 느낌이라 끈적하고 치밀한 광기는 부족하다 

여튼 이 소설은 굉장히 잔인하고 필요 이상의 살인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난무한다 

한편 파커가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시작(과거로의 복귀)을 위해 과거의 잘못을 손수 수정하고 다시 원래 삶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성에 가까운 판타지다. 때로 이런 현실적이지 않은 모습은 늘 누아르의 주인공에 대한 동경과 감정이입을 용이하게 한다. 불가능한 테마(파커의 경우 연인에 대한 복수나 가족에 대한 애정 그런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지 나를 위험에 빠트린 놈들에 대한 철저한 무법적인 응징이 주가된다)와 하드보일드는 뻔한 마초물에 서스펜스를 불어 넣는다. 

해서, 실제 삶에서는 절대 불가능하기에 이 씨리즈는 매우 이상적인 범죄자의 다이하드류 액션과 로망이 뒤따른다 

가볍고 선정적이며 철없는 어덜트의 흥미로운 애들같은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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