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발랄하지 못할 이식된 감수성에 대한 사례 혹은 증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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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 - 알리스와 샤를로트, 르노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박정연 옮김 / 팝툰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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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만화책 읽기에 빠졌다 

독서는 책이라는 형태를 넘기는 데 익숙한 습관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활자로 쓰여진 페이지보단 빨리 책장을 넘기게 하는 만화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독서의 카테고리다

 

바스티앙의 <그녀(들)>은 

그렇다고 역시 내러티브라는게 그렇게 유의미한 종류의 만화는 아니기에 

그가 그려내는 여성적인 감성들 느낌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며 '그렇게 될 것 같은' '그런 것처럼 보이는' 젊은 이들의 생각을 과장 좀 섞어서 잠시 동안 참고 바라보면 봐줄만하다 


영화적인 카메라워크와 시점들에 능숙하고, 기교도 수준급이다 

 

진정한 관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척하지만 그런 것 역시 순간적이다. 

어떤 정서들과 감정이 순간적으로 생각나고 

반성하기보다는 즉각적인 현재가 나타나고 사라지는게 그녀(들)의 삶의 모습이고 

그게 시간이 지나면 청춘으로 새겨지곤 하기에...


어떤 젊은 공기들 기운들 

그것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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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알약 - 증보판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레데릭 페테르스 글.그림, 유영 옮김 / 세미콜론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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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드라마틱하지 않게, 너무 무거운 독백으로 응수하지도 않은 접근법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아니 그것은 만화의 장점 같기도 하다 

응수하지 않고 사태를 차근차근 이어나가다보면 쓸데 없는 말이 빠지고 진심과 진심의 토막이 그 틈을 적절히 찾아 들어간다 

 

"페테르스 씨가 에이즈에 걸릴 가능성은, 이 방을 나갔을 때 흰 코뿔소와 마주칠 가능성 쯤으로 보시면 되겠지요." 


코뿔소, 그리고 메머드는 가혹한 운명 혹은 에이즈에 걸린 아이를 둔 역시 양성보균자인 카티를 바라보는 프레데릭의 불안 또는 동정에 대한 객관적 상관물 같은 것, 아니 뭐라 말해도 설명 불가능한 불안 같은 것이다, 메머드가 코뿔소를 대체하면서 막연한 불안은 정리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에이즈 양성 보균자인 애인과 그녀의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스위스에 사는 만화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우리는 천천히 들여다 보게 된다 그런 내적인 응시는 곧 지금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응시이다 

 

사태는 그렇게 비관적이지도 그렇다고 낙관적이지도 않다 

주인공은 늘 과학이나 의학기술 혹은 자신이 의식하지 않지만 남들 주변인들에 대한 의혹과 비판으로 무장한 어떤 권력의 움직임에 민감해하고 그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속에 자신이 개입하게 되었지만 이를 특별히 거대한 불안이나 치료해야할 암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저 무감각한 일상생활처럼 담배를 한 대 피워 물면서 차근차근 정리해간다 

 

어떤 것들도 삶의 일상들처럼 하나씩 둘씩 정리되어 하루가 마감되는 것인데 그러한 마감을 만화작업으로 그리면서 그는 이런 자신의 고유한 이야기 전개 방식에 파격을 주지 않은 것이다 

 

불함리, 부조리, 부조화스러움은 일상과 삶의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란 인식. 그리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의지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이 만화를 특별하지만 평범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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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 지음, 윤혜신 옮김 / 태동출판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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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는 독서가 어떻게 완전한 기쁨의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하지만 고백해야 할 것이 있는데, 같은 역자 윤혜신의 <바다의 노동자>를 읽다 중도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일지가 경마장에서 부르짓던, 메흐드! 란 통렬함이 담겨 있었던 <레미제라블>을 읽고 걸작과 명작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이들에게 후기 위고의 전연 새로운 모습은 그야말로 그 거대한 스케일과 통찰력과 공포스러울 정도의 문장력으로 감탄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사실 줄거리만 축소시켜보면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낭만주의의 정확한 표본이라고들 쉽게 읊어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그려보이는 밤과 바다 그리고 한 남자의 운명은 이후 모든 퇴폐성을 띤 작품들과 영국 문학에 특히 두드러진 변태성, 가학과 피학성에 대한 사드보다 문학적으로 세련된 통찰, 운명 운운하는 작가들의 시덥잖은 잔소리,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위고의 <밤과 바다>에서 잉태되었음을 명백히 해준다. 무수히 많은 오덕후를 양산했던 일본의 거의 모든 애니매이션의 주된 운명선과 주연배우 그 미묘하리만큼 익숙한 기조는 모두 위고가 본 것들이고 그가 극도의 세공 작업을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이었다. 왜!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보라, 괭플랜의 신화는 고 히스레져가 보여준 조커의 광기와 멜랑콜리, 비감어린 웃음의 원판이다. 바로 여기 밤과 바다 사이에서 이미 더욱 더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거기에 공화주의에 대한 열망과 역사적 입김이 가미한 채로, 뭐 정치성을 살짝 쳐놓은 채로) 탄생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정치적이고 관료적인 이야기들보다는 그것들을 이야기꺼내는 방식과 단호한 문장들의 애로티즘적 결합력을 눈여겨 봐야할지도 모른다. 여공작 조지안느가 괭플랜과 드디어 만나 내뱉는 대사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정말 모니카 벨루치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열린책들에서 역시 <웃는 남자>는 번역되었다.

역자는 쎌린느의 위대한 걸작을 모두 번역한 이형식으로 역시 믿을 만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웃는 남자>의 이전 작인 <바다의 노동자>를 번역했던 윤혜신의 어떤 일관된 지향성을 따르는 것이 훨씬 좋을 듯하다. 윤혜신판은 프랑스 작가가 영국의 정치와 역사를 말할 때 독자가 의식하게되는(물론 17,18세기 유럽은 거의 하나의 원 속에 있었지만) 사료들을 최소한의 주석을 통해 말끔하게 옮겨놓고 있어, 난삽함을 최소화했고, 사용된 번역어로서의 우리말은 거대한 시성 위고의 문장력을 다는 아닐지라도 정말 맛깔나고 수려하게끔 십분 표현해주고 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이형식의 <웃는 남자>역시 저 쎌린느적 전통의 거대한 원류로서의 <웃는 남자>를 기리면서 독파하기를 고대한다.

 

만만한 작품이 아닌 이런 책을 옭겨놓은 역자가 가끔 매우 고마울 때가 있다.

아주 아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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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교육 - 한 젊은이의 이야기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민희식.임채문 옮김 / 시와진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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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7년 아니 한 8년 이나 되어 재독한 <감정교육>은

정말 이보다 뛰어난 현대 소설을 꼽을 수 없을 정도의 재미를 보여준다.

각각의 장면은 위대한 거장의 영화처럼 닥치고 인물들은 사실적이면서도 '특이한' 페이소스를 흩뿌려준다.

이 모든 서술과 심리와 사건의 왁자지껄한 흐름은 후반부 혁명에 대한 가장 적확한 묘사와 거대한 사건이 가져오는

뿌리가 단단하지 못했던 계층의 불안함을 의지 박약 주인공 프레데릭 모로의 "아무런 행동을 동반하지 않는 정열" 속에서

상징화해내고 만다. 감정교육에 영향을 받은 숱한 텍스트와 영상의 단편들, 우리네에겐 룸펜이랄 수 있는 지식인의 전형들

그리고 발자크가 시원스레 고발하고 묘사했던 리얼리즘에서 나아가 심리적 기제를 다루며 구성이 만들어내는 무의식적인

감정의 핍진성은 플로베르만의 고유한 발명품이자 소중한 소설적 유산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겠다.

 

플로베르가 쓰는 문장에서 주인공은 낙담하고 혼잣말하며 동시에 사물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깨닫곤 하는데, 이런 과정들은

애초에 자동기술이니 의식의 흐름이니 하는 것들이 19세기의 한 대가에 의해 이미 완벽하게 성취되었음을 재발견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우리의 오랜 재독의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은 감히 '소설적 진실' 그 이상의 진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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