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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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평균 이하인 한국 소설의 현 상태를 새로 고침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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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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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은 소설중 가장 형편없고 재미없는 소설.

이런 소설이 삶이 끝난 뒤에도, 세계가 끝난 뒤에도존재하리라 생각한 이 책의 편집자도 형편없이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더욱더 가관인 것은 허수와 실수의 대환장 콜라보를 침튀기며 설명하고, 복소평면 운운하며 스스로 만족한 양윤의라는 평론가의 해설이다. 허허실실을 떠나 복장 터지게 만든다. 이따위 잘난척의 나열이 그나마 이 소설이 껍질만으로 성취(?)한 메타소설의 기본적인 소양에 큰 도움을 주었다면 그것은 가라앉고 있는 배 위에서 새 옷으로 갈아입으려하는 그런 멍청한 시도 같은 게 아닐까? 후자의 경우 비장미는 있지만, 이 소설에는 일말의 연민도 없다.

이 소설은 현재가 없고 과거만 있다. 과거의 품목들의 디테일과 세부사항들만 깔아놓는 일만 몰두하고 그게 소설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구태의연하고 잡다한 설명만 있어서 한 눈에도 기획된 소설임을 게으르게 반증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러티브의 기본적인 비틀기를 보여주는 전범격인 소설들을 하나도 소환하지도 못한다

네 명의 등장인물, 꼴초인 여성 연과 죽은 연인 모수, 배우인 천과 그녀의 애인이었지만 지금은 없는 하나, 연과 천은 같은 장소에 있으며 동시에 각자의 연인이었던 이들을 애도하지만 그 애도는 작가라는 작자에 의해서 진행된다. 바로 여기에 이 소설의 파국이 있다. 뭐하러 독자가 캐릭터가 아닌 작가의 설명을 통해 이런 흔해빠진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 연과 천은 담배피우는 첫 장면의 행위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둘이 충동적으로 하룻밤을 지내거나 대화를 통해 각자의 연인을 소환해내거나 그럴 가능성은 아예 배제한 채로 작가가 각 장마다 번갈아서 연과 천의 연인이었던 모수와 한나의 뒷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지지부진하고 구태의연하고 허심탄회하게 지루하다.

이런 참신함(?)이 결국 작가가 하고 싶은 세련된 유령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나? 애도로서도, 캐릭터 구성으로서도 결격사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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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정지돈 지음, 윤예지 그림 / 마음산책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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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성이 강한 이야기들이라 한시간 지나면 무슨 내용인지 생각이 하나도 안난다. 유일하게 기억나는 건 작가가 독자들은 이걸 재밌게 읽겠지, 뭐, 아닐수도 있고, 라고 짧은 원고의 방점을 찍고 지었을 한숨 같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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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전선 - 가마꾼부터 저자까지
송승언 지음 / 봄날의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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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은 젊은 작가의 산문중 가장 압도적인 상상력이라고 할만 하다. 무엇보다 최근에 읽었던 되도않는 몇 SF작가들의 글보다 더SF적이고, 서평가 나부랭이와 메타 소설류를 끄적이는 소설가들의 어설픈 실험들보다 더 진취적이며 삶을 관통하는 위트가 있다, 읽을 맛이 난다. 많이들 읽고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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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1-2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창비시선 293
김근 지음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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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성의 구조주의자, 김근 <새벽의 할례>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창비, 2018)

 


 

 

새벽의 할례

 

김 근

 

 

 

어둠이 개에게서 이빨을 빌린다

 

윤기를 잃은 털들 우수수 빠져나가고

 

어둠은 단단한 이빨을 드러내며

 

얼룩진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두려움이 너를 삼키고 나면 금방 편안해질 거야

 

나는 어둠에게 손을 뻗는다

 

 

인제 어둠은 제가 어둠이었던 시절을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때

 

겨우 보이던 나는 아예 안 보이게 될까

 

가까스로 나라고 생각되는 몸을 만진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거칠지도 곱지도 않은, 껍질

 

거품을 빛내며 마지막으로

 

어둠이 개처럼 으르렁거린다

 

 

마침내 나는 칼을 내려놓는다

 

버섯들이 온몸에서 돋아나기 시작한다

 

떨어져 나간 어둠의 표피가 시커멓게 말라간다

 

 

 

모호하고도 정교하며 아름다운 이 시는 3연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 연의 행에 숫자를 달아 설명해본다.

 

 

1 어둠이 개에게서 이빨을 빌린다

 

2 윤기를 잃은 털들 우수수 빠져나가고

 

3 어둠은 단단한 이빨을 드러내며

 

4 얼룩진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5 두려움이 너를 삼키고 나면 금방 편안해질 거야

 

6 나는 어둠에게 손을 뻗는다

 

 

1 인제 어둠은 제가 어둠이었던 시절을

 

2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때

 

3 겨우 보이던 나는 아예 안 보이게 될까

 

4 가까스로 나라고 생각되는 몸을 만진다

 

5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거칠지도 곱지도 않은, 껍질

 

6 거품을 빛내며 마지막으로

 

7 어둠이 개처럼 으르렁거린다

 

 

1 마침내 나는 칼을 내려놓는다

 

2 버섯들이 온몸에서 돋아나기 시작한다

 

3 떨어져 나간 어둠의 표피가 시커멓게 말라간다

 

 

 

1연의 1234행은 상황 묘사:

 

개 한 마리가 어두운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어둠과 개가 만난다. 개는 죽기 직전이다. 이빨새로 으르렁거리며 가쁜 숨을 쉬고 있다. 단단한 이빨이 나타내는 어떤 적대감은 나의 죄의식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5 나레이션 두려움이 너를 삼키고 나면 금방 편안해질 거야개는 두려워하고 나는 그것을 느낀다. 나는 개를 동정하고 있다. 아니 내가 두려운 나머지 나 자신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것같다.

 

6 나의 등장, 나의 행위 묘사 나는 어둠-개에게 손을 뻗는다나는 개를 만진다. 나는 두려워하는 나를 만진다.

 

 

2123 나레이션

 

어둠은 개와 만났으니 그때 개를 만진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개를 통해서 비추어지는 내가 보인다. 하지만 결국 어둠의 진실은 나이다. 내가 어둠을 개에게 전달했다. 어둠인 나는 개라는 거울을 통해서 나를 비춰보는 것이다. 나는 안 보이게 된다.(나를 자학하는 문구이다.)

 

 

4 나의 묘사 가까스로 나라고 생각되는 몸개와 이어진 나는 개의 몸에 스며든 어둠보다 더 어둡다.

 

 

567 상황 묘사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개-어둠-나라고 생각되는 몸에서 받은 감각을 표시하고 있지만 이 감정은 정말 모호하다. 그래서 모호한 감정의 껍질만 남는다.

 

윤기를 잃은 개의 살갗-껍질의 탄력없는 모양. 개는 입에서 거품을 빛내고 있다. 어둠이 스며든 개는 마지막 으르렁거림을 펼쳐놓고

 

 

31 나의 묘사 나는 칼을 내려놓는다칼은 상징적인 표현이다. 1-2연에서 상정되지 않은 마냥 수동적이며 포용적인 나에게 칼이란 반대되는 도구이다. 하지만 칼은 껄집, 표피와 함께 시의 제목인 할례 의식의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표피를 잘라내는 수행자를 상징하고 있다. 이 시에서 할례 의식의 주체는 죽음이며 칼을 내려놓음은 죽음이 개를 완전히 사로잡음을 뜻한다. 죽음은 개의 할례를 통해 내가 주입한 어둠을 잘라낸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버섯으로 품어져 나온것이다. 나는 목격자이자 죽음으로 읽혀지기도 하지만, 이는 독자의 선택이다. 나를 죽음으로 읽히면 이 시의 논리적 구조는 더 명확해지지만, 풍성해지지는 않는다.

 

 

23 상황 묘사

 

개의 살갗에서 버섯이 돋아나고 떨어지면서 시커멓게 말라간다. 죽음이 버섯으로 피어난 어둠을 삭제했지만 그 표피를 제거했지만 동시에 개의 죽음을 완성했다. 할례는 끝났다.

 

개의 살갗에서 내가 가까스로 나라고 생각되는 몸이라고 표상했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거칠지도 곱지도 않은" 그 표면이 시커멓게 말라감으로 최종적으로 박제된다. 나의 감정과 죄의식, 죽음의 공포, 소중한 시간들이 개의 사체와 함께 박제된다.

 

 

 

이 새벽의 할례는 어둠의 할례이면서 죽음의 할례이고 개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어둠의 주입자라는 것을 인식한 자아의 정신적 할례이고 이 의식으로 통해 친밀했던 개의 죽음은 더 깊은 의미를 시적 자아에게 아로새긴다. 직접적인 상처는 없고 물리적인 할례의 수집품은 없지만 그 정신적 자상이 고통스런 할례처럼 시적 자아에게 상흔으로 남고 그것이 어둠 전 후 자기 모습을 더 어둡게 상상하게 만든다. 나는 모로 누운 개 옆에서 개의 임종을 지킨다. 나는 왜 어쩌자고 이런 개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는 것인가? 죽음은 정말 어찌할 수 없는 것인가? 이런 자학과 숙명이 어둠이 된다. 어둠은 개와 나를 이어준다. 그리고 죽음이 어둠과 개와 나를 비로소 분리해주는 할례의식의 주체이다. 나는 가까스로 할례의식의 수행자인듯 참가하지만 늘 맘 한쪽이 아리고 아리다. 그 아리고 아린 모호한 감정이 버섯처럼 솟아나서 떨어져 나간다. 이제 할례가 마무리되었다. 어둠은 버섯으로 피어났지만 그 버섯의 자양분은 나의 죄의식인것도 같다. 그 버섯이 떨어져나간 자리에 어떤 표정의 건조한 살갗이 있는가? 나는 계속 손을 뻣어서 그게 무엇인지 찾아가야 한다.

 

 

평범한 반려동물의 최후를 기리는 감정이 충만한 시가 아니라

 

시적 자아와 객체를 대상화해서 나, 개와 죽음 사이에 어둠이라는 또다른 매개체를 추동시킨다.

 

그리고 하나의 의식으로 승화시킨다. 개인적인 사사로운 사건을 쉽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물을 직조한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을 만들어 역할극의 등장인물들을 복합적인 시선에서 구축하고 각 행의 수행자와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최소한의 묘사를 배치하고 있다. 김근의 시어들은 늘 적확하고 의도적이다. 쉽게 이루는 걸 바라지 않는 것같다. 개는 나이고 개의 눈에 비친 내가 어둠이며 나는 칼을 들어 거울을 내친다. 의식은 끝이 나지 않는다. 시는 계속 이동하고 있으니. 하나의 방법론으로서 '유리조각 파편의 이미지'는 김근의 시에서 주된 효력을 더한다.

 

 

모호성의 구조주의자로 불릴만 하다. 그의 시어는 좀체로 어렵고, 그가 펼쳐놓은 장면들은 쉬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시에서는 직관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새벽의 할례>에서 시인은 매번 어떤 사태에 대한 의심을 멈추지 않고 그것을 추적하고 있지만 그 추적의 기록을 해설하듯 늘어놓고 있지는 않다. 그 추적을 어떻게 미학적으로 연출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고, 그 고민이 미스터리를 풀어내듯이, 또는 암호처럼 보이는 장면을 묘사하듯이 또는 관찰자 자신에게 스스로 의문을 갖게끔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갈한 맛들 뒤에 숨은 고민의 형상들이 표층 심층의 구조와 그위에 다채로운 시어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에서 어떤 도구로 어떻게 먹을 줄 모르게 만들며 비법 소스를 눈치채기 힘든 풍성한 파인 다이닝 매뉴를 연구하는 노련한 셰프의 느낌을 받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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