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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4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평점 :
이탈리아 작가이지만 페르난도 페소아를 열렬히 소개하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생활했던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 의 신작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를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 세계문학들이 민음사는 맨날 사골만 우려내고 을유문화사는 선뜻 손이 안가는 가운데 창비의 영미계열 책들과 문학동네가 꾸준히 신선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듯하다
타부키에 대해 나는 사실 조금 과장된 작가라는 인식이 없지 않았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선집들 짧은 책들은 그전에 읽었던 <인도야상곡>처럼 뭔가 분위기 위주의 형체가 없는듯한 일종의 유럽의 하루키같은 느낌이었는데, 하루키 타부키...
여튼 1996년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실제 살인 사건을 가지고 형상화한 이 작품에서 타부키의 기량은 좀 압도적이다. 잘썼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변호사나 초반부 집시 그리고 하숙집 여주인 도나 호자 같은 캐릭터 그리고 주인공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수화기속 목소리 같은 영화적인 장면과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현학적 철학적인 양념들-루카치의 사골 변증법과 근본규범과 같은 법철학 개념들.
무엇보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압도적인 비극적 사건을 추구하고 사건을 취재해가는 피르미누라는 27살 대중신문 기자의 기묘하게 미끄러운 느낌이다 그는 심각하고 다소 허무하게 연극적인 취재 도중 시간이 날때마다 관광 지도책 같은 걸 가지고 다니며 사건이 발생한 포르투 지방을 관광(?)한다
50년대 포르투갈문학 미친 이탈리아 작가 비토리오의 영향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려 루카치를 떠받들지만 나중에 그가 논문을 쓴 대상은 60년대 포르투갈소설에 대한 신문 일기 예보라는 식으로 다시 유리 로트만을 차용하기에 이른다 변증법적 리얼리즘에서 기호학적 구조주의로 고민없이 변경해가는 이 젊은 기자의 다소 신용이 가지 않는 눈을 통해 진행되는 사건의 진행과정은 때문에 모순적인 계급감각을 가진 귀족출신 변호사 돈 페르난두를 통해 비판과 교정을 쉴생없이 요구받는다
변호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이랄까 두사람의 대화는 이 소설의 재미를 배가시키며 문학적이며 다분히 몽상적인 작가적 중재를 받게 되는데, 이런식의 유희적인 소설성과 문학후반부 암울한 법정의 아우라는 불협화음을 이루는듯하다가 슬며시 연결된다 후반부 다소 카프카적인 영업시간이 끝난 기차 식당칸에서 나가지 않고 머물수 있는 방식이라는 피르미누와 식당 종업원의 상황은 이런 계산된 작가의 기교가 극에 달하는 부분이다
뭐랄까 포르투갈식 고딕소설이 있다면 이런식이지 않을까?
우리식으로 하면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같은 느낌의 도입부 그렇지만 특유의 텁텁한 뒷맛에 인간에 대한 방점을 찍는 식의 다분히 그럴것 같지 않은 인간의 이면을 기존의 소설의 문법과는 차별되게 묘사하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