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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ㅣ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친숙한 저자 #피에르르메트르 의 작년 출간된 공쿠르상 수상작 #오르부아르 를 어제 오늘 읽다
르메트르의 <실업자>를 번역한 역자다
그의 스릴러들은 늘 동네 도서관에 적당히 손을 탄 깔끔한 상태로 놓여 있다
웨딩드레스, 이렌, 알렉스 그리고 로지와 준... 형사 베르호벤 인가 암튼 이 시리즈들의 완성도나 몰입감이 대단한데 뭐랄까 후반부 넘어가면서 설명이 늘어지고 노작가답게 첨언을 많이 하는 그런 부분이 역력해 결말에서 좀 맥이 빠지긴 했던 기억이 있다 파토스와 클라이막스 사이에 지뢰같은 첨언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맛이랄까,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궁금증을 계속 끌어올리는 좋은 소설-이야기의 장점을 저자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단 느낌이 들정도로 페이지를 계속넘기게 한다 입체적인 묘사와 간결한 대사 그리고 그 인물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수 있게 만들어주는 추상적인 카메라 회전이 더해지면서 비중 있는 인물들의 세계가 확연하게 대비되면서 결말을 향해 얽히고 설키는 수순을 밟는다
이번엔 1차 대전 이야기지만 에필로그에 에두아르의 뮤즈이자 가면 공동 제작자 루이즈의 2차대전때 활약상(?)이 암시되면서 뭐랄까 전쟁 연작이 앞으로 이어질듯한 예감도 든다
<오르부아르>는 죽은자를 과하게 애도하는 기성세대와 냉대만을 경험하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의 각축전이며 계급내부와 외부의 각기 다른 냄새를 풍기는 복마전이며 아버지와 아들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내동댕이치는 비극의 패러디이며 불경스런 소재를 악용하면서 전쟁의 신비화 혹은 정치화를 꾸짖는 듯하면서도 소설내에 단 한번도 인물간의 진정한 대화가 오고 간적이 없는 듯한 신기한 소설이다 목소리는 오직 전능한 르메트르의 쉴새없는 구라다 마치 발자크와 현대 스릴러 대가의 목소리를 뒤섞어놓는듯한.
작가가 보기에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 어떤 상황에서 도피하기 위해 변명을 가지고 약속장소에 나타나거나 굉장히 억지로 그 상황속에 들어있는듯하다 모두가 모두에게 적이며 목표이며 수단이되는 상황이다 상당한 난관이 예상되지만 윤리적인 파국만큼 흥미로운 결말도 나란히 병렬로 배치하는 노련함을 숨기지 않는다
혹자는 전쟁을 겪은 두 젊은이의 직접적인 복수를 꿈꿨을지도 모른다 앙리의 처절한 뒷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악인의 결말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반쯤 현실이고 반쯤 허구인 이 이야기의 구도는 딱딱하지만 현실의 풍자에 더 기울어져있단 생각도 든다
나는 이 이야기가 영화화된다면 루이즈가 사기극 이후 호텔 7층 스위트룸으로 에두아르를 찾아가는 시퀀스로 시작하고 나중에 알베르가 자연스레 돌보기 위해 오는 장면이면 그럴듯하겠단 생각이 든다
앙리의 부인이자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은 훨씬 이뻐야하고 알베르의 연인은 빼고 차라리 어머니를 직접 등장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오르부아르, 나중에 2차대전 이야기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